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있는 한국 생산업체 제품들이 ‘invent in Hungary’가 되기를…”

초머 모세 주한헝가리대사
초머 모세 주한헝가리대사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외국 대사를 꿈꾸는 10·20대 청년들의 멘토로 초머 모세 주한헝가리대사를 지난 5월30일에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용산구 주한헝가리대사관에서 만난 초머 모세(44) 대사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2008년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에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과를 개설해 후학 양성에도 힘써온 초머 대사는 한국학자이자 대학교수로 활동하다가 2018년 9월에 주한헝가리대사가 됐다.

임기가 4년이기 때문에 올여름 임기가 끝나면 헝가리에 돌아가 다시 대학교수로서 강의하며 연구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물론 한국학자로서 앞으로도 재한 연구 활동 등을 병행해야 하기에 한국과 헝가리를 자주 오갈 것이 예상된다. 그는 대학생 때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했었고,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 대한 연구활동을 지속해왔다.

- 주한헝가리대사로서 주로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대사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두 나라의 외교뿐만 아니라 두 나라 정부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인 모든 면의 일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은 대사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상무관과 문화관, 영사 등 동료들의 협력하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2018년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 수행한 일 중 중요한 일이 부다페스트와 서울을 연결하는 직항선 설립이었는데 2019년부터 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현재 LOT폴란드항공을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대한항공도 직항선을 운용하기로 약속했습니다.

- 대사님께서는 한국을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헝가리 사람들은 원래 1400년 전에는 아시아 사람들이었습니다. 1400년 전에 우리 헝가리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말을 타고 천천히 유럽 쪽으로 이동해 중부유럽에서 나라를 세웠습니다. 동아시아의 대표적 국가인 중국, 일본, 대한민국 중 대한민국이 헝가리,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국들과 규모 면에서나 여러 가지 면으로 가장 맞는 국가입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은 슬라비 민족들이고 오스트리아 등은 게르만 민족입니다. 아시아에서 온 민족은 우리 헝가리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어떤 아이들은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는 만큼 먼 친척들이 아시아에서 살고 있다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헝가리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먼 친척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머 모세 주한헝가리대사
초머 모세 주한헝가리대사

- 헝가리 국민이 한국을 먼 친척으로 생각하면 한국에 대한 인식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헝가리 국민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1950년대 초 6·25전쟁 당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후 1951년에 우리 헝가리 정부가 북한 고아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북한 고아들도 많이 왔지만, 북한의 대표적인 지식인들과 아티스트들과의 문화교류가 급속하게 발전함으로써 코리아라는 나라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헝가리 사람들은 한국을 북한, 남한으로 분류해 생각하지 않고 ‘한반도’라는 하나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 초에 한국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헝가리 국민에게 알려졌고, 아티스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한국 무용가 최승희 선생님과 배우 안성희 같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코리아라는 나라의 문화에 상당히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 초를 한류 열풍의 첫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헝가리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굉장히 좋아하겠네요.

▲당연하죠. 특히 지난 2008년부터 헝가리에서 한류가 시작됐는데요, 모든 유럽연합국가 중에서 헝가리가 최초로 한국 사극 드라마 ‘대장금’을 국립방송국에서 방영했습니다. 그때 대장금 보고 한국계 전통문화, 예를 들어 한복이나 한식, 한국무용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선덕여왕, 이산이라는 다른 드라마도 몇 번씩이나 재방송하고 한국영화제도 매년 열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부다페스트에 한국문화원이 생겼고, 무엇보다 2008년에 제가 우리나라 대학교에 최초로 한국학과를 개설하고 한국학과 석사과정과 박사과정도 만들어서 입학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신 것으로 아는데, 언제부터 한국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1990년대, 제가 대학생 때 전공이 역사학과 국제정치학이었는데, 역사학을 배우다가 동아시아 특히 한국, 즉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작은 코리아라는 나라는 과연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지난 수천 년 동안 문화적, 독립적으로 어떻게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뭐 이런 질문을 항상 했었습니다. 한반도의 위치가 헝가리 위치하고 지리적으로나 정치적, 역사적으로 비슷하니까 동질감이 느껴져 한국역사, 한국문화, 한국말 등에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 대사님께서는 헝가리와 한국을 잇는 역할을 톡톡히 하시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앞으로 한국과 헝가리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제가 평소에 기대하는 대로 현재 계속 발전하고 있고 지금도 모든 총체적인 관계, 즉 경제적인 관계나 문화적인 관계 등도 아주 좋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인간 교류가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코로나만 마무리되면 다시 제가 기대하는 대로 인간 교류가 다시 시작되고 주재원이나 유학생도 코로나 이전처럼 오갈 수 있으면 아주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특히 경제적인 분야에서 기대하는 것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분야를 보면 지금도 많은 한국 기업체가 헝가리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업체들 제품 대부분이 전기자동차 분야와 배터리 부품 분야 등인데 우리 헝가리 정부의 목표가 뭐냐 하면, 이런 기업체들이 앞으로 우리 헝가리에서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공동 연구개발도 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헝가리엔 노벨상 수상자가 13명이 있는데요, 대부분이 의학 아니면 과학, 일부는 자연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자연과학 발전에 깊은 역사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헝가리에 있는 한국 생산업체의 제품들이 ‘made in Hungary’가 아닌 ‘invent in Hungary’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아까 우리나라 드라마가 헝가리에서 많이 방영됐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가 방송 문화 프로그램을 헝가리에서 많이 방영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헝가리뿐만 아니라 중부유럽 사람들은 한국의 현대문화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의 전자제품이나 화장품, 옷 등과 한식당을 기꺼이 이용하고 한국 식품 가게에서 한국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기꺼이 삽니다. 어떤 나라에 특정 나라가 문화적인 영향을 끼치면 수출품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역사적인 인물 김구 선생의 소원은 한국이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면 아주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김구 선생의 소원이 한류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저에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지가 있는데, 2009년이나 2010년쯤에 당시 헝가리에는 이미 몇 가지 한국의 사극 드라마가 국립방송계에 나와 있었고, 한국영화제와 한국문화 페스티벌도 헝가리에서 이미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다페스트에 잠깐 와 있는 한국인 사업가가 USB 메모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이었는데, 그 사장님이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이 USB는 사실 품질이 좋지만 중국산 USB가 훨씬 더 싸서 경쟁력이 별로 없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장님한테 제가 한 가지 방법을 추천했습니다. 그냥 USB에 태극기 하나 붙여주시고 코리아라고 쓰시면 헝가리 10~20대 젊은이들은 한국의 드라마와 현대문화 그리고 음악 등을 좋아하니까 많이 살 것이라고요. ‘헝가리 전자제품 가게에서 굉장히 싼 중국 제품 옆에 태극기가 붙어 있고 ‘made in Korea'란 상표가 붙은 한국 USB가 있으면 아무리 비싸도 그것을 살 겁니다’라고 추천했는데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 한국과 헝가리 양국의 교류를 위해 주한헝가리대사관 측의 향후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요.

