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권은 20대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분열의 늪에 빠졌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전당대회 개최를 확정지으면서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복귀는 사실상 막혔다. 이에 법적 대응에 나서며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는 이 대표의 신당 창당설까지 나돌고 있다. 보수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분당 사태를 겪으며 극심한 내부 분열을 겪은 바 있다. 보수가 정권 탈환에 성공하고도 또다시 분열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 여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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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신당 실패 경험 있는 이준석, 또 신당?
이준석 신당 안한다부인은 현재형? ‘결국 윤대통령 지지율이 관건전망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공개적으로 드러났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갈등이 결국 여권의 분당이라는 파국으로 귀결되는 것일까. 이 대표는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라며 한동안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길게 가지 못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이 대표의 당무는 정지됐다.

벼랑끝에 선 이준석, 결국 신당만이 살 길인가

윤리위 결정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당과는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그대로 노출됐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기간이 끝난 후 당무 복귀를 꿈꿨지만 이 같은 길도 막혔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나눈 문자 메시지 유출 파문이 발생하면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체제는 무너졌다.

결국 국민의힘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최고위원회의는 공식 해산됐고 이 대표도 당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됐다. 결국 이 대표가 윤리위의 징계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당무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은 없어진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기까지의 과정을 윤핵관의 이준석 축출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활로 모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임이 확인된 마당에 더 이상 국민의힘 내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며 국민의힘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비대위로 전환되자 지난 10일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 되는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다.

법원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민의힘은 다시 한번 극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될 전망이다. 반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가 받을 정치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쪽으로 법원의 결정이 나든 이 대표는 소속된 정당을 향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신당 창당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더 이상 퇴로가 없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신당 창당밖에 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단준비위원장 및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창당및 바른미래당 탈당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의원 8명과 바른정당계인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구상찬·정문헌·진수희·이종훈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2020.01.03. 뉴시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단준비위원장 및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창당및 바른미래당 탈당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의원 8명과 바른정당계인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구상찬·정문헌·진수희·이종훈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2020.01.03. 뉴시스

이준석 신당 안한다부인 이준석 신당설솔솔

이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 신청 합니다. 신당 창당 안 합니다라며 신당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신당 창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당설은 국민의힘 차기 대권 경쟁 구도와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보수진영 대선 주자로 부상한 윤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계속 차기 주자로 위력을 보일 경우, 또 다음 총선을 앞두고 공천 학살이 진행될 경우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이 대표의 신당에 합류해 반윤(反尹) 연대전선을 구축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최근 MBC 라디오에서 이준석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 관련 질문에 이 대표가 저항을 하면서 당내에서 투쟁을 하다가 차기 전당대회 때 대표로 다시 출마하는 경우가 있을 거고, 이제 세월은 가고 총선 준비가 이루어질 거다. 그러면 그때 어떤 일을 도모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박 전 원장은 보수의 재분열 가능성에 대해 저는 그렇게 본다. 총선을 앞두고라며 어차피 친윤이 좌지우지하지 않나. 공천에 칼질을 했을 때 당하고만 있을 이준석, 유승민이 아니지 않나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속 한동훈 장관이 탑을 유지할 때 차기 대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셈법을 계산할 거다. 저는 그렇게 본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0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핵관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사실상 버림받다시피 했기 때문에 그들도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이준석 대표가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최근 (차기 당대표 적합도 관련)여론조사를 보니 유승민, 이준석이 상당히 높게 나온다둘이 합치면 압도적이다. 그런 연대도 한번 모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신당설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보수신당을 창당할 경우 국민의힘이 아닌 보수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응답이 42.5%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9.8%였고, ‘신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다른 정당 지지응답은 18.1%, ‘잘 모르겠다5.8%, ‘지지 정당 없음3.8%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각에서는 이준석 신당출현의 운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44월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면 윤핵관의 위세도 꺾이고,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몸값이 오른 이준석 대표의 신당도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지난 10YTN에서 이준석 대표가 신당 창당은 안 합니다라고 하는 건 현재형의 의미인 것이라며 다음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새롭게 창당을 해야 살 수 있다라는 어떤 탈출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럴 때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현재 이 대표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정치인분들 얼마든지 신당 창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지지도가 어떻냐에 따라서 신당 창당은 변수가 될 수 있다라는 예측을 해 본다고 강조했다.

이준석신당 불가론신당 만들어도 소멸

여권 차기 대권주자 1, 2위를 다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뉴시스
여권 차기 대권주자 1, 2위를 다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뉴시스

그러나 이준석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은 모두 보수신당의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쉽게 또다시 신당 창당의 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두 사람은 과거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비박계가 새누리당을 탈당해 20171월 창당한 바른정당에 참여했었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신당을 이끌 수 있을 만큼의 리더십을 갖고 있지 못하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결국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은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쪼개서 나가는 세력이 독자적으로 생존하고 또 보수 진영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고 한다면, 그런 꿈을 꿀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나가면 본인들도 결국은 소멸되면서 국민의힘이나 범보수, 범여권 진영의 전력손실만 초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 의원은 이 대표 리더십을 보면 밖에 나가서 당을 만들어서 그걸 운영하고 할 만한 리더십은 아니다본인이 우리 당에 기여한 부분도 그런 영역의 리더십이 아니고 좀 참신한 모습 또는 기성 우리 보수 정당들이 하지 못했던 소통 방식 이런 걸 통해서 특히 젊은 유권자층에게 호소하는 호소력 이런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준석 신당가능성에 대해 거의 없다고 본다보수정당의 분당 체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 번 있었던 일이고,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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