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요즘 정치권을 보면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권세나 영화는 영원할 수 없고 아무리 높은 권세도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말은 우리 정치사를 정확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특히 계파 정치의 변천사에도 그대로 녹아들어져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호가호위하던 계파도 정권의 흥망과 함께 그 운명이 좌지우지돼왔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출범 100일도 채 안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윤핵관의 책임론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윤핵관은 현재 윤석열 정부의 마감과 함께 폐족으로 기록될 것인지 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기여한 공신으로 기록될 것인지 그 기로에 서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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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등장과 함께 여권의 막강 파워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윤핵관
정부 100일도 안돼 책임론에 직면한 윤핵관, 이들의 운명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여권의 가장 막강한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의 존재가 연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윤핵관 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마다 여권의 권력 중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세력들은 존재해왔다.

역대정권 호가호위하던 여의도 계파의 흥망사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친노가 있었다. 친노 세력은 당시 여당의 중심 축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말 민심이 악화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정권까지 내주게 되면서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친노 세력의 핵심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우리는 폐족이라고 한탄했던 말은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이계도 당시 여당을 쥐락펴락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친박 세력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뒷방 신세가 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친이계 인사들 다수가 친윤또는 윤핵관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점은 정치권의 인물난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의 위세도 대단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진박 감별사들이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며 불명예 퇴진한 이후로 친박의 입지는 크게 축소됐고, 지금은 지자체장 선거에 도전하는 등 각자도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친문 세력에게 권력이 집중됐다. 202021대 총선을 통해 친문 성향 인사들이 다수 원내에 진입했고, 내각과 당 조직도 장악했다. 친문 세력은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 등 대선 패배 책임론에 직면했다. 그러나 친문 세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까지 국정운영 지지율 40%대를 유지하면서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정치 세력 치고는 여전히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친문은 대선 후 이재명 의원을 위시한 친명계와 야당 내에서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최강 계파는 윤핵관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친윤 그룹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심적 거리가 더 짧은 정치 세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윤핵관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권성동·이철규·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윤핵관이라는 표현은 지난 대선 기간 이준석 전 대표가 언론에 윤석열측 핵심 관계자로 등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을 비판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의 대선 관리가 당의 공식 라인 중심으로 가동되지 않고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의 몇몇 측근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윤핵관이라는 말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윤핵관은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공식화하기 이전부터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검찰 시절 윤 대통령의 선배였으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로 잘 알려져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선언하기 이전인 지난해 5월 권 원내대표의 지역구이자 윤 대통령의 외가가 있는 강릉에서 두 사람이 회동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권 원내대표는 윤핵관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 추모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및 내빈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2.05.23.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 추모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및 내빈들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2.05.23.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최강 그룹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대선 기간 이준석 대표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자 2선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로부터 전권을 받아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 협상을 주도하며 윤핵관중의 윤핵관임을 과시했다. 장 의원은 이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아 정권 초기 대통령실 인선 그림 전반을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고 여권이 끊임없는 잡음과 내홍에 시달리면서 윤핵관도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우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관련 부적절한 해명,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문자 메시지 유출 파문 등이 누적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고, 결국 당대표 직무대행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원내대표 자리까지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이들의 영원한 형제외침에도 불구하고 권력 다툼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성상납 의혹 관련 증거인멸 교사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징계를 받은 것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당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되는 과정을 놓고 윤핵관의 이준석 축출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배현진 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차례 이준석 전 대표를 공격했던 것도 윤심과 윤핵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논개 전략을 펴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윤핵관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조기 전당대회 말이 나오는데, 이 정도까지 무리수를 벌였던 사람들이라면 아마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이준석이 다시 당대표가 되는 것이라며 제가 심판하면 그때 구호는 딱 한 가지다. 그분들(윤핵관) 정계은퇴 시키려고 왔다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핵관을 바라보는 민심의 시선도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과 13일 실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여권 내분에 대해 윤핵관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35.5%, 윤석열 대통령은 28.6%, 이준석 전 대표는 22.5%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국민의힘은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사고를 쳤지만 수습을 못하고 있다그 과정 속에서 윤핵관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사실상 버림받다시피했기 때문에 그들도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법원으로 출발하고 있다. 2017.03.30.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법원으로 출발하고 있다. 2017.03.30. 뉴시스

거세지는 윤핵관 책임론 “2선후퇴해야

이 때문에 윤핵관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 많은 비대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윤핵관들이 물러나고 뒤로 빠져야 한다윤핵관들이 스스로 2선 후퇴하는 결단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핵관은 이제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진짜 윤석열 정부가 잘되기 위한 방법을 새롭게 도모해야 한다이전투구처럼 하고 서로 권력 싸움하고 끼리끼리 이야기하고 몰려다니는 모습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핵관의 행보를 봤을 때 ‘2선 후퇴에는 뜻이 없어 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내에서 원내대표 사퇴 및 비대위 당연직 참여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고 직을 유지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겠다정권교체에 담긴 국민의 염원을 해결하는 의정활동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수해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성원 의원의 후임 예결위 간사로 지난 17일 내정됐다. 이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이준석은 아주 사악한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비대위원으로도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주기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이 합류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윤핵관을 배제하는 구성, 윤핵관과 연이 있는 분들이 물러나는 구성을 하는 것이 옳지 않나.이번에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주기환 비대위원도 대통령이 검사로 있을 때 수사관을 해서 특수관계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KBS 뉴스9 인터뷰에서 이번 갈등을 초래한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주기환 위원이 비대위에 포함됐다.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이 나오자 많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최고위원회 내에서는 분열과 갈등이 많았는데 우리 비대위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미리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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