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가 할아버지 및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씨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숨겨져 있고, 검은 돈으로 가족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신분 세탁·차명 계좌 등을 통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게 폭로의 주된 골자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전씨의 폭로로 인해 비자금 의혹’, 전씨 일가의 복잡한 가정사까지 재조명되는 동시에 검찰 수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손자. 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손자. 뉴시스

집에 29만원 있었으면 나와 사촌들 호의호식못해
국방부 범죄혐의지적 장교 수사 착수...검찰도 지켜보겠다

전우원씨는 지난 13일 유트뷰 영상을 통해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이자 전재용씨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그는 어린 시절 전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자신의 미국 영주권 및 운전면허증을 공개했다. 전씨는 나의 가족이 아마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과 관련해 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동영상을 찍게 됐다고 밝혔다.

전씨는 전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의 둘째 아들이다. 재용씨는 세 차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딸과 결혼했으나 이혼했고, 이후 최모씨와 재혼했다. 전씨는 전씨와 최씨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이다. 재용 씨는 이후 최 씨와 이혼하고 탤런트 출신 박상아 씨와 결혼했다.

전씨 비자금 의혹 폭로, “3자 통해 송금

특히 전씨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여전히 9258000만 원이 미납된 상태다.

전씨는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전 전 대통령) 자택 내 구비된 시설이라고 공개했고, 할머니(이씨)가 학자금을 지원해 줄 때 연희동 자택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계좌를 사용해 돈을 보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최정애 씨)가 아버지와 이혼하고 위자료를 받았는데 은행에서 인출을 못 하고 지인들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추징금 때문에 정상적 은행 거래 대신 제3자를 통해 송금 등을 해 왔다는 게 전씨의 주장이다. 그는 연희동 자택에 상상도 못 할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고도 말했다. 전 전 대통령 가족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차명계좌로 사용하고 있다거나, 자택에 은닉했다는 것이다.

특히 돈이 없다고 했지만 전 전 대통령 생전 호화로운 가족 모임은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호텔 식당을 통째로 빌려 가족 식사를 하고, 일요일마다 학교 시설을 빌려 가족들이 배드민턴을 쳤는데,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불렀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경호원들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비자금 통로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저희 집안에서 돈이 경호관들에게 간다. 경호관들의 이름으로 비상장 주식회사가 설립됐다그 주식을 가족 구성원들에게 양도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 비엘에셋이라는 회사의 지분과 웨어밸리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 등 수십억원을 증여받았다아버지의 형제들인 전재국 씨와 전재만 씨, 사촌 형제들이 물려받은 재산은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것이 전두환의 검은돈이 있어서 가능했고, 그 돈 때문에 가족들은 전두환을 신처럼 떠받들었다고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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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에 따르면 미성년자 시절 부동산 개발회사 비엘에셋 지분 20%, 사이버보안 회사 웨어밸리의 비상장주식, 이태원 소재 준아트빌 건물이 자신 명의로 돼 있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의지와 관계없이 아버지가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명의를 바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비엘에셋 지분은 2013년 추징금으로 나갔고, 비상장주식은 황제노역 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새엄마 박상아씨에게 양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에 돈이 29만 원뿐이었다면, 나와 사촌들이 이렇게까지 공부하고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겠느냐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비용만 최소 10억 원이고, 나에게 흘러들어온 돈만 수십억 원인데 (아니라는 주장은) 정말 역겹다고 밝혔다.

재용씨 은닉재산 없다”, 스크린골프 인정

전씨는 자신의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는 현재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법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전도사라는 사기행각을 벌이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와서 숨겨져 있는 비자금을 사용해서 겉으로는 선한 척하고 뒤에 가서는 악마의 짓을 못하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전씨는 또 작은 아버지이자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재만씨도 할아버지의 검은 돈을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는 “(재만씨가) 현재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라며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지인들과 관련, 현역 군인 장교가 코카인과 강력 마약 중범죄자이고 자신에게도 마약을 권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현역 군인 장교는 사기꾼 및 성범죄자라며 여성들 허락 없이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한 이력이 있다고도 했다.

전씨의 주장에 대해 전재용씨는 어떤 입장일까. 재용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정신 질환과 마약 투약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아들의 주장에 신뢰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신용불량자 상태로, 은닉한 재산은 없다고 강조했다. 2013년 검찰 압수수색 당시 재산을 모두 몰수당해 아내 박상아씨에게 얹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안에 흰 돈이 있는지 검은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검은돈(비자금)이 있다면 수사받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자신의 미국 시민권 취득에 대해선 절차가 진행 중인 건 맞다면서도 전과자가 되면서 미국 비자가 말소됐는데 시민권을 받은 첫째 아들이 저를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연희동 자택의 스크린골프 시설에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아버님이 자유롭게 외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20년 전에 형제들끼리 돈을 모아 자택 내 스크린 골프장을 설치해드렸다2,000만 원이 들었고,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드리는 비용을 생각하면 저희 형제들이 해드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전씨의 폭로가 실제 수사로 이어질 지 여부다. 전씨 폭로 가운데 지인인 장교 2인의 범죄 혐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실확인에 나선 상태다. 일가족 비자금 의혹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전 전 대통령 손자의 발언을 살펴보고 있다범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보고 있다는 차원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순자 여사. 뉴시스
이순자 여사. 뉴시스

전씨 폭로 수사 이어질까 ,“보고있다내사?

다만 현행 형사소송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가 중단된다. 전 전 대통령이 202111월 사망했기 때문에 현행법상 일가에 넘어간 재산을 추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이 검찰 수사 선상에 다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전씨가 구체적인 정황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를 증명할 증거는 없는 상태다. 실제로 전씨는 비자금이 경호원에게 전달된 부분과 새어머니인 박상아씨에게 양도된 주식과 자산이 아버지인 재용씨로 넘어간 부분은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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