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대 대선이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결과는 여전히 양강 후보가 초박빙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예측불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민심이 시시각각 출렁이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런 대선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는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각종 현상이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는 문재인 대통령 문제도 포함돼 있다. 들끓는 정권교체 민심과 상반되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대선 지형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선후보 지지율과 함께 이 같은 기현상이 나타나면서 대선 민심을 더욱 더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08.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라보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08. 뉴시스

- 들끓는 정권교체 민심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건재
아리송한 대선 민심에 여야 모두 문 대통령 눈치보기

이번 대선 민심은 좀처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칭 선거 분야에 전문가라고 자신하는 그 어느 누구도 특정 후보의 승리를 자신있게 점치는 사람이 없다. 민심의 향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1~2주 차이로도 오락가락하고 있고, 조사 기관별로도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거기다 정권교체 민심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서로 충돌하면서 대선 민심을 더욱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 민심은 대체로 50%를 넘고 있다. 정권교체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것은 현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권교체 민심이 비등하면 야당의 정권심판론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되고, 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그럴 경우 여당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들끓는 정권교체 민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임기 말임에도 대체로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결과,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54.6%,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39%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에 대한 응답은 긍정 평가가 43.3%, 부정 평가가 52.5%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임에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레임덕이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모두 30%대 미만을 기록했다.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노태우 12%, 김영삼 8%, 김대중 28%, 노무현 27%, 이명박 23%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가 55.6%,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이 38.5%를 기록했다. '잘 모름'은 5.9%였다. 2021.09.26. 뉴시스
뉴시스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가 55.6%,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이 38.5%를 기록했다. '잘 모름'은 5.9%였다. 2021.09.26. 뉴시스

정권교체문통 지지율충돌하는 이유는

들끓는 정권교체 민심과 상반되게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 그룹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결집, 코로나19 위기 상황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4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것은 친문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촛불을 지키려고 하는 민심이 여전히 문 대통령 지지율에 그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코로나 위기 상황이므로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도 있을 것이라며 또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무덤덤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난 1일 신동아 기고에서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지지율 높은 10가지 이유집토끼 확실하게 지킨 편가르기 정치, 강력한 팬덤, 노무현 학습효과, 친인척 스캔들·측근 부패 게이트 부재, 정권 비리 은폐 시스템 구축, 코로나19 초래 국민적 위기의식 등을 제시했다. 또 강 교수는 대선후보에 대한 정서적 비교우위, 욕먹을 일 하지 않는 책임 회피, 집요하고 공격적인 자화자찬 홍보, 일 중독에 가까운 문 대통령의 헌신, 긍정적 이미지 위주 이벤트 정치 등도 그 이유로 꼽았다.

청와대는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정권교체 여론과 대통령 지지율의 괴리 또는 불일치를 어떻게 해석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모순이라기보다는 양가적 감정의 표출로 받아들인다대체로 잘하지만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또 하나는, 정치가 너무 양극화되면서 생겨난 폐해라며 “‘닥치고 반대가 뉴노멀이 된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인데도 높은 이유에 대해 우선 역대 대통령을 어렵게 했던 친인척 스캔들이나 측근의 부패 게이트 이런 게 전혀 없다. 권력 남용도 없다또 하나는 누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 이것을 국민이 평가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최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40%대 지지율의 원동력이 뭐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일을 계속하고 계신 것이라며 아마 그런 부분이 일정 부분 평가받는 게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하나는 아주 개인적 의견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대통령이 우리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어떤 문제에 대처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아직 그런 리더십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 아닌가 싶다면서 그래서 여전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수치를 유지하자 대선 정국에서 존재감을 더욱 더 키워가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 증가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집권 시 전 정권 적폐수사발언, 원전 이슈, 건보 재정 문제 등 대선 정국 쟁점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정부 비판에 대응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임기 말, 대선 정국에서 논란을 초래하는 것을 우려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안갯속 대선 민심여야 모두 문 대통령 살피기

한국갤럽은 2월 4주차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43%가 긍정 평가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부정 평가는 51%이다. 2022.02.25, 뉴시스
한국갤럽은 2월 4주차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43%가 긍정 평가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부정 평가는 51%이다. 2022.02.25, 뉴시스

정권교체 민심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충돌하면서 대선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에서 오락가락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높은 정권교체 민심을 의식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을 가하며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만큼 선을 넘어선 차별화가 친문 성향의 집토끼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TV토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 아니냐고 묻자 후계자는 아니다새로운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지난달 6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에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이어서 4기 민주정부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면서 “3기 민주정부의 공과를 모두 온전히 떠안고 잘한 건 승계하고 필요한 것은 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민심이 비등함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행보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지방 방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현대중공업 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북 군산을 방문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방문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이후 지난달 2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경북 영천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62주년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후보는 이날 포항·경주·대구 등 대구·경북(TK) 지역 순회 유세를 펼쳤다. 당정청이 TK 지역에 총집결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경북 방문을 두고 TK 지역 대선 민심을 잡으려는 전략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방 일정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에 대해 문 대통령이 말년답지 않은 지지율을 악용해서 민심에 교묘히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문 대통령은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버리고 공정하게 선거 관리를 하라고 공격을 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방문은 들썩이는 호남 여론을 달래고 다시 한번 텃밭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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