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을 지나도록 노선이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한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일어나고 있을 때 리투아니아 방문 중 명품 쇼핑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야권에서는 김건희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고, 향후 야당의 집중공세가 예상된다. 여당은 비상이 걸렸다. 김 여사의 의혹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김건희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며 홍준표 대구시장의 폭우 골프 논란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꺼낸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순방 마치고 성남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 뉴시스
해외순방 마치고 성남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 뉴시스

김건희 친가 양평고속도로 논란 명품쇼핑 호객행위?.., 대통령실 무대응
이슈는 이슈로? 홍준표 징계 부각 영부인-친가 대책 마련 필요성 대두

김건희 리스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당시부터 존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김건희 여사가 봉화마을을 방문하면서 자신이 대표를 지낸 코바나컨텐츠 회사 전무를 대동하는가 하면 민간인인 해당 전무에게 의전, 경호 지원이 이뤄졌다. 또 역시 민간인 신분인 대통령 인사비서관 부인이 김 여사 지원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 순방에 동행하면서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 행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지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대선 때부터 김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할 조직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한 인사는 김 여사가 자신을 보좌할 이들을 추천받고 직접 면접도 봤으나 낯선 이들과 함께 일하는 걸 꺼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지만 김 여사의 행보가 윤 대통령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명품 쇼핑 논란에 여권 엄호 그러나 리스크 잔존

이런 우려 속에 또 다시 김건희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68일 일정으로 폴란드를 찾은 데 이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을 때다. 김 여사가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쇼핑을 했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리투아니아 매체 주모네스는 12(현지시간)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매체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던 김 여사가 지난 11일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채 명품 편집숍 두 브롤리아이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여사와 대규모 수행 인원이 두 브롤리아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도 실었다.

사진 속 김 여사의 착장은 같은 날 빌뉴스 미콜라스 로메리스 대학교(MRU) 내 빌뉴스 세종학당을 찾았을 때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매장 매니저에 따르면 김 사는 사전 통지 없이 방문했으며,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수행원 10명이 함께 했고, 6명은 바깥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김 여사 측이 인근에 위치한 해당 샵의 다섯 군데 지점을 모두 들렀다고도 전했다.

매장 측은 현지 언론에 한국 대표단 일부가 김 여사 방문 다음날 다시 샵을 찾아 추가로 쇼핑을 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서 사진과 함께 상세한 보도가 나왔는데, 대통령실은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가게에서 호객을 했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라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이 보도되면서 경호원을 대동한 상황에서 현실성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오히려 비판 여론만 키운 탓이 컸다. 이는 야권의 공세 빌미가 됐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보다는 김 여사 쇼핑 논란만 부각되는 모양새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난감해하고 있다. 충남 수해 지역을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난 김기현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답변을 하지 않았고, 제헌절 경축사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같은 질문에 상황 자체를 몰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함구했다.

대통령실도 이번 논란을 과거 쥴리의혹에 비교하며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점을 피력했으나 정쟁화될 것을 우려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명품 쇼핑’ ‘호객등 프레임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공방이 확대되는 것 자체가 불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친윤 인사들이 김건희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외교 행보 일환이라고 엄호했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인구가 총 250만인 리투아니아는 수출 2위가 섬유나 패션이라며 김 여사가 이런 부분들을 알고서 문화 탐방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리투아니아 언론보도를 보면 대통령 부인의 행보가 젊고 패션 감각이 있는 셀럽이라고 인식되고 있다국내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든 대통령 부인 행보 자체도 하나의 외교적 행보일 수 있다고 두둔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인사들의 해명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과 함께 김건희 리스크만 부각시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후 첫 주말 강남 한 백화저머 나들이 나선 김건희 여사.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후 첫 주말 강남 한 백화점 나들이 나선 김건희 여사. 뉴시스

양평 고속도로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 논란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또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을 지나도록 노선이 변경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이른바 양평 김건희 라인으로 불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양서면강상면)을 추진하면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의 구두 보고만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별도의 제안서 없이 용역업체와 회의만 16차례 거쳐 17000억 원 규모 국책 사업의 중도 변경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허영 의원실에 따르면 용역업체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관련 회의에 참석했던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업체로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변경돼야 한다는 제안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의에 “(받은 제안서가) 없다“(회의 때) 차트를 보면서 구두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해야 한다는 용역업체의 제안을 국토부는 듣기만 했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했다.

이처럼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을 지나도록 노선이 변경됐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원 장관은 고속도로 종점 부근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원 장관이 이같은 발언을 쏟아낸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김 여사의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도 떨어졌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 관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그만큼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관심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슈는 이슈로 덥는다수해중 골프 홍준표 국면전환?

자신의 징계관련 윤재옥 국힘 원내대표와 면담 마치고 국회를 나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자신의 징계관련 윤재옥 국힘 원내대표와 면담 마치고 국회를 나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김건희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여권 내에서는 국면 전환용 이슈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폭우 골프 논란으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수해 대응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실언, 김건희 여사의 쇼핑 문제 등이 홍 시장 골프 논란으로 다 묻혔다면서 수해로 인해 국민감정이 안 좋아지자 당원들을 입단속 한다는 명분을 잘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고, 징계 수위는 이르면 오는 26일 윤리위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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