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의 민심 기류가 심상찮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전국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나 진보적 성향이 강한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정당 활동을 펼쳐왔다. 호남의 든든한 지지를 밑바탕으로 중도로의 외연확장과 영남 표밭 다지기를 시도해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대선주자급 리더 정치인들에게는 호남의 지지와 인정이 필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호남의 정치 참여도는 예전과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갖가지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물마시는 이재명,  뉴시스
물마시는 이재명, 뉴시스

- 6.1지방선거 광주 투표율 37.7%,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 30%대 의미
야권, 2016년 총선 국민의당 녹색돌풍 데자뷰에 긴장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주류 세력 교체가 한창 진행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진행되면서 친문 세력이 주도하던 민주당은 친명계로 주류 세력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호남 민심 향배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같은 대격변기 과정에서 호남 민심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호남은 그 어느 지역보다 정치 참여도가 높은 지역이다. 대선 때마다 전략적 투표를 해왔고, 호남의 민심은 한국 정치사의 큰 흐름을 좌지우지해왔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당내 비주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불었던 노풍(盧風)’을 등에 업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호남에서 지지와 인정을 받지 못하면 굳건하게 대선후보 자리를 굳히기는 사실상 어렵다.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과 같은 전국단위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호남의 민심을 잡지 못한다면 대안 세력에게 밀려나게 되고, 그럴 경우 원내 제1당으로의 위치도 위협 받게 된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164월 치러진 20대 총선이다. 당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은 녹색 돌풍을 일으키면서 38석을 획득해 원내 제3당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비문 세력은 문재인의 호남 홀대론을 강하게 제기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광주를 방문해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저에게 덧씌워진 호남 홀대’ ‘호남 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두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시 호남 28석 가운데 단 3석만을 건지는데 그쳤다. 201620대 총선 이후 20175월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호남 지역의 표 분산 현상은 나타났다. 대선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광주에서 득표율 30.8%, 전남에서 30.68%, 전북에서 23.76%를 가져갔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정치권은 호남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예상대로 결론이 나고, 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탈바꿈된다고 해도 호남의 지지와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202422대 총선과 202721대 대선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있는 대안세력이라도 등장한다면 민주당의 위치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호남낮은 투표율 찜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소재 코리안커뮤니티센터(KCC)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1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2.08.19 뉴시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소재 코리안커뮤니티센터(KCC)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1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2.08.19 뉴시스

호남 민심의 향배를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최근 부쩍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 결과 광주 지역 투표율은 37.7%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이자 역대 광주 지역 최저 투표율로 기록됐다. 3개월 전 치러진 대선 투표율은 81.5%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이후의 민주당이라는 글을 올리고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민주당이 그동안 미루고 뭉개며 쌓아둔 숙제도 민주당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만큼 무거워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에서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민주당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전남 투표율(37.52%)15곳 중 8번째로 나타났고, 광주(34.18%)11번째, 전북(34.07%)12번째였다.

이재명 의원이 압도적 득표율로 어대명을 입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 지역에서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자 호남 민심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비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대선 패배 이후에도 제대로 된 반성과 쇄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과 이재명 의원에 대한 호남의 실망감 때문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명계는 호남의 낮은 투표율은 이재명 의원에 대한 강성 지지층만이 주로 투표에 참여한 반증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강성 지지층에 의해 과다대표 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 운영에 동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23CBS 라디오에서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뭐 좀 달라지고 변화하고 혹은 달라지려고 하는 몸부림이 보이고 그래야 된다그런 게 안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새로운 정책을 이야기하고 또 과거에 우리가 뭘 실패했고, 뭘 잘못했는지 얘기를 해야 되는데 이른바 (이재명 의원의) 셀프 공천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 전체를 망쳤다고 하는 당내 민주연구원의 정책보고서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묻는데 (이재명 의원이) 한마디 얘기를 안 한다고 비판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어쨌든 작용이 크게 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이 된다민주당의 그동안 전통적 텃밭이었고, 최대 당원들이 많은 호남 지역에서 투표율이 저조한 건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서 매우 큰 경고음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의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에 당 운영 동력 확보, 정통성 확보 부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우려를 하는 게 맞다대다수의 국민, 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하지 않고 그냥 방관자적 또는 이탈자의 마음으로 있었기 때문에, 소수의 강성 그룹들이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다라고 한다면 과다 대표되어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찌감치 이재명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투표 참여가 저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의 낮은 투표율을 이재명 비토론과 연결짓는 것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23BBS 라디오에서 호남 투표율에 대해 승부가 좀 일찍 결정된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이 드는 것이 아무래도 투표율 저조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만, 아주 과거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 것은 아니다과거에 투표율이 70~80%씩 간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8층에서 광주·전남·전북 특별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2021.09.17.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8층에서 광주·전남·전북 특별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2021.09.17. 뉴시스

전남도당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kbc 광주방송에서 어차피 지도부가 거의 가려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낮은 투표율이 민주당의 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곧이 곧대로 호남이 민주당에 대해서 내지는 이재명 지도부에 대해서 비토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호남 민심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호남 신당의 출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호남의 무언의 경고다평가 줄이어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2016년 국민의당 창당 때처럼 호남 신당이 따로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관측들이 나온다는 지적에 실제 호남 쪽에서 그런 우려와 지적들을 많이 받는다그래서 민주당이 만일에 신생정당 나오면 완전히 팽 당할 거야, 이런 우려들도 많이 하시더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런 예(2016년 총선 국민의당의 녹색돌풍)를 들면서 말씀들을 하신다그래서 민주당이 정말 죽기살기로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최근 YTN에서 호남 지역이 워낙 전략적 투표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호남의 민심은 가볍게 볼 게 절대로 아니다우선은 워낙 확대명, 어대명 그래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니까 거기에 대한 관심이 좀 저조한 것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보궐선거도 당선되고 지방선거에 책임이 일정 부분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전대에서) 원사이드 하게 앞서나가다 보니까 민주당에게 반성이나 쇄신이 없는 것, 여기에 대한 무언의 경고다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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