▲조금 아까 이미 다 얘기했는데요, 앞으로 한국과 헝가리가 함께 연구 개발하며 경제적인 협력을 좀 더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코로나 이전에 제가 개통한 한국과 헝가리 간 직항선이 일주일에 세 번 왕복 운항했는데, 더 늘어나면 좋겠고 대한항공도 일주일 내내 매일 갔다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럽 지도를 보시면, 헝가리는 유럽 딱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직항선 타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가시면 유럽의 모든 국가에 빠르고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 주한헝가리대사관을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한국과 헝가리 간 비행기 직항선 운용과 서울의 헝가리문화원 운영입니다.

지난 2019년이 외교 수립 30주년이었지만 그 전에는 서울에 헝가리문화원이 없었습니다. 부다페스트에는 한국문화원이 2012년에 설립됐는데, 한국에는 헝가리 문화를 홍보하는 기관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9년에 외교 수립 30주년 기념으로 우리가 헝가리문화원을 만들었습니다. 위치는 바로 명동 거리로서 제가 직접 골랐습니다. 명동 거리는 10~20대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니까 문화원 자리로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명동 유네스코 회관 8층에 자리한 헝가리문화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올라오시면 우리 직원들이 아주 친절하게 맞이할 것입니다. 문화원에는 음악회나 미술전시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다. 프로그램 일정은 우리 헝가리문화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동구권은 동양적 취향과 정서가 비슷한 것 같은데, 헝가리 젊은이들은 한국 젊은이들과 비교했을 때 가치관, 세대관 등이 어떠한가요. 공통점과 다른 점을 얘기해 주세요.

▲비슷한 점은 헝가리 젊은이들도 한국 젊은이들처럼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학교 입학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목적에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명문대학교에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대학교 순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중부 유럽 특히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헝가리는 지방에 있는 대학교와 부다페스트에 있는 대학교 사이에 레벨 차이가 거의 없어서 대학 입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편입니다.

헝가리의 10~20대 젊은이들은 물론 공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유학생활을 중요시합니다. 대학 재학 중 이웃나라에서 2~3개월 정도라도 해외를 경험합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국가니까 이웃나라에 자기 나라처럼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여러 나라에 비자 없이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있어 해외 경험을 쉽게 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꿈이나 희망 사항, 그리고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직업외교관이 아니라서 임기가 끝나면 부다페스트로 돌아가 다시 대학교 교수직을 맡게 될 예정입니다. 저는 앞으로 아마 여러 대학교에서 한국역사와 한국문화 관련 강의들을 하게 될 것이며, 한국역사 문화 연구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희망 사항은 한국학자로서 세종문화상을 수상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한국학자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분들은 한국 정부로부터 세종문화상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도 열심히 일하고 연구해서 수상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10·20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조언 부탁드립니다.

▲모든 10~20대 젊은이들은 자신의 관심 있는 분야를 잘 찾아야 하고, 찾은 후에는 포기하지 않고 그 분야를 계속 추구하며 달려가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거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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