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화려한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0선 정치신인으로 좌충우돌하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을 거치면서도 종종 불안한 모습을 선보여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20대 대통령 취임식 이후 확 달라졌다는 평가다. 정치 신인의 티를 벗고 프로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솔솔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은 물론 야권 주변에서마저 윤 대통령의 발빠른 변신과 순발력이 놀랍다는 후문이다. 대선을 전후로 크고작은 비판에 시달렸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사실상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수행 지지율 또한 한때 40% 초반으로 추락했지만 최근에는 50%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20대 대선 연장전으로 불리는 6.1지방선거 전망이 낙관적인 것도 윤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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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전후 크고작은 우려에도 취임 이후 연착륙 성공
- 주말쇼핑·국수오찬·열린음악회, ‘친근소탈파격행보 과시
5.18기념식 국민통합강조한미정상회담 외교무대성공 데뷔


이는 위태위태하던 대선후보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우선 청와대 이전과 용산시대 개막이라는 승부수의 효과가 컸다. 안보공백 및 시민불편을 이유로 반대론이 적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집념은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청와대 개방은 관람인파 쇄도는 물론 주변상권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전통시장 방문 등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려가면서 친근한 지도자상을 구축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이벤트였던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도 강점이다. 5.18 기념식에서는 당정을 총출동시키는 서진정책도 박수를 받았다. 아울러 약점으로 지적됐던 인사 문제 역시 1기 내각 구성의 피날레로 여성 장관 후보를 중용하면서 우려를 씼었다. 바야흐로 윤석열 시대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로남불에 휩싸인 민주당의 자중지란과 국민의힘의 압승 전망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확 달라진 대통령, 정치초년생 티벗고 친근·소탈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달라졌다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과연 대선후보 시절 스스로 크고작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고생했던 정치인이 맞느냐는 지적이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보여준 변신의 속도와 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인수위 시절만 해도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대선공약 파기 논란에 이어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과의 공동정부 잡음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 반대했던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뭔가 불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윤 대통령은 세간의 우려를 순식간에 불식시켰다. 특히 여의도 정치권의 기성문법을 깨트리는 파격과 소통은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출퇴근 과정에서 출입기자들과 현안을 놓고 자유로운 문답을 주고받은 게 대표적이다. 또 청와대를 나와서 첫 출퇴근 대통령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윤 대통령은 친근한 지도자의 이미지도 구축했다.

취임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4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백화점과 전통시장을 둘러보면서 쇼핑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최소한의 경호인력만 대동한 채 나선 비공식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 인근인 신세계백화점에서 검은색 구두 한 켤레를 구입한 것은 물론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빈대떡과 떡볶이, 순대, 만두 등을 포장 구매했다. 광장시장은 과거 산책을 좋아한 윤 대통령이 김밥과 칼국수를 자주 사 먹던 곳이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광장시장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단골 식당에 사람이 너무 많아 음식을 사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는 이후에도 줄곧 이어졌다. 지난 19일에는 대통령실 용산청사 인근 노포에 들러 김대기 비서실장, 강인선 대변인, 김용현 경호처장 등 참모진과 들러서 국수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 환영만찬의 에피소드도 국민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윤 대통령이 술잔을 들었다가 옆에서 김건희 여사가 쳐다보자 황급히 내려놓은 모습이 방송 카메라를 통해 공개되면서 천하의 대통령도 부인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라는 공감대를 국민들에게 선물했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방문도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야구팬으로 유명한 윤 대통령은 국정에서 홈런을 기원하며 공무원들이 선물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권투장갑을 선물받고는 대선후보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어퍼컷' 동작을 하면서 규제혁파를 다짐하기도 했다. 아울러 MZ세대 공무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난 건배사는 별로 안 좋아해. 건배사를 하면 술 마실 시간이 줄잖아라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개방·5.18·한미정상회담, 3대이벤트 효과 지지율

청와대 개방. 뉴시스
청와대 개방. 뉴시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차 이른바 슈퍼위크를 맞았다. 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물론 한미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우려와는 달리 성공작이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보다 높은 50%를 넘어서면 안정세로 진입한 결정적 장면이어다.

