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T사태가 끝모를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사상 초유의 세 차례 연이은 CEO후보 사임으로 KT경영공백이 수개월 더 지속될 전망이다. 두 번 사장 후보로 뽑히고 두 번 사퇴한 구현모 사장에 이어 윤경림 사장 후보가 주총 1주일을 앞두고 돌연 사임했다. 이런 와중에 사외이사들마저 이탈 조짐을 보여 KT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자가 사의를 밝혀 통신기업 KT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데, 후임을 뽑지 못하면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비게 된다.  윤 후보가 추천한 사내이사(송경민 KT SAT 대표(KT 경영안정화TF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선임 안건도 정관에 따라 무효가 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지난 22일 이사회 구성원들을 만나 "내가 버틸수록 회사가 망가질 것 같다"라며 사의 표명했다. 이사들이 "주총까지는 버텨야 한다"며 만류했지만 윤 후보자의 마음을 얻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윤 후보를 향한 의혹 제기는 계속돼 왔다. 검찰은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구 대표 관련 불법 지원, 사외이사 접대 등 구 대표와 윤 후보자에게 제기된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검찰을 앞세워 주총 전에 윤 후보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대통령실이 나서 최후통첩을 날렸고, 검찰과 경찰이 KT 수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압박한 결과다"라며 "구 대표에 이어 윤 후보까지 정부 · 여당의 노골적인 공세를 못 버티고 결국 두 손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자유 시장경제 질서 훼손이 도를 넘었다. 대선 공신에게 줄 낙하산 일자리를 위해 민간 기업까지 흔들고 있다"며 "KT가 자체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한 후보를 내쫓고 만든 자리에는 올드보이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국가 경쟁력을 위한 KT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전리품 나눠 먹기에만 혈안이다"라고 덧붙였다.

KT 내부에서는 이사회에 대한 비판도 나와 혼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KT새노조는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더 이상의 정치권의 개입은 국민기업 KT의 발전과 우리 사회의 건전한 기업 감시 시스템을 오히려 퇴행시킬 뿐"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KT이사회에 이 경영공백 사태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음과 동시에, 앞으로 정치권의 낙하산을 차단하기 위한 주주들의 총의를 모아 이사회로 하여금 낙하산을 저지할 것을 강력 촉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의 KT사태를 보면 비록 현 이사들이 CEO 견제의 측면에서는 부족했지만 적어도 낙하산 사장은 불가하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 성과는 있었다는 점에서 이사들이 용기를 내서 낙하산을 막는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할 것"이며 "이번 주총 이후에도 KT낙하산 반대와 정상화를 위한 노동,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있게 될 임시주총에서의 새 CEO 선임 과정을 철저히 감시할 것임을 선언하는 바이다"라고 덧붙였다.

KT는 오는 31일 예정된 주총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 후보자의 사퇴로 대표 선임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당장 다음 달부터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대표 선정까지 1~2개월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KT의 리더십 공백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당분간 직무대행을 맡게됐다. 박종욱 사장은 "현 위기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협력하고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해 KT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고객과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이를 위해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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