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국정원’과 ‘경찰’ 공조 민주노총 등 4명 구속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2024년 1월부로 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이창환 기자, 사진=국정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2024년 1월부로 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이창환 기자, 사진=국정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어느 선까지 공조할 수 있을까.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올해를 끝으로 폐지되지만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채 1년도 남지 않았으나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 역시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정원과 경찰이 민주노총 조직국장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재판부에 제출된 관련 근거 등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과 경찰은 공조했다는 입장이지만 국정원의 주도 하에 경찰이, 이른바 ‘숟가락 얹은 셈’이라는 비판은 이어진다. 자체적인 대공수사 훈련, 교육, 준비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다. 

국정원 “경찰과 압수수색 단계부터 공조했다” 밝혀
정보 취득의 역량과 범위 달라…대공수사 훈련 전무

지난 3월28일 국가정보원은 ‘민주노총’ 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공개했다. 해당 사실을 전하는 동시에 범죄 입증이 가능한 증거물도 상당량 확보했음을 알렸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정원이 검찰을 통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밝히면서, 동시에 경찰과의 공조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날 국정원은 “민주노총 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구속영장 발부 관련 사실을 알린다”라며 “수원지방법원은 국가정보원과 경찰(국가수사본부)이 수원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를 통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정원 등은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 모(53세)씨를 비롯해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48세),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55세), 전 금속노조 조직부장(55세)등에게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구속수사와 더불어 검찰로 이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 1월18일 석 씨 등 4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약 100여 건이 넘는 대북 통신문건을 찾아낸 바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문건 해독 및 분석과정에서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과 자진지원, 특수 잠입·탈출 및 회합, 편의제공 등 주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수사 성과를 알렸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범죄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 및 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다”라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번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경우 국정원과 경찰은 압수수색 단계에서 공조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환 기자]
이번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경우 국정원과 경찰은 압수수색 단계에서 공조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환 기자]

‘국정원과 경찰’ 공조? 압수수색 단계부터

국정원은 2020년 12월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라 2024년 1월1일부로 대공수사권이 폐지된다. 이에 지난 2월6일 국정원과 경찰은 ‘대공 합동수사단’ 출범을 알리며 이를 상설 운영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함께 내‧수사 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구속 수사가 결정된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사안은 어디서부터, 얼마나 수사 공조가 이뤄졌을까. 실제 해당 사안은 합동수사단이 출범하기 전에 국정원과 경찰이 함께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18일 석 씨의 주거지와 민주노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취재진의 ‘추가 피의자 구속 등’ 관련 물음에는 “구속된 피의자 외에 다른 피의자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답해, 향후 피의자 추가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국정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공작원과 피의자가 해외에서 접선한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이에 경찰과 함께 실시한 압수수색을 통해 대북 통신 문건을 확보했다”고 말해 경찰이 해당 사건의 수사 과정에 공조하고 있음을 알렸다. 

다만 “최초 수사가 시작됐던 시점과 과정은 밝힐 수 없다”라면서도 “국정원의 (정보 수집 및 첩보 등에 대해) 단계를 거치며 경찰이 공조에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해당 건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므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말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의 공조는 압수수색 단계부터 진행됐다”라고 덧붙였다. 

경찰 단독 수사권, 어두운 과거 재현?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당시, 과거 독재정권에서 경찰이 대공 및 안보수사를 핑계로 악용했던 일에 대한 회귀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은 국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데 이게 다시 악용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며 “국내 정보수사와 결합돼 5공 시대 치안본부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 의원이 경찰의 독단에 의한 어두운 과거를 지적한 반면, 반대 입장에서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지금의 경찰로서는 국정원의 수사 역량을 따라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국정원이 보유한 첩보와 수사 범위를 당장 내년부터 경찰이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안보 수사를 총괄했던 전직 방첩당국 고위 간부에 따르면 경찰은 국정원이 요청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머물러 왔다.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역량과 범위도 다르고 정보의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설명. 기존 해외 방첩망으로부터 연계 수사를 이어온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는 대공수사망에 빈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대목.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폐지되는 반면 경찰의 대공수사권한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서울경찰청은 과거 대공수사, 보안수사를 위해 구성된 옥인동 분실의 역할을 지웠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가보안법 등을 담당하던 수사팀은 내자동 서울청사로 복귀했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독재정권의 어두운 과거 담은 대공 분실 해체”라고 스스로 밝혔다. 

경찰청의 남영동 대공 분실은 2005년까지 역할을 해오다, 경찰의 과거사 청산 사업으로 경찰청인권센터로 변경됐다. 이후 2018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행정안전부로부터 위임받아 내년 민주인권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확대를 코앞에 두고 경찰은 ‘어두운’ 과거를 이유로 대공 분실을 지우고 있는 셈이다.

국정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국군 방첩 업무를 담당하는 방첩사나 국정원에서도 1,2년 이상의 전문 교육이 필요한 분야가 대공 분야”라며 “당장 내년에 대공수사권을 확대하는 경찰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를 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과 경찰의 공조는 구조상 쉽지 않다”라며 “대공 업무 특성상 해외 첩보나 정보 수집이 중요한데 반해 경찰이 해외 공관 등에 파견하고 있는 현재의 직급이나 시스템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정원으로부터의 대공수사권 확대를 대비해 수사인력을 늘렸다. 하지만 경찰 전체 인원이 늘지 않은 이상 다른 업무를 보던 인력이 수사를 위해 동원된 수준이다. 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거쳐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경찰의 대공수사권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여전한 이유다.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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