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천공항 ‘보안검색대’ 무용지물?
손놓고 있는 인천공항·국토교통부 “보안 관련 대책 없다”
실탄 반입과정 파악 아직 못 해… “경찰 수사 중” 핑계

공항에 제주항공 소속 항공기과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가 나란히 서있다. [이창환 기자]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가 공항에 대기 중이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가려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실탄이 발견돼 승객 218명이 대피했다. 지난 16일에는 공항 출국장에서도 발견됐다. 최초 실탄 발견으로부터 2주가 지났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 측과 국토교통부는 아직 실탄이 어떻게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는지 반입과정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 공사와 국토부는 경찰 수사를 마친 뒤에나 내용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10일 오전 8시5분경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에서 9mm 권총형 실탄이 2발 발견됐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해당 항공기는 이날 오전 7시45분 마닐라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이륙 직전 활주로에서 터미널로 되돌아왔다.

실탄 1발이 좌석 밑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승객이 승무원에게 즉각 알렸지만, 승무원은 이와 관련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받은 실탄을 탑승교 조작판 위에 올려둔 채 비행기를 출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해당 여객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던 와중 다른 승객에 의해 실탄 1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승무원들이 기장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결국 활주로까지 이동했던 해당 항공기는 이륙 직전 터미널로 되돌아왔다. 이후 승객 218명과 승무원 12명 등이 대피했다. 이후 경찰은 대테러 기동팀과 군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어이없는 승무원 해명 “금속 쓰레기로 착각”

대한항공 측은 해당 승무원이 실탄을 금속 쓰레기로 착각했다고 해명했으나, 탑승객들을 비롯한 국민 여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쓰레기”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실탄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탑승교 조작판에 올려두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후 관계기관은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마닐라로 향하는 승객의 기내 수화물 X-ray 사진을 재판독했고, 실탄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지난 16일에는 항공기 기내가 아닌 여객터미널 출국장 쓰레기통에서 실탄이 발견됐다. 앞서 발견된 9mm 권총형 실탄과 다른 5.5mm 소총탄으로 환경미화원이 쓰레기통에서 발견해 특수경비원에 전달했고, 해당 대원이 경찰과 공항 대테러상황실에 사실을 알렸다. 경찰 측은 “CCTV를 분석하고 있으며, 실탄을 봤을 때 항공기와 출국장에서 발견된 실탄은 서로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21일 여객기 실탄 2발 반입 용의자 미국인 70대 남성 A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공항으로 왔고, 실탄 발견 당일에 필리핀으로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검색대 X-ray와 CCTV를 통해 용의자로 특정했으며, 경찰은 인터폴과 협조해 A씨를 체포한 뒤 실탄 유입 과정 등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이어 여객터미널 쓰레기통에 실탄 1발을 버린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를 10명 이내로 압축했다. 발견된 5.5mm 실탄은 미군용으로 밝혀졌으며, 경찰은 실탄을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수사와 별개” 라더니, 이젠 “수사 이후”로

해당 사고가 발생한 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공항을 방문했고, 인천공항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경찰이 실탄 반입 경로 등을 수사 중인 것과 별개로 공사와 인천공항의 대처가 항공보안법상 적절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 국토부 항공보안정책과 관계자는 일요서울 취재진의 ‘사실 확인 및 현황 파악이 얼마나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수사기관은 경찰이기에 국토부는 파악한 바가 없다”며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사실 확인이 안 되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안 관련 관리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었는가’에 관한 질문에 “법령과 기본계획에 따라서 보안 검색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늘 점검하고 있다”며 “지침을 내리고 보고를 받는 형식이며, (공사에서) 자체 보안 계획을 수립하면 승인하고, 변경사항이 생기는 경우 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절차가 있었음에도 실탄 반입 등 문제 상황이 발생했는데, 대안 마련이나 책임 소지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관련 법에 따라서 공사에 과태료 처분이나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종합적인 대안·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일요서울 취재진은 항공보안처에 ‘공사에서 내부과정을 파악하고 있는가’, ‘이에 따른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으나 관계자는 답변을 회피했다. 언론홍보팀은 “저희는 파악한 바 없다, 수사 결과를 보고 나서 보강하고 조치할 계획이다, 내부 문제 파악도 마찬가지이고, 대안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해당 사고 발생 뒤 국토부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점이 눈에 띈다. “수사와 별개로 점검하겠다”던 계획이 불과 며칠 만에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기도 전에 “경찰 수사 후에 할 예정”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주무부처의 대응을 두고 국제공항의 위상과 국민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이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어명소 2차관의 방문 이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전 세계 공항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