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이전하는 기업 늘 수도"... 산업계 향후 대책 고심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와 대한상공회의소 · 한국무역협회 · 한국경제인협회 · 중소기업중앙회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제 6단체는 지난 11월 13일 오전 9시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18층)에서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경제 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와 대한상공회의소 · 한국무역협회 · 한국경제인협회 · 중소기업중앙회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제 6단체는 지난 11월 13일 오전 9시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18층)에서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경제 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ㆍ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산업계는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노란봉투법이 현실화할 경우, 산업현장 불법행위와 점거 등으로 기업 경영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계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야당에서는 이 법 통과와 관련해 정치적 노림수를 지적하기도 한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노조 간의 선거용 입법 거래라고 주장한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ㆍ3조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파문 확산
- 경제계 “노란봉투법 시행되면 산업생태계 붕괴할 것… 중소기업 줄도산 우려”


여야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 회의에 회부된 지 169일 만이다. 법안에 반대해 온 여당이 예고했던 무제한 토론이 전격 철회하면서 곧바로 표결로 이어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 회장을 퇴장한 상태에서 표결은 시작됐고, 노란봉투법은 일사천리로 본 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고 환영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은 파업 유도법이나 노조를 위한 법이 아니라 벼랑 끝에 있는 분들에게 손을 내미는 인권 법안이다"라고 치켜세웠다.

- '노란봉투법 규탄‧거부권 행사 촉구'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이 반헌법적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청주 상당 5선) 국회부의장은 "민생을 보듬고 경제 살리는 데 매진해도 부족할 판에 제1야당이 정부·여당의 정책을 훼방 놓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다음 선거만을 위해 악마의 거래를 하는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벌어지는 참사다"라며 "민주라는 이름을 참칭(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스스로 부름)하며 오히려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는 민주당의 악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우택 의원은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있고 노동도 있는 것인데, 이 법은 오히려 기득권 노조의 특권만 강화할 뿐 기업과 국민의 일자리, 노동환경은 더욱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 6단체가 이 법  통과 땐 이 땅에서 사업 못한다고 읍소할 지경이라고 했다.

실제 경제 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노조법 제2․3조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한 입장'을 통해 유감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그동안 경제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사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르고 우리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음을 여러 차례 호소한 바 있음에도, 야당이 경제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개악 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6단체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고 있으며 이는 도급이라는 민법상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원청 대기업을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여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산업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양한 협업체계로 구성된 상황인데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원청기업이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결국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野, 총선 겨냥 입법 속도전….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건의

경제 6단체는 "법안은 ‘노동쟁의’의 개념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며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이 임금, 근로 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고도의 경영상 판단, 재판 중인 사건까지 대폭 확대되며, 이에 따라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경제계는 “개정안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이 불법 쟁의행위 가담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으나, 개정안은 가담자별 가담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불법 쟁의행위를 하는 우리 현실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대다수가 사업장 점거와 같은 극단적인 불법행위가 원인인 상황에서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마저 사실상 봉쇄된다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수도 있다.

2022년 10월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조합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전체 금액의 98.6%가 위력으로 사업장을 점거해 손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계는 “개정안은 원청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시키고 노조의 극단적인 불법 쟁의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해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며 “가장 큰 피해는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이 가져올 경제적 위기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통령께서 거부권 행사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시길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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