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앞두고 이별 ‘발가락만 닮았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이명박 대통령 · 박근혜 전 대표 · 김영삼 전 대통령 · 김대중 전 대통령

정치속설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속설에 비껴 있는 인사들이 있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앙금을 지닌 채 서로 간 독설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호남 대화합과 국민통합이라는 차원에서 측근들이 회동을 주선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두 인사의 정치적 궤적을 따라가는 인사들이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다. 정권 탈환을 같이했지만 이명박 정권초부터 두 인사는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변한 것과 관련해 민추협 공동회장인 김상현 전 민주당 고문은 “한국정치사의 또 다른 불행”이라고 한탄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비정규직법안, 미디어법 등 국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몽골을 방문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친이 일각에서 제기한 ‘박근혜 총리론’에 대해 “벌써 수도 없이 나온 얘기 아니냐. 그냥 흘려보내면 된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뿐만아니라 친박 진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하나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할려고 한다는 핀잔이다. 또한 친이 진영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표 ‘합의추대론’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반응이다. ‘얼굴마담용’이나 ‘선거용’으로 박 전 대표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셈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결정적으로 갈라서게 된 계기는 지난 총선에서다.

공천관련 ‘물’을 먹은 박 전 대표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언급한 때였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1순위’로 꼽히는 박 전 대표간 갈등의 골은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이 주류다. 특히 김무성, 허태열, 최경환 의원 등 ‘국정의 동반자’로 역할론을 주장하는 친박 인사들마저 박 전 대표는 거리감을 줄 정도로 악화됐다. 박 전 대표의 ‘정신적 지주’로 자주 만남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 안병훈 전 경선 캠프 본부장 역시 “당 대표 합의추대론은 박 전 대표를 비난할려는 세력들의 음모”라고 할 정도 감정의 골이 깊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두 인사간의 관계를 YS와 DJ에 빗대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라는 평이다. YS와 DJ 역시 군사 독재시절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인사들이다. 그러나 87년 대선을 앞두고 DJ가 평민당을 만들어 탈당하면서 두 인사간 관계가 급속도로 멀어졌다. 이로 인해 민주세력이 사분오열되고 지역감정이 악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두 인사는 이미 고희의 나이를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남이나 화해 제스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희태 당 대표의 두 인사 화해책을 내놓겠다고 한지 한달이 다돼가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오히려 YS는 이명박, DJ는 박근혜식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친이 친박? 한국 정치사의 또 다른 비극

김덕룡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을 맞고 있는 김상현 전 민주당 고문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벽이 높아서 둘의 화해가 어렵다”며 “한국정치사의 비극이자 두 분 모두의 비극”이라고 평할 정도다.

YS와 DJ가 갈라서는 것을 현장에서 목도한 김 전 고문은 친박 친이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는 것 또한 “한국정치사의 또 다른 불행”이라고 아쉬워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