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 혹은 쓴소리, '메시지'에 따라 계파 갈등 분수령 될 명낙회동  

(왼쪽부터)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기록적인 폭우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회동이 두 차례나 연기됐다. '명낙회동'은 계파 갈등의 분수령으로 지목될 정도로 정치권의 관심이 큰 사안이다. 이렇다 보니 두 정치인이 아직 '만날 결심'이 서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상징성이 큰 만남인 만큼 명낙회동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각도 판이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1일 예정된 명낙회동은 중부지방 집중 폭우로 인해 회동 두 시간을 앞두고 연기됐다. 그 뒤 민주당은 지난 16일 공지를 통해 19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8일 민주당은 다시금 공지를 통해 19일 회동은 수해 복구를 위해 연기됐으며 수해가 일단락되기 전까지 두 대표 간 만남은 미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동이 연기되는 이유로 강성 지지층의 반대를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신설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서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당원들이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회동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수해 피해가 큰) 상황에서 국민들께서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유가족들이 이렇게 비통한 상황에서 민주당 전직 대표랑 현직 대표랑 만나서 '우리 총선 잘 치러봅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어떻게 비칠까(라는 우려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상징성이 큰 두 대표 간 만남이 계속해서 지연되자 당내에서도 엇갈린 해석을 내놓는 중이다. 앞서 이 대표는 이 전 대표를 향해 직접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말하며 화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이 대표 입장에서 화합의 모양새는 절실하다. 이 대표의 부임 이후 심화된 계파 갈등은 급기야 최근 현역 의원인 비명계(비이재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직접적으로 '분당론'을 거론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친명계(친이재명계)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명낙회동이 연기된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지금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 앞에는 무정부라 자조할 만큼 무능하지만 정적제거에는 무자비한 윤석열 정권과 맞서고 있다"며 "저는 두 분이 이런 명약관화한 현실에서 민주당의 단결 앞에 어떤 것도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단결을 강조했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역시 지난 1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두 분이 만찬을 끝내고 나오면서 깨복쟁이(허물 없는 사이) 친구처럼 어깨동무하고 나오면 너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친명 혁신위란 비판을 받는 김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의 원로라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본인이 잘 아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친낙계(친이낙계) 설훈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지난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명정대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표가 귀국 후 반성과 혁신의 목소리를 낸 만큼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당의 쇄신에 초점을 맞춘 '쓴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과 10일에 걸쳐 1박 2일간 부산을 방문해 김해영 전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 조응천·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조금박해'로 불리며 당의 쓴소리를 담당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비명계 세력을 규합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비명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명낙회동은) 크게 내용적으로 기대할 것은 없다"며 "(두 대표는) 지금 우리 당의 상황에 대한 진단, 인식이 아예 애초부터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대표가) '도와달라'고 하면 (이 전 대표가) '대표가 좀 제대로 해라'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 한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대표는 분열을 수습하는 모습을 통해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고, 이 전 대표 역시 화합의 뜻을 전함으로써 민주당의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단 만남이 성사가 된다면, 그 자리에서는 쓴소리보다는 화합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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