특히 5.18 기념식 참석은 전두환 찬양발언 논란 및 개사과 후폭풍이라는 과거 흑역사를 한꺼번에 날렸다. 한미정상회담 역시 기존 문재인정부와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면서 미중패권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한 점이 큰 박수를 받았다. 게다가 약점으로 분류되던 외교안보 분야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확보한 것도 수확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서진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호남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올해 5.18 기념식이 상징적이다. 윤 대통령은 일부 불참자를 제외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은 물론 정부 부처 장관,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광주를 찾았다. 이를 위해 서울역에서 광주송정역 구간까지 ‘KTX 특별열차가 운행됐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특히 열차에서는 주먹밥이 포함된 한식도시락이 오찬 메뉴에 올랐다. 주먹밥은 1980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해먹였기 때문에 5.18를 상징하는 음식이다.

아울러 5.18 기념식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보수정부 때마다 논란이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도 이뤄졌다. 이는 이전 보수정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행보였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도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면서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도 윤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한 단계 도약시켰다. 미중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 등 대내외적인 위기가 적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밀착외교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취임 10일 만에 아시아 첫 순방지로 한국을 찾은 세계 최강국 정상을 만나 무난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23일 방한 기간 동안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그야말로 찰떡호흡을 과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경력이 1년에 불과하고 글로벌 외교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하는 초짜였다. 반면 50년 가까이 정치활동을 이어온 베테랑인 바이든 대통령은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물론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도 지냈다. 살아온 이력은 정반대로 달랐지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 한미정상회담과 공식 환영만찬 경기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 내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방문 등 4차례 만나면서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다. 아울러 자유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국정철학 공유는 물론 가족사와 반려동물 이야기로 인간적인 교류도 확대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와 관련, “흔히 말하는 케미(궁합)’가 굉장히 잘 맞는 관계로, 다른 쪽으로 화제를 바꾸기 힘들 정도였다며 부연했다.

한미정상회담이라는 막중한 이벤트를 마무리한 윤 대통령은 22일 오후 부인 김건희 여사와 청와대 본관 앞 정원 야외무대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에도 참석, 포스트 코로나의 여유를 즐겼다. 윤 대통령은 “5월에 멋진 날 밤에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같이 듣게 돼서 저도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청와대 공간은 아주 잘 조성된 아주 멋진 공원이다.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의 것이라고 인사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통령집무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에 대한 국민적 호응은 엄청나다. 510일 개방 이후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관람신청만도 수백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의힘은 청와대 개방 효과가 지방선거 성적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유연한 인사, 능력주의 일변도에서 여성중용

열린음악회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뉴시스
열린음악회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뉴시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여준 또다른 장점은 인사철학에서 나타난 유연성이다. 윤 대통령은 초대 내각 인선 과정에서 능력주의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여성안배는 물론 지역안배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실력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크고작은 반발을 낳았다. 특히 서오남(서울대·50·남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주류 기득권 남성을 대변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또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운다는 문재인정부와의 인사철학과도 비교되면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실제 한미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는 남자만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나왔다. 헌정 최초의 여성 부의장은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지난 24일 윤 대통령 초청 국회의장단 만찬회동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젠더 갈등이다.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실천했다. 지난 261기 내각 마무리 인사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또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오유경 서울대 교수를 낙점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다. 기존 16개 부처 장관 중 여성 장관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3명으로 19% 수준이다. 다만 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하면서 전체 18개 부처 중 여성 장관 비율은 약 28%에 상승한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 최근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를 더 적극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는 인사라면서 최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한 약속을 실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에 대통령의 순발력이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하먼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질문, 김상희 국회 부의장의 지적에 정치 경력이 짧았다, 여성 인사 배려하겠다'고 말씀하고 하루 만에 시정했다. 다음 인사에는 배제된 호남도 배려하시면 균형과 조화를 이룬 인사라고 국민의 박수가 쏟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취임 이전의 여러 우려와 비교해볼 때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괄목상대라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검투사 기질에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친근한 지도상 구축에 성공하면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20대 대선의 후반전으로 불리는 6.1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주도권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국회 의석구조는 여전히 민주당이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 과반 의석이다. 취임 초 분위기에 취하지 말고 야권과의 통합과 협치 노력에 보다 무게를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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