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親明) '핵심'들의 총선 열전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극적인 생환과 함께 친명계(친이재명계) 중심의 내년 22대 총선 채비가 기정사실화 되는 모양새다. 그간 이 대표는 당권 장악을 완성할 22대 총선을 목표로 달려온 만큼, 친명계 세력의 강화와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견제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찐명(진짜 친명계)'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정청래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원외 친명계 인사인 현근택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의 현황을 파악해봤다. 

與 마·용·성 구상 속 정청래의 '마포을'
마포구는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받는 곳이다. 주요 대학가가 밀집한 마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가 이어져 왔다. 특히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마포을은 지난 16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진보정당이 4번의 승리를 가져간 지역이다. 정 의원은 그중 3번의 승리를 거두며 마포을에서만 3선에 성공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최근 험지인 마포 탈환에 의욕을 보이는 상황이다. 서울 강북권의 인기 주거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가파른 집값 상승으로 인해 유권자 지형이 변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마포갑의 경우 공식적인 당협위원장이 부재한 사고당협인 가운데, 여권의 현역의원(이용호·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 의원의 마포을은 마포갑과는 다소 온도 차가 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주자들이 정 의원의 지지세가 공고한 마포을보다,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변수가 존재하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마포갑을 공략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여권 한 관계자는 지난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포을은 현직 당협위원장이 있는 만큼, 출마를 고려하는 후보가 있더라도 연말께나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마포갑·을은 같은 마포지만 지역적 특색도 사뭇 다르고 집값의 차이도 꽤 큰 편이라 동일 선상의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소각장 이전으로 인해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는 곳이 마포을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나서서 소각장 이전을 반대하기엔 오 시장과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고, 안 하면 당선이 안된다.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현재 2026년까지 마포구 상암동에 새 쓰레기 소각장을 신설하고, 2035년까지 마포구의 기존 소각장을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마포구민들은 이미 다수의 기피시설로 인해 고통을 받는 가운데, 서울시가 신규 소각장 계획을 발표하자 결사반대의 입장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의 현직 마포을 당협위원장인 김성동 전 의원도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각장 신설 문제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앞서 여권에서는 지난 7월경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마포을 자객공천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소각장 문제로 인해 여권을 향한 비토가 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 판세를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현재 22대 총선에서 마포을 출마가 예정된 후보는 현역인 정 의원, 국민의힘의 김 전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다. 마포구는 정의당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인 지역으로 꼽힌다.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마포구의 지역적 특성상 다양한 생활양식을 가진 유권자가 공존하는 만큼, 정의당이 공략할 수 있는 지역구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21대 총선 당시 마포을에 출마한 오현주 정의당 후보는 득표율 8.87%로 서울의 타 지역구에 출마한 정의당 후보들이 득표율 5%를 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성과를 걷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장 의원은 지난 9월 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경제부처 결산심사에서 소각장 신설에 대한 지적을 이어간 바 있다. 이날 장 의원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신규 소각장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최재해 감사원장을 상대로 감사원이 마포 주민들이 청구한 소각장 입지 선정 관련 공익 감사를 종결처리한 것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이 없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與 내분 속 공고한 친명 좌장의 '양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5선 의원에 도전한다. 정 의원의 지역구인 양주시는 지난 16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진보정당이 4번의 승리를 기록한 야권 강세 지역이다. 아울러 민주당의 4번의 승리는 모두 정 의원의 승리였던 만큼, 지역 기반 역시 탄탄하다. 

통상적으로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는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양주시의 경우 신도시 개발로 인해 다수의 젊은 층이 유입된 결과 야성이 강한 지역으로 변했다. 실제로 양주시 인근 지역인 동두천시연천군과 포천시가평군은 각각 김성원·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반면 서울 근교인 양주만 정 의원이 4선을 달성하며 지지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에도 경기 동북권의 경우 가평군·포천시·연천군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 대표보다 높았던 반면 양주시·동두천시는 이 대표의 지지율이 윤 대통령을 앞섰다. 이와 관련 양주 지역 정가에서는 정 의원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권의 내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원조 세무사가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양주시 당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두 차례에 걸쳐 현직인 안기영 양주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경 탄원서를 통해 안 위원장의 불공정한 공천 문제를 지적했으며, 지난해 3월경에는 안 위원장이 대선 유세에 소극적이었던 점과 더불어 안 위원장으로는 정 의원을 상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했다. 그 뒤 양측은 당비 사용내역과 관련해 서로 간 고소전을 불사하기도 했다. 

