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趙 비례대표제 직격 비판
輿·野 위성정당 야합, 공직선거법 삭제로 현재 진행 중

홍준표 대구시장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정치개혁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의다. 국회는 국민들이 불신하는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의원 수 증원과 비례대표의 확대를 주장한다. 반면 국민들은 메신저가 미덥지 못 하니 메시지도 불신하기 마련이다. 압도적인 여론의 반대 속에 국회의원 수 증원은 무산됐지만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남아있다. 국회는 과연 국민이 납득할 비례대표제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을까. 

50석에서 0석으로 

당초 선거제 개편은 국회의원 수를 35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김진표 국회의장 직속 자문위원회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시한 3개의 선거제 개편안 중에는 비례대표 50명을 확대하는 2개의 안이 포함됐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어떤 경우에도 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14일 정개특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4.1%의 응답자가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했다.

350명 논의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여·야는 300석의 틀을 현행 유지하는 선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다시 제출했다. 김 의장 역시 50명 확대는 오해라며 진화에 나섰다. 

비판 여론의 선두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서 있었다. 조 의원은 자체적으로 '국회의원 50명 증원 절대 반대! 범국민 서명운동'까지 진행했다. 대표적인 비례대표 폐지론자로 알려진 조 의원은 아예 비례대표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설파하는 중이다.  

윤미향 씨가 대표하는 것

조 의원은 지난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비례대표라는 것은 직능을 대표하는 건데 윤미향 씨가 어떻게 직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조 의원의 말처럼 비례대표의 취지는 해당 직능을 대표해 전문적인 의정 활동을 펼치거나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으로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나선 경력을 토대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윤 의원은 현재 정의연 시절 후원금 횡령 의혹을 포함한 8개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1심 판결에서 7개 혐의는 무죄, 업무상 횡령도 1700만 원만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였기에 누구보다 후원금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윤 의원은)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 (정의연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 영향력, (윤 의원의) 역할·지위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판결했다. 

윤 의원의 사례는 비례대표가 그 취지에 맞게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21대 국회 당선인 명부를 살펴보면 총 47명의 비례대표 중 가장 많은 출신 직업은 직업 정치인(16명)으로 전체 34%를 차지한다. 2위는 교수(6명)이고 공동 3위는 변호사·상업 종사자(3명)이다. 

아울러 지역구 의원 총 253명 중 재선의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당선인을 배출한 직업군은 역시 직업 정치인(86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34%로 비례대표 내 직업 정치인의 수와 똑같다.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떠나 현재 비례대표 제도가 다양한 각계를 대변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비례대표가 지역구 의원보다 더 전문적인 의정 활동을 펼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아직 21대 국회가 진행 중이므로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20년 발간한 '제20대 국회 입법 활동 분석'에 따라 파악해 본 결과, 지역구 의원은 총 6.6%의 법안 가결률을 기록했으며 비례대표는 6.9%의 법안 가결률을 기록했다. 최소한 입법 활동에 있어서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은 0.3%의 차이만을 기록했다.  

임명직 국회의원

조 의원과 함께 국회 내 선거제 개편 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정치인은 홍 시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각제도 아닌데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고 4년마다 임명직 국회의원을 각 당에서 양산 하고 있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또다시 임명직 국회의원을 50명이나 더 증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의 말처럼 거대 양당은 임명직 국회의원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이유는 위성정당 창당과 (구) 공직선거법 제47조 2항의 문제다. 20대 국회는 승자 독식 구조의 철폐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했다. 의석 수는 300석으로 유지했지만 지역구 의석 수와 정당 득표율을 50% 연동함으로써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의 수혜는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봉쇄조항인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기록한 소수정당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수의 손해를 고려해, 모(母)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 의석 획득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양당의 정치적 '꼼수'는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이란 비판과 동시에 (구) 공직선거법 제47조 2항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당 법안의 각호에 따르면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름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추천절차의 구체적인 사항을 당헌·당규 및 그 밖의 내부규약으로 지정 및 선관위 서면 제출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과정 회의록 자료 첨부가 명시됐다.

또 위 법안의 위반 사유가 증명될 시 (구) 공직선거법 제49조 8항에 따라 선관위는 후보자 등록신청을 수리할 수 없으며 (구) 공직선거법 제52조 4항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이 무효화 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4월 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위성정당이 참여한 제21대 비례대표 전국선거구 국회의원 선거는 위에 언급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2021년 12월 30일 "이 사건 각 정당이 정당법에 규정된 정당등록 요건을 구비하여 등록을 신청한 이상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정당의 설립 목적, 조직과 활동, 정치적 성격 등을 이유로 정당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으며 나머지 사항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경실련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양당은 더 이상 위 공직선거법 사항들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양당은 2020년 12월 9일 앞서 위성정당을 통해 위반 사유로 지적된 공직선거법 제47조 2항 각호의 삭제와 공직선거법 제49조 8항 축소 및 공직선거법 제52조 4항을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2020년 12월 29일부터 공포됐다.  

당시 참여연대는 이를 비례대표의 '민주적 선출 절차 조항' 삭제한 거대양당의 야합으로 규탄하며 "선거 전에는 정치개혁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겠다고 앞장서고, 선거 후에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항을 국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슬그머니 삭제한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후안무치하다"라고 비판했다.

 또 참여연대는 "처음부터 준연동형비례제를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차치하고,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비례제를 주도하여 통과시키고도, 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을 핑계로 위성정당 창당을 강행해 준연동형비례제를 훼손하고 정치적 이득을 얻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제대로 된 반성조차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왜 갑작스레 준연동형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조항 삭제에 동의했는지 해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