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586' 기치 내걸고 '동북 벨트' 전진하는 尹의 젊은 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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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국민의힘의 정치 신예들이 서울 동북권으로 집결하는 모양새다. 이들이 겨냥한 '동북 벨트'는 과거부터 보수정당의 험지 중의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만큼 야권의 유력주자들이 즐비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선거 구도는 일찌감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의 아성에 도전하는 정치신예의 대결로 구성된 상황. 아울러 지속적으로 여권 합류설이 제기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종로에 출마해 안티586의 구도를 강화시킬지 여부도 관심사다. 

동북권 총선 민심, 與·野 단 1% 차이? 

서울 동북권(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성동·성북·중랑)은 보수정당의 최대 험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의 허니문 기간에 치러진 18대 총선을 제외하곤 승리의 기억이 없는 곳이다. 이렇다 보니 21세기 들어 동북권에서 재선에 성공한 보수진영 정치인은 김선동 전 의원(도봉을,18·20대 총선)과 홍준표 대구시장(동대문을,2001년 보궐선거·18·19대 총선)이 유이하다. 

다만 최근 동북권 민심의 이상기류가 포착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폴리뉴스'가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지난 5월 29~30일 이틀간 서울시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총선 정당지지도에서 동북권 민심은 백중세를 보였다.

해당 조사에서 동북권의 총선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후보(42.8%)·국민의힘 후보(41.8%)로 나타났다. 단 1% 차이다. 동북권의 야성(野性)이 가지는 위상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이에 국민의힘은 86세대에 대항하는 정치 신예의 선거 구도를 통해 ‘동북 벨트’의 탈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거론되는 여당의 젊은 선수들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노원병)·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광진갑)·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중랑을)·이재영 전 의원(강동을)·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봉갑) 등이다. 

① '尹心' 김병민, 3선 전혜숙과 '광진갑' 리턴매치 

광진갑은 16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진보정당이 4번, 보수정당이 3번의 승리를 기록했지만, 18대 총선 이후로는 진보정당이 연승을 거두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광진갑의 현역은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다. 3선의 중진인 전 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광진갑을 수성하고 있다. 

86세대보다는 윗세대인 전 의원은 약사 출신으로 직능을 살려 20대 국회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 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으로 선출된 전 의원은 당시 재선임에도 '국회의원의 꽃'이라고 불리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관록의 정치인이다. 

전 의원은 내년 22대 총선에서 친윤계(친윤석열계) 정치 신예 김 최고위원과 리턴매치를 펼칠 예정이다. 앞서 두 정치인은 21대 총선에서 이미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30대였던 김 최고위원은 전 의원과 맞붙어 득표율 13.08% 차이로 패배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이 기록한 4만 2천822표의 득표수는 보수정당 후보가 광진갑에서 기록한 역대 최다득표수인 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그 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대변인으로 합류해 친윤계 정치 신예로 활동했다. 아울러 종합편성 채널 등지에서 보수 측 패널로 활약해 인지도를 높인 김 최고위원은 지난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6.10%를 득표해 김재원 전 의원에 이어 2위로 당 지도부에 합류했다. 따라서 4년간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키워온 김 최고위원과 관록의 전 의원은 다시금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② 용산發 이승환, 前 원내사령탑 박홍근 상대로 첫 데뷔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랑을은 16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진보정당이 5번, 보수정당이 1번 승리한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현역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19대 총선부터 현재까지 중랑을에서만 내리 3선에 성공한 터줏대감이다. 

86세대 막내인 박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양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꺾고 민주통합당의 중랑을 후보로 낙점돼 등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그 뒤 박 의원은 이 대표의 대선 캠프 비서실장을 맡아 신이재명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아울러 대선 이후에는 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직을 역임해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한 단계 높였다. 

야권의 유력인사인 박 의원의 맞상대는 선수로서 첫 데뷔를 가지는 이승환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낙점됐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중랑을의 신임 당협위원장으로 이 전 행정관을 임명했다. 

40세의 젊은 후보인 이 전 행정관은 의원실 인턴으로 시작해 단계별로 승진을 거쳐 20대 국회에서 정병국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발탁된다. 그 뒤 21대 국회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한 이 전 행정관은 대선 국면에 들어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멤버로 뛰어든다. 

