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왜? 사망 원인 규명한 ‘증거물’ 현장 이탈

김문기 처장의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시민단체가 진상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요서울]
김문기 처장의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시민단체가 진상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대장동 개발의 실무를 맡았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최근 한 언론이 김 처장의 유서를 확보했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김 처장의 유서가 아니다. 김 처장의 유족이나, 사망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구성된 시민단체에 따르면 유서는 없다. 그럼, 언론에 공개된 글은 뭘까. 이는 김 처장이 그간 검찰 등의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전달하고자 써내려간 편지로 파악된다. 직접 전달되지는 못했으나 그가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발견됐다. 다만 김 처장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 등에 대해 명쾌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 언론들은 대부분 심리적 압박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도해왔으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꾸려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증거물의 현장 보존 원칙이 깨졌다는 것. 이런 의혹이 나온 데 대해 일요서울이 해당 사건을 되짚어 봤다. 

“억울하다. 늘 괴롭히던 사람 있었다”…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지목
자살 사건 가장 중요한 ‘현장 보존의 원칙’ 깬 경찰 ‘증거물’ 부랴부랴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목전에 두고 있던 어느 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 개발 1처장의 사망 소식이 속보로 전해졌다.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범시민연대(대진범)는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김 처장의 사망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당시 경찰은 유족을 통해 해당 편지를 확보했다. 이는 처음 유서로 오인됐으나 지난해 12월6일 자로 퇴임했던 윤정수 당시 도개공 사장에게 전하는 내용이었다. 화천대유 주식회사와 천화동인 등 민간업체가 천문학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됐던 초과이익 발생에 대해 “환수 조치를 제안한 내용이 당시 임원들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김 처장 유서도 없이 가족 떠날 사람 아냐

이를 두고 김문기 처장의 사망사건 진상조사촉구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한 김석준 문사랑 대표 등에 따르면 해당 편지는 윤정수 사장 등 당시 임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다만 최근 언론 공개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내용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김 처장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 처장의 사망 사건을 두고 A씨는 “단순히 자살 사건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가보면 해당 편지는 윤 전 사장에게 전달하고자 했으나, 이미 윤 사장이 12월6일 퇴임했고 김 처장 조사는 이후에도 이어졌으므로, 유서의 용도로 쓰일 수 없는 셈이다. 김 처장이 절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라는 A씨나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한 근거다. 

김 처장은 평소 가족들을 아끼고 아들, 딸과도 가까이 지냈다. 무엇보다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께도 효자였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증언이다. “정말 세상을 떠날 작정이었다면 절대로 유서를 남겼을 것”이라고 A씨 측은 말했다. 

지난해 12월 빈소가 차려졌던 당시 28세였던 김 처장의 아들 김 군은 “우리 아빠 죽음의 원인을 꼭 밝혀 달라”면서 단순 자살로 결정내릴 수 없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는 김 처장의 부인을 포함한 유족들이 모두 같은 생각이다. 

다만 언론들은 당시 김 처장의 주검이 발견되기 전 김 처장을 찾아왔던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집중했다. 이성문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화천대유의 자회사로 화천대유와 함께 막대한 수익을 올린 천화동인 5호 7호 등을 만든 장본인이다. 천화동인의 사업자 등록을 대행한 이가 바로 화천대유의 당시 자산관리 이사 박 모씨였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처장의 사망 사건이 있기 전까지 여러 차례 김 처장을 찾아왔고 김 처장은 이를 괴로워했다. 사망 사건 당일에도 김 처장을 찾아왔으나 김 처장이 만나기를 거부해 그냥 돌아갔다. A씨와 유족은 “이 대표가 김 처장을 지속 괴롭혀 왔다”고 말했다. 권력으로부터의 압박 속에 김 처장은 두렵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던 것으로 유추된다. 

사망 원인 밝힐 증거물 경찰이 현장에서 ‘치웠나’

이런 가운데 최근 김 처장의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경찰에 의해 사건 진상 조사의 주요 증거물이 현장을 이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비대위 등이 김 처장의 사망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이유다. 비대위에 따르면 사건 당시 유족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 처장의 사망 원인이 된 증거물이 없었다. 

나중에야 유족 측의 요청 등으로 경찰이 경찰서에 가져갔던 ‘증거물’이라며 부랴부랴 들고 오긴 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증거물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또한 자살 사건은 수사기관의 조사가 완벽하게 종료될 때까지 주변을 치우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다.

A씨는 취재진에게 “무엇보다 현장을 지키고 사건을 정확하게 조사해야 할 경찰이 증거물을 현장에서 치워버렸던 사건”이라며 “현장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물을 경찰이 치웠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혹시라도 누군가에 의해 자살처럼 보이도록 꾸며졌을지, 스스로 매듭을 했을지 여러 정황들을 고려해 경찰이나 전문 감식반 등에 의해 확인이 된 후에 유족들에게 공개하고 현장을 철거하거나 증거물을 치울 수 있다는 기본이 깨진 사건이라는 비판 속에 김석주 문사랑 대표 등은 “김 처장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 낼 것”이라며 해당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던 지난 1월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며 녹취록을 공개했던 이병철 씨가 서울시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앞서 이 씨는 김 처장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진범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의혹을 밝히라”고 외치기도 했다. 

현재 대진범 등 복수의 시민단체는 평소 건강했다던 이 씨 주변인들의 증언을 참고해 이 씨의 죽음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과 경찰의 재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씨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참관을 요청했던 일부 시민단체 소속 의사들을 뒤로 하고 경찰이 신속하게 부검 결과를 밝히고 사건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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