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그의 회고록에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상황이 담겼는데 내용이 야권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수뢰 혐의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논두렁 시계보도에는 자신의 책임이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활동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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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죽음·논두렁 시계 보도책임 전가격분
- 이인규, 왜 지금 책 출간? 일각선 총선 출마설

이인규 회고록이 야권을 강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금의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지금의 여권 세력과 검찰이 손을 잡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지금의 야권이 검찰개혁에 목을 맸던 이유도 검찰에 대한 구원(舊怨)’이 원인 중 하나가 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후보의 대선 승리로 정권이 교체되고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신세가 전락한 상황에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회고록을 내고 목소리를 높이자 야권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검찰 왕국이 도래하자 문재인 정부 당시 숨을 죽이고 있던 이인규 전 부장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인규 회고록에 어떤 내용 담겼나

과거 노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로 박연차 게이트수사를 이끌었던 이인규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지난 17일 발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2009430일 소환 조사 후 523일 서거하자 사표를 제출하고 검찰을 떠난 바 있다.

이 전 부장은 회고록을 통해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수뢰 혐의를 세세하게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를 다툼없는 사실이라고 규정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상당 부분 돌리기도 했다. 변호인으로서 문 전 대통령이 무능하고 무책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논두렁 시계의혹을 언론에 흘린 것은 검찰이 아닌 국가정보원과 당시 청와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이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요구를 했다는 점에서다.

그는 당시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410일경 자신에게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피아제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말했고, 414일에는 국정원에서도 찾아와 비슷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고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회고록에 논두렁 시계보도 배후가 국정원이라는 근거로 두 개의 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적기도 했다. 그는 과거 논두렁 시계보도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과거 2009422KBS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스위스 명품 시계를 뇌물로 제공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SBS는 그해 513일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집사람이 봉하마을 논두렁에 (시계를) 내다 버렸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전 부장을 비롯한 검찰은 이같은 보도의 배후로 지목됐었다.

그는 또 회고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고, 당시 민주당 정치인들과 진보 성향 언론에 대해서는 앞다투어 상주 코스프레 대열에 합류했다고 비판했다.

“‘검사왕국되자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 찾은 가족들. 뉴시스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 찾은 가족들. 뉴시스

이 전 부장의 이같은 회고록 내용이 알려지자 야권은 격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출신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검사아빠가 계급이 돼버린 검사왕국이 되자 부정한 정치검사가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고개를 내민다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이인규 전 부장이 회고록을 내더니 고인의 명예를 또 한 번 짓밟았다고 거친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허망하게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야 했던 논두렁 시계 공작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검찰은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유출하며 전직 대통령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작수사를 벌이고 정치보복 여론재판과 망신주기에 몰두한 책임자가 바로 이인규라며 어디 감히 함부로 고인을 입에 올린단 말인가. 검찰은 안하무인 막 나가도 되는 프리패스라도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격분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인규 전 부장이 회고록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 도망치듯 출국하던 사람이 이인규 전 부장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변인은 검찰 후배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자 이제 내 세상이 돌아왔다고 외치고 싶은 것인가라며 이 전 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수사팀으로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대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재단도 입장문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고 격분한 뒤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정치수사 가해자인 전직 검사 이인규 씨에게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학교폭력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인 박연진과 비교하며 이 전 부장을 비판했다. 유 전 시장은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특별 생방송에서 박연진이 걔 맞을 만해서 맞은 거야. 내가 죽인 게 아니고 평소에 걔랑 친하게 지내던 얘들이 다 등을 돌리고, 걔를 도와줘야 할 엄마가 모르는 척하고 그래서 걔가 죽은 거야이렇게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전 부장이 지금 회고록을 발간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제 검사왕국이 됐지 않나. 검사왕국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지 않나라며 지금이야말로 나도 도도한 대세,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때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인규 진실 중요해 책 쓴 것, 정치할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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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장의 회고록이 파장이 일자 이와 관련된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결과, ‘노 전 대통령의 뇌물은 사실이라는 이 전 부장의 발언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5.1%명백한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답했다. ‘이 전 부장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응답은 30.1%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8%였다.

이 전 부장은 자신의 회고록이 논란이 되자 지난 20일 한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꺼낸 것에는 참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무엇보다 진실이,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책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책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 직접 경험한, 수사 기록에 있는 내용을 사실대로 적은 것이라며 야권에서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책에 문제가 있다면 정치검사니 뭐니, 추상적인 말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지적해 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부장이 지금 이 시점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을 두고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책을 왜 썼냐고 그러는데, (미국으로) 도망간 게 일단 창피하니까 도망간 게 아니라 사실은 정치적 탄압을 피해서 갔다라고 그 행간의 의미를 얘기하고 싶은 것 같은데 도망간 건 도망간 것이라며 그 다음에 내년 총선이 다가오니까 복귀하고 싶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에서 내년 총선에 검사들 많이 나온다는데 그 대열에 끼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장은 한 언론을 통해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말씀드린다.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면서 공직도 다시 맡을 생각이 없으며 제의가 온다고 하더라도 거절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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