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지난 2022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여야 차기 지도자 1년치 조사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야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로 패배해 이해가 가지만 한동훈 장관은 차기 대권과 사실 거리가 있음에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의외다.

특히 윤 대통령이 취임한 게 2022510이고 같은달 17일 법무부장관에 임명된지 불과 4개월도 안돼 차기 대권 주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장관은 이후 올해 9월 최근 조사에서도 여전히 범보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20229월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에 대통령과 정부는 역대 최저 지지도를 달리고 있는데 대통령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장관님이 그것도 집권 초기에 이렇게 차기 문제가 벌써 거론되고 이래도 되는거예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이어 이 의원은 이제 막 출범한 정부의 장관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게 맞냐, 빼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저와는 무관한 것이고요. 지금 저렇게 되는 상황에서 제가 여기서 뭐 빼달라 말라 이거 자체가 오히려 더 호들갑 떠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고 답했다.

역대 정권에서 장관이나 총리로 대통령으로부터 낙점을 받은 인사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빼달라고 한 인사들이 더러 있었다.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20191월 대선 지지율 조사에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에 공문을 보냈고 정세균 전 총리도 재임시절인 직무수행에 부적절하다고 여론조사기관에 직접 공문을 보내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유 전 이사장의 요구에 여심위는 여론조사기관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결국 이 두사람의 요구는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에서 수용해 빠졌다.

한 장관이 굳이 여론조사기관에 공문을 보내 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봐도 본인 의사보다는 윤 대통령의 암묵적 묵인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재 국민의힘내에서 차기 유력한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보면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나경원 정도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정권재창출이 된다고 해도 자기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방어해줄 인사로 보기에는 애매모호다.

그리고 이들이 여권내 조기에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해봤자 현직 대통령으로서 레임덕에 빠지거나 당이 분열돼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5년 단임제 대통령하에서 권력 게임만하다 임기가 다 끝 날수도 있다. 그리고 윤 대통령 자체가 정치인 출신 대선 주자를 좋아하질 않는 편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한 장관이 부동의 1위를 지켜주면서 곁에 있고 나머지 후보군들을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시키는 게 국정운영과 차기 대권 구상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임기 후반에 있다. 검사 출신 대통령 다음으로 또 검사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공산이 낮은데다 한 장관이 권력욕이 크게 있어보이지도 않는다. 관료형이자 참모형으로 능력이 특출나다는 게 관계 주평가이지 대통령의 자리를 넘볼 만큼 권력의 화신형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1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킨 한 장관이 차기 대권무대에서 사라졌을 때, 윤 대통령은 과연 원오브뎀중에 누구를 차기 대권 주자로 낙점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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