현재 양측의 대립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측은 본지에 "안 위원장이 교체될 때까지 비대위 활동을 계속할 것이지만, 중앙당에 추가로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언론에 따르면 양주시 당원협의회 측도 비대위의 행보를 해당 행위로 판단하고 중앙당의 징계 회부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은 지난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징계 회부를 고려했으나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하고, 비대위 측도 활동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실제로 징계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도 제게 비대위의 탄원서와 관련해 특별히 소명을 요구한 상황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소년공' 이재명이 눈물 흘린 성남 중원구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성남 중원은 여·야 간 대결보다 민주당 내부의 계파 갈등이 더 주목받는 지역구다. 현역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비명계이자 친낙계(친이낙연계) 핵심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반면, 도전장을 내민 현근택 변호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원외 친명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현 변호사는 지난 6월경 원외 친명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당 혁신행동' 소속으로 국회에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평가와 당무감사 결과 공개를 요구 등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주장했다.

아울러 윤 의원은 비명계 의원들 중에서도 개딸(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의 반감이 심한 편에 속한다. 모 매체 출신 기자가 만든 '수박아웃' 사이트는 비명계 의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에 대한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당도를 측정했다. 해당 사이트 민주당 의원들이 6가지 기준을 충족할 경우 1점을 부여하며, 윤 의원은 이 중에서 5점을 받았다. 

이렇다 보니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윤 의원의 지역구에서 원색적 비난이 섞인 항의 시위를 열기도 했으며, 윤 의원이 지난 8월경 자신의 SNS에 게시한 영상에 따르면 현 변호사의 지지자라는 한 여성이 윤 의원에게 고성을 퍼부어 소동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현 변호사도 지난 6월경 성남 중원 모란역 앞에서 진행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운동 부스에서 지지자들과 수박을 먹는 사진을 SNS에 게시해 윤 의원이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윤 의원을 상대로 강한 공격을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로는 지역구가 성남인 점도 존재한다. 이 대표란 정치인이 이름을 알린 첫 시작점이 성남시장인 것과 더불어 성남 중원에 위치한 상대원동은 이 대표 본인이 유년 시절 소년공으로 일했던 곳이며, 상대원 시장은 이 대표의 부모가 생계를 꾸린 공간이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도 지난 대선 유세 당시 상대원 시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이 장면은 대선 TV 광고로 사용됐다. 이 대표의 한 강성 지지자는 지난 3월경 MBC 라디오에 출연해 상대원 시장에서의 이 대표 모습을 보고 지지를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성남 중원의 역대 선거 결과에서 여·야는 백중세를 보였다. 지난 16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각각 4번을 승리해 동률을 이뤘다. 해당 기간 성남 중원에서 최다선을 달성한 정치인은 신상진 성남시장이다. 

신 시장은 2005년 재보궐선거·18대 총선·2015년 재보궐선거·20대 총선에서 승리하며 총 4번의 승리를 거뒀다. 다만 성남 중원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당세가 강한 지역이었던 만큼 진보정당 후보 간의 빈번한 표 분산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21대 총선에서 윤 의원이 당선된 사례도 민주당계 후보로서는 16년 만의 일이었다. 

다만 정치권의 평가는 신 시장이 야권 강세의 성남 중원에서 개인 기량과 지역 기반으로 선방을 이어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성남 수정·중원구는 모두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을 앞섰다. 반대로 보수강세로 평가 받는 성남 분당구는 두 선거 모두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을 앞섰다.

반면 신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성남 수정·중원·분당구 모든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는 신 시장의 탄탄한 지역 기반과 함께 이재명·은수미 성남시장 체제를 거치며 불거진 각종 논란에 따른 민주당 지지세 약화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 지방선거 성남시의회 기초의원 선거 결과 의석수 34석 중 국민의힘이 18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아직 윤 의원을 상대할 대항마를 고르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신 시장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성남 중원 당협위원장을 임명하지 못한 채 1년간 사고당협으로 남겨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17대 총선 이후 신 시장이 보수정당의 후보로 출마하지 않는 첫 선거인 만큼, 후계자 찾기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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