이 전 행정관은 20대 국회 당시 최연소 보좌관이자 보좌진협의회장에 오를 만큼 정무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 능력을 바탕으로 대통령실의 정무수석실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앞서 도봉갑에 출마하는 김재섭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은 이 전 행정관을 두고 "이분이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정무 감각이 좋은 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행정관의 총선 전략도 국민의힘의 정치 신예들과 함께 동북 벨트의 새바람을 불어 이변을 일으킨다는 계산이다. 그는 지난 7월경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기득권을 대표하는 86세대를 향한 지역 민심의 피로감을 공략해 세대교체이자 시대교체를 일으킨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박 의원이 중랑을에서 얻은 압도적인 득표율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은 경쟁인 것은 사실이다. 박 의원은 첫 출마인 19대 총선의 경우 새누리당의 강동호 후보를 상대로 0.86% 차이의 접전 끝에 승리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강 후보와 재대결에서는 격차를 7.59%로 벌렸다. 그 뒤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의 후보인 윤상일 전 의원을 상대로 24.29% 차이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다.  

③ 이재명부터 한동훈까지 들썩이는 '종로', 조정훈도 대열 합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뉴시스]

'정치 1번지' 종로는 한 지역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종로는 세 명의 대통령(고(故) 윤보선·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유일한 지역구이자 대통령의 관저인 청와대가 위치했던 곳이다. 이렇다 보니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들이 즐비하다. 

아울러 그 상징성으로 인해 종로 출마란 총선을 앞둔 정당의 각오와 정치인의 정치적 결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종로의 선거 결과는 보수정당이 5번, 진보정당이 3번 승리하며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다. 앞서 종로에 연고를 둔 박진 외교부 장관은 2002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후 18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달성한다. 

그 뒤 19대 총선부터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대 총선까지 연승을 기록한다. 21대 총선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종로에 출마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맞붙어 승리를 거둔다. 하지만 20대 대선 당내 경선 후보로 나선 이 전 총리는 충청권 경선에서 이 대표에게 대패하자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던진다. 이에 치러진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현역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되며 보수정당은 박 장관 이후 10년 만에 종로를 탈환한다. 

현재 종로의 22대 총선 예상 출마자는 현역인 최 의원과 현재 민주당의 종로 지역위원장이자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다. 하지만 종로가 가진 상징성이 큰 만큼 유력주자들의 종로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야권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출마를 권유받았다는 이야기부터 이 전 총리가 종로에 사무실을 냈다는 것이 알려지며 종로 재출마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과거 종로 출마를 고민한 만큼 차기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자택이 종로에 위치한 이광재 사무총장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최근에는 친명계(친이재명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의 종로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험난한 싸움이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의 승기를 잡기 위해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당을 위해 헌신함으로써 정치적 위상을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당도 유사한 이유로 총선 승리를 위한 잠룡들의 종로 출마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8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당시 수도권의 열세를 뒤집기 위해 당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부상했다. 당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종로 출마 사례를 언급하며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당내 비윤계(비윤석열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떠오른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대답으로 다시금 지도부의 수도권 출마론이 언급되는 만큼, 22대 총선 전까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의 구세주로 각광 받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종로 출마설도 단골 주제다. 아직까지 한 장관은 출마 의지를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한 장관은 여권이 가진 최고의 흥행 카드인 만큼, 그가 출마해 수도권에 바람을 일으켜주길 기대하는 기류는 여전하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변으로부터 종로 출마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근래 자신의 정체성이 '안티586'이라고 밝히며 86세대의 유효기간은 끝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아직 22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를 정하지 않은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86세대에 해당하는 유력 정치인과 경쟁할 것이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조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는 지역은 종로를 포함해 마포·서대문 등이다. 이 중 조 의원의 요구대로 야권의 86세대에 해당하는 유력주자가 나올 것이 확실한 지역은 종로다. 아울러 조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등원한 발판은 민주당이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국민의힘과 더 가까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6월경 조 의원은 전·현직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모인 '마포포럼'에 참가한 바 있으며 그 자리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조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에 넘어와도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조 의원이 동북권의 바로 옆에 밀착한 종로에서 안티586을 명분으로 출마할 경우, 앞서 국민의힘의 정치 신예들이 짜놓은 동북 벨트의 세대교체 움직임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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