[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안철수 대망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한때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에게조차 지지율이 밀리기도 했지만 현 상황은 상전벽해(桑田碧海). 20대 대선이 50일 안팎으로 다가오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정치적 위상은 그야말로 수직상승했다. 연말만 하더라도 5% 안팎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새해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10%를 넘어서더니 최고 17%를 기록했다. 지지율 20% 목전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하락세와 선대위 내홍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권교체의 새로운 대안으로 유권자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셈이다. 언론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특히 안 후보의 상승세에 여야 거대 양당은 바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후보의 상승세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역시 후보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면서 안 후보와의 전략적 연대전선 구축에 나섰다.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대선판도 전체가 휘청이고 있는 셈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10년 세월을 보낸 안 후보의 큰 꿈을 이뤄질 수 있을까? 안철수 대망론을 집중 해부해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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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명분 단일화 논의 솔솔대선완주마이웨이 강조
- 여야, TV토론 안철수 배제로 견제, 대선 변수 아닌 상수


안철수 후보는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여야의 견제와 유혹에도 상관없이 대선완주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이재명 vs 윤석열여야 양강구도는 설 연휴를 전후로 3강 트로이카 체제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안 후보의 상승세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윤 후보의 잦은 실언과 국민의힘 선대위 내홍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의 저력이 이제야 빛을 발한다는 분석도 적잖다. 지난 2012년 대선 도전 이후 안 후보는 10년간 크고작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선출마, 후보직 양보, 창당, 분당 등등. 중대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발을 빼는 행보로 이른바 철수정치라는 여야 정치권과 대중의 조롱과 비아냥을 받아왔다.

지지율 5%미만 17% 수직상승3강 체제 전환

20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대통령을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지난 2017519대 대선 이후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행보가 마이너스만을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MB아바타로 상징되는 TV토론 대실수 이후 안 후보는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6월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전에 출마했지만 3위를 기록하는 치욕을 겪었다. 20204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정계복귀에 나섰지만 국민의당 의석수는 고작 3석에 그쳤다. 4년 전인 20대 총선에서 38석을 만들어냈던 녹색돌풍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였다. 2021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패배하면서 꿈을 접었다. 희망조차 보이지 않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대선후보로서의 출발도 좋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지지를 호소했지만 여론은 냉정했다. 크고작은 여론조사에서 좀처럼 지지율이 5%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조사에서는 허경영 후보가 안 후보를 추월하는 현상마저 생겨났다. 지지율로만 보다면 군소후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제 안철수의 시대는 끝났다는 혹평마저 나올 정도였다.

연초 접어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상한가 행진을 거듭했다.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무려 지지율 17%를 기록했다.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5%선 돌파에 이어 20%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대선출마 선언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국민의당 안팎에서 이 추세대로라면 설 연휴 직전에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양강구도가 허물어지고 안철수 후보가 가세한 여야 3강 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 지지율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야권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한 여야 가상대결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45%의 지지율로 38%에 그친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반면 윤 후보가 단일후로보 나섰을 경우 42%의 지지율로 이 후보(40%)와 오차범위 이내에서 앞섰다. 다자구도에서는 밀리지만 여야 양자대결에서는 윤 후보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보여준 셈이다. 안 후보는 이밖에 윤 후보와는 갈등관계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러브콜을 보내면서 보수 지지층 확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서울 불광역 일대에서 4.13총선 은평구을 고연호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2016.04.10.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서울 불광역 일대에서 4.13총선 은평구을 고연호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2016.04.10. 뉴시스

