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결과 이변은 없었다. 당권 레이스 초반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예상대로 이재명 의원이 당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 친문에서 친명으로 교체되면서 이재명호가 닻을 올렸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대표로서 민주당을 성공적으로 잘 이끈다면 다음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반대의 경우라면 차기 대권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가 갖가지 난제를 극복하고 차기 대선까지 잘 안착할 수 있을 것인지, 그의 정치적 성패를 가를 3대 포인트를 살펴봤다.

8.28 전당대회뽑인 이재명 민주당 신임당대표와 지도부. 뉴시스
8.28 전당대회뽑인 이재명 민주당 신임당대표와 지도부. 뉴시스

당대표 실패하면 대권도 없다’, ‘기회이자 위기맞은 이재명
대안 정당’ ‘민생 어젠다’ ‘계파 갈등 청산최대 난제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8 전당대회 결과 그동안 당 내 비주류로 변방에서 머물던 이재명 대표가 77.77%의 압도적 득표율을 획득해 거대 야당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올랐다.

이 대표가 얻은 역대급 득표율은 2020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던 이낙연 전 대표의 득표율(60.77%)보다 17%포인트 높다. 그럼에도 과거 전당대회와 비교해 투표율이 낮다는 점은 향후 당 운영에 있어서 이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율은 37.09%로 집계됐다. 20208월 전대 (41.03%)20215월 전대(42.74%) 당시의 투표율보다 저조한 수치다.

이 신임 당대표...77.77% 압도적 당선됐지만...

낮은 투표율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 대표는 전당대회를 통해 금뱃지·거야대표·대권주자라는 3중 철갑을 두르게 됐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쳤던 이 대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정치적 휴지기 없이 곧바로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졌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거기다 당 안팎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해 거대 야당 대표라는 지위까지 획득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앞길에 꽃길만이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국이 윤석열 대 이재명이 맞붙는 대선 2라운드가 되면서 여야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전당대회 기간 동안 비명계가 민주당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던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현실화 우려까지 존재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른바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고발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91일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소환통보를 한 셈으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공산이 높아졌다.

또한 정치적 미래도 안갯속이다. 이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2015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다음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 아니면 1997년 대선 패배 후 8개월 만에 복귀해 야당 총재가 됐지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길을 가게 될 것인지 그 기로에 서 있다.

팬덤정당 아닌 대안정당으로체질 변화 가능할까

이 대표의 성패를 가를 포인트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이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이 대표가 20248월까지인 임기를 무사히 모두 채울 경우 임기 안에 2024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 전국단위의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다음 총선도 중도 표심 향배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 대표는 민주당을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초점을 맞춘 강성 정당, 팬덤 정당이 아닌 대안 정당으로서의 체질 변화를 이뤄야만 한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대안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약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이번에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미래 정당, 유능하고 강한 정당,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다그 약속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상대의 실패에 기대는, 무기력한 반사이익 정치, 더 이상 하지 않겠다. 발목잡기 아닌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 울며 겨자먹기식 차악으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최선으로 선택 받겠다믿음직한 대안 정당으로 국민이 흔쾌히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우선 강성 지지층인 집토끼달래기와 중도층 잡기투트랙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연일 민생과 협치를 강조하고 있고 강성 최고위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2022.09.01.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2022.09.01. 뉴시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께서는 국민 속에서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이 약속을 지키려면 이른바 개딸 팬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대권 지지율은 20%, 전당대회 지지율은 78% 정도다. 민심과 당심이 무려 4배나 차이가 난다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집권은 불가하다. 전당대회도 끝났으니 이제는 팬덤의 좁은 우물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상황 맞는 민생 어젠다세팅이 성공열쇠

두 번째로는 이 대표가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민생 어젠다를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그의 성패를 가를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슈 파이팅’ ‘어젠다 세팅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표 정책으로는 기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능력을 당 대표 재임 기간에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민주당이 중도 표심을 잡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고, 이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책적 자질도 배가시켜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 대표는 우선 민생 어젠다세팅을 위한 밑그림으로 실용적 민생개혁노선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당대표 당선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민주당이 갈 길은 실용적 민생개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이상도 좋지만 현실이 중요하고, 현실과 이상을 조화해야 하기 때문에 방향은 잃지 않되 철저히 실사구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과 개혁은 다른 말이 아니다. 개혁은 민생을 위한 것이라며 민생을 위한 개혁을 실용적으로 해나가겠다, 거기에 가장 중점을 두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환율, 금리 등을 포함한 어려운 경제 현실, 민생의 위기 앞에서 민생의 후퇴를 막고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표의 성패를 가를 또다른 포인트는 그에게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는 계파 갈등 청산, 당내 통합 문제다. 친명과 비명계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나자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두고 충돌한 바 있다. 전당대회 기간 중에는 기소 시 당직 정지내용이 담긴 당헌 80조 개정과 권리당원 전원투표문제를 놓고 계파 갈등을 겪기도 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호가 출범하면서 민주당의 주류세력은 친문에서 친명으로 교체됐다.친명계는 선출직 최고위원 5석 가운데 4석을 차지했다. ‘이재명 지도부가 친문을 비롯한 비명계와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앞날은 장담할 수가 없다. 비명계에서는 전당대회 이전부터 이 대표의 당권 도전을 반대하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받고 있다. 2022.08.30.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받고 있다. 2022.08.30. 뉴시스

계파 갈등 청산, 당내 통합최대 난제

과거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당대표 체제를 끊임없이 흔들던 비문 진영은 결국 탈당해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해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된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당시 분당 사태로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28석 가운데 23석을 국민의당에 빼앗기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명 대표도 계파 갈등 우려를 의식해 지난 7월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가 끝난 후 다음 날 곧바로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통합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가 압도적 득표율로 당권 획득에 성공했지만, 사실 본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당 대표 자리가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지, 아니면 독배가 될 것인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최민희 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달 29K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그만큼 부담도 커지는 것이다. 잘하라고 뽑아준 것이라며 그동안은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을 했는데 공무원들과 일하는 것과 국회의원, 당원, 지지자들과 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 대표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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