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회장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 성사시킬 것"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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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알짜 사업인 화물운송을 포기하더라도 합병시킨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화물 독점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이번 포부가 향후 인수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조 회장의 당찬 포부가 인수 7부 능선을 넘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를 안길지 주목된다.

- 항공 빅딜 4년째 답보...EU 심사 결과에 美·日도 촉각

일요서울의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기업결합은 EU와 미국 경쟁 당국의 심의 통과만 남겨 둔 상태다. 애초 지난 3일 EU 측이 합병 승인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추가자료를 요청하며 심사 종료 기한을 10월로 미뤘다. 항공화물 분야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항공협회가 집계한 항공 화물 점유율을 살펴보면 유럽·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항공 화물 운송량은 55만7000톤(t)이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이 40.6%(22만6000t)를, 아시아나항공이 19%(10만6000t)를 차지한다.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이에 대한항공은 최근 티웨이항공에 화물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대한항공이 제공 약속한 화물기 기종은 B747과 B777이다. 이는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는 EU와 미국 등 해외 경쟁 당국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화물의 매출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 걸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6월 외신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기(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5월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 유럽 전역과 한국 간 화물 서비스 공급의 경쟁을 낮출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일각에서는 재무 상태 악화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합병 불발 시 매각 추진 등 ‘플랜 B’ 실행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지난 8일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을 준비 중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시아나항공 재매각 추진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플랜B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달리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U와 미국의 반대를 무마하려면 양사의 비행 노선인 슬롯을 대폭 반납해야 한다. 이는 양사의 통합 효과는 감소하고 국익도 훼손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반기지 않는다.

또한 한화그룹을 비롯한 일부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아시아나 거래가 새 국면을 맞이할 것에 대비해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달 말 하림그룹 계열의 팬오션 측과 접촉해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화그룹, 아시아나 눈독(?)”

게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플라이강원의 인수 후보자로 ‘한화그룹’이 거론되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 한화그룹이 항공업 진출을 위해 플라이강원의 인수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항공업’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숙원이자 김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에게 항공업을 더해 그룹의 각 사업 부문 승계 과정에서 형제간 균형을 맞추고, 유통업의 시너지도 강화하려는 일환으로 플라이강원 인수전 참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회장은 2017년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항공운송 사업자 면허 취득에 나선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항공의 재무적투자자(FI)로 항공업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투자금 규모는 16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에서 항공운송 면허 신청을 반려함에 따라 한화그룹에서는 투자금을 전부 회수했다.

이어 2019년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한화그룹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플라이강원 인수와 관련한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며 “인수의향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 겸 기업회생 법정관리인도 한화그룹의 플라이강원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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