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협의했던 이재명의 조문 정치

김문기 허위 발언 등으로 재판 출석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김문기 허위 발언 등으로 재판 출석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이는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비서실장을 지냈던 전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데 대해 이 대표가 밝힘 입장문 가운데 일부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이의 죽음이 다섯 차례나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앞서 사망한 성남시장 시절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관련자들의 장례식에는 불참했으나, 이번 전 씨의 장례식은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조문을 치르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의 4명과 이번 전임 비서실장의 죽음…“이번에는 무엇이 달랐나”
그래도 “김문기 기억나지 않는다”…유동규 “2인용 골프 카트 탔다” 비판

이재명 대표는 전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입니까”라며 “그야말로 광기입니다, 광기.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고 검찰을 정조준 비판했다. 검찰의 압박 수사에 못 이겨 전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전 씨에 대해 “평생을 공직에 헌신했고, 이제 퇴직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던, 참으로 모범적인 공무원이었다”라며 “자랑스러운 공직 생활의 성과들이 검찰의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중략) 없는 사실을 조작해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검찰에 대한 비판과 전 씨를 비호 하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튿날 전 씨의 빈소를 방문한 이 대표는 전 씨의 유가족으로부터 환대를 받지 못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관계자 및 수행원들이 오후 1시경 장례식장이 마련된 성남시립의료원을 찾았지만, 유족들은 오후 8시 무렵 이 대표의 빈소 방문을 허락했다. 

무려 7시간에 이르는 협의를 통해 이 대표는 겨우 조문을 하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민주당 측은 빈소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유족과의 협의 등으로 조문이 지연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족과 협의 없는 일방적 장례식장 방문?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장례식장에 몰린 기자단에 “저희가 1시 (기자단에) 공지할 때는 저희들이 와보니까 빈소가 마련이 안 된 상태였다. 그리고 유족 측과 협의가 안 됐었다”라며 “유족들은 ‘이 대표를 지금 상황에서 모시기가 경황없다’고 말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 보도도 나왔지만, 검찰 방문 등으로 좀 어수선했다”라면서 “이 대표나 다른 정치인들 조문을 받는데 시간이 걸렸던 걸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취재진의 ‘유족이 조문을 거부했다는 얘기가 있는데’라는 질의에는 한 대변인은 “아니라고 저는 보고 있다. 처음에 워낙 경황없는 상태였다”라며 “1시라는 게 조율이 안 됐더라. 유족들은 전혀 모르고 계셨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유족과 협의를 통해 이 대표가 빈소를 찾자 기자단이 질문을 던졌다. “정치 내려놓으시라는 유서 내용 보도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 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고인과 마지막 만나거나 연락 한 것은 언제인지”, “고인이 검찰 조사 한번밖에 안 받았다고 하는데 압박 수사 때문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질의했지만 묵묵부답.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도 “유족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었지만 역시 묵묵부답. 

한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이 대표가 너무 안타깝다는 말씀을 전달했고, 유족 측에서는 ‘대표님도 힘을 내시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잘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라며 “나머지 대화도 하셨는데 사적인 대화를 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故 김문기 처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호주 출장에서 함께 한 모습. [유족 측 제공, 뉴시스]
故 김문기 처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호주 출장에서 함께 한 모습. [유족 측 제공, 뉴시스]

유한기, 김문기 등 4명의 죽음에는 등 돌려

전 씨의 사망과 관련 유족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7시간을 기다리며 끝내 조문했던 이 대표는 앞서 사망한 4명의 장례식에는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말 대선을 앞둔 국면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등의 사망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당시 대장동 비리 진상규명 범시민연대(이하 대진범)는 민주당사를 찾아 “스스로를 대장동 설계자라 주장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며 “유한기 씨 이어 김문기 씨까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린 주된 책임은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자이자 지시자이며, 결제자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여당 대선 후보라는 지위를 이용해 검찰 수사를 가로막고 배임 등의 책임을 부하직원들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첫 번째 사망했던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에서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나”라고 토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 전 처장 역시 대장동 문제가 터지면서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던 초과이익 환수와 관련 상부에 보고 또는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제보자로 나섰던 이 모씨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병사라고 발표했지만, 이 씨의 지인들은 경찰 부검 과정을 두고 일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현장에서 부검에 동석하기로 유족들의 동의를 얻고 기다리던 외부 의료인들을 배제하고 경찰 단독으로 진행했기 때문.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참고인 조사를 받던 김 모씨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경 씨 수행비서인 배 씨 명의의 빌라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김 씨는 배 씨와 내연 관계로, 주변에서는 단순히 김혜경 씨 운전기사로만 알려져 왔다. 

전 비서실장 빈소에 끝끝내 조문한 이재명

이렇게 앞서 4명의 죽음에는 일부 민주당 차원의 애도 입장은 있었으나, 이 대표가 직접 공식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한 바는 없었다. 오히려 차가우리만큼 등 돌렸던 이 대표다. 김 전 처장의 경우 ‘모른다’는 언급에 유족들이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는 김 처장에 대해 “몰랐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허위 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7일 두 번째 관련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지만 이 대표 측은 다시 한 번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김문기가 2명 탑승하는 카트를 몰아 이 대표를 보좌했다”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왜 이 대표는 유독 전 씨의 사망 소식에 전과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일까.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앞서 다른 이들은 모른다 할 수 있어도 이번 전 씨의 경우는 모른다 할 수가 없다”라며 “그리고 오랜 기간 비서로 수행했는데 (그 죽음을) 어떻게 모른척할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에 안 간다면 앞의 경우까지 모두 덧씌워 비판받을 수도 있지 않았겠나”라며 “비록 유가족이 흔쾌히 맞이하지 않았더라도, 이번에는 당연히 조문을 갔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 모 비서실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보도를 시청하고 있는 시민. [뉴시스]
전 모 비서실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보도를 시청하고 있는 시민. [뉴시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