마이웨이대선완주 vs ‘실리선택단일화 고차방정식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로 대선판세는 지각변동 양상이다. 다수 정치전문가들은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시작됐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야권 표심이 분산된 만큼 이재명 후보의 어부지리 대선승리를 막기 위해서는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표면적인 단일화 논의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모두 단일화의 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은 매우 강경한 스탠스다. 안 후보가 대선 다자구도에서 최고 지지율 17%를 기록한만큼 대선 본선에서도 득표율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다. 안 후보로서는 대선완주를 위한 경제적 리스크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주요 일정과 행사 때마다 단일화 질문에 시달리는 안 후보가 직접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단일화 이야기는 기득권 양당이 어떻게든 저를 없애려고 하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유가 제가 대통령이 되고,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역시 지금 제1야당발로 나오는 단일화는 안철수의 상승기류가 제1야당을 덮어버리는 것을 막겠다는 프레임이라면서 공동정부나 단일화는 국민의당에서는 일절 나온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국민의힘도 냉소적이다. 단일화 효과가 1+1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대선 완주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단일화 효과에도 냉소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대표는 과거에 안철수 대표가 중도에 상당한 소구력이 있을 때는 그것 자체로 확장성이 될 수 있었다면서도 단일화에 의한 시너지 효과라든지 득표 효과는 좀 미약할 것으로 보여서 저희 당에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 후보 역시 단일화 문제와 관련, “열심히 선거운동하는 후보들끼리 단일화 언급을 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제가 정권교체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양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선막판 단일화 줄다리기는 불가피하다. 안 후보와 윤 후보가 대선완주에 나설 경우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이인제 후보의 분열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부지리 승리를 거둔 것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로서는 상상조차하기 싫은 악몽이다.

이 때문에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단일화 시기와 방식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도 한창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두 후보가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단일화 시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설 연휴(13122) 전후 또는 215일 대선 공식선거운동 이전에는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체적인 단일화 협상이 시도된다면 차기 대선과 동시에 열리는 3.9재보선 공천, 대선 이후 6월 지방선거 공천, 정권교체 이후 공동정부 구성 및 운영을 축으로 단일화 협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전선에서 실패해도 향후 정치적 권토중래를 위한 실리는 챙길 수 있다. 아울러 후보단일화는 워낙 메가톤급 변수이기 때문에 민주당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권 일각에서는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연대를 대응책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끝없는 시행착오 10년 단단해진 안철수?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다. 20대 대선 전체적인 구도였던 이재명 vs 윤석열양강구도를 허물고 사실상 3강 구도로 재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제3지대 후보가 지지율 15% 이상에 안착하면 대선은 양자구도가 아니라 사실상 3자 이상의 다자구도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막판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초박빙 일대일 구도를 연출한 바 있다. 87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가 2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안 후보가 유일하다.

이제 안철수 후보는 20대 대선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떠올랐다. 안 후보의 정치적 존재감이 커지면서 대선 막판 최대 변수는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와 야권 단일화다. 특히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에 비해 낮더라도 야권 단일후보로서의 더 높은 경쟁력을 보일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윤 후보로서는 단일화 없이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논리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라는 더 높은 이상을 제시했다. 여야 모두 진영논리에 갇혀있는 만큼 대한민국의 질적 도약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후보와 관련, “도덕적으로나, 가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만약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에 대해 결정적인 범죄 증거가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고, 반대로 낙선한 후보의 결정적인 범죄 증거가 나오면 우리나라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져 반으로 쪼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집권 이후 청사진도 속속 제시하고 있다. 집권에 대비한 역량 부족 논란에는 집권하면 좌우 가리지 않고 최고 인재를 뽑겠다며 국민통합 내각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14일 안철수 지지를 선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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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야 모두 안철수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는 30%대 후반의 박스권 탈출을 위해서, 윤석열 후보는 단일화 없는 대선승리를 위해 지지율 상승이 필수적이다. 여야의 안철수 견제는 TV토론 배제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설 연휴 양자 TV토론에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안 후보의 상승세를 막기 위해 TV토론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셈이다. 이태규 의원은 이와 관련, “두 당이 힘을 합쳐 안 후보의 상승기류를 막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대선 본선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후보이지만 안 후보는 사실상 2012, 2017년에 이어 대선 3수에 나선 후보라면서 “‘우유부단하고 고집불통이라는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와는 달리 안 후보 스스로는 10년간 엄청난 정치적 성장을 거듭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안 후보 역시 이번 대선도전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선 만큼 윤 후보와의 야권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10년의 와신상담을 이어온 안 후보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적적인 대역전승을 벌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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