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좌초’ 책임론에 공관위 하마평까지 김기현 ‘푸딩 체제’ 여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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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혁신위 ‘조기 종료’에 비대위 전환 한숨 돌렸지만 용산 입김 여전  
공관위 출범이 중대 분수령...김한길‧김병준‧안대희 등 尹측근 하마평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당내 친윤(친윤석열) 중진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등 당 혁신과제를 놓고 극심한 마찰음을 빚었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중도 하차에 한숨 돌린 모습이다. 다만 여당의 현 지도체제는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혁신위와의 갈등, 당 지지율 교착화 등으로 내부 신뢰도에 금이 간 상태다. 혁신위 사태가 일단락된 현재까지도 여당의 종국적 총선 리더십은 ‘한동훈 또는 원희룡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말이 정가에서 끊이지 않을 정도다. 나아가 혁신위 해체와 동시에 당 공천관리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거론되는 것도 김기현 체제의 낮은 리더십 밀도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혁신 좌초’ 책임론도 김기현 지도부의 목전에 닥친 극복과제다.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총선 전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여당 리더십은 언제든지 바람 앞 등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김기현호(號)가 내년 4월 총선까지 순항하기에는 암초가 널린 현실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7일 혁신위 조기 해체를 선언했다. 김 대표의 혁신 의지를 믿어보겠다며 6호 혁신안에 이르기까지 혁신기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입장이다. 수차례 당 지도부에 혁신안 이행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함흥차사인 현실에 체념한 데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항간에는 당 지도부와 더 이상 반목하지 말라는 취지의 용산발(發) 메시지가 있었다는 후문도 돈다. 

결국 ‘당 중징계 인사 대사면’이 골자인 1호 혁신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案)들은 모두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표류했다. ‘푸른 눈의 한국인’이 이끄는 집권당 혁신위가 출범 이후 시종일관 파격 혁신안 제시로 지도부와 주류 중진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꾸준히 화제를 모았던 궤적에 비춰보면 초라한 결말이다.

이로써 김기현 지도부는 혁신위 사태가 여차저차 봉합되면서 1차 리더십 위기를 넘긴 모양새지만, 여전히 체제 존속이라는 측면에서 내년 총선까지 험지일로를 걷게 될 전망이다. 혁신안 무산에 따른 비판 여론부터 당 운영 실권을 놓고 견제구도를 이룰 수 있는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에 이르기까지 첩첩산중 여정을 앞두고 있다.

특히 향후 선대위가 구성되면 김 대표와 선대위원장이 투톱 분권형 체제로 총선국면을 진두지휘할 공산이 크지만, 이 경우에도 김기현 지도부의 존재감 반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정이 선대위원장으로 ‘메가톤급 인물론’을 내세운다는 구상을 벼르고 있는 만큼, 총선 전권이 선대위에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힘이 비대위 또는 선대위 원톱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관측은 출범 10개월차에 접어든 김기현호 여당의 ‘재무제표’에서 비롯된다. 근본적으로 당 정강정책이나 민생 의제에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내비치지 못하는 등 중추가 빈약한 탓에 내년 총선까지 4개월여 남은 현 시점까지도 야당과 지지율 30%대 박스권 동률에서 뒤엉켜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에 기대 정기국회 말미까지 탄핵안 남발과 쟁점 법안 단독처리를 연신 강행하는 동안 표결 보이콧이나 필리버스터와 같은 원론적 대응으로만 일관했다는 혹평도 잇따른다. 국회 의석 구조상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는 해도, 중앙정치의 양축을 이루고 있는 집권 공당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용론’은 김기현 지도부의 고질적 딜레마다.   

이런 가운데, 총선 국면에서 공천 등 막강한 실권을 쥐게 될 공관위원장 인선부터 여당 지도체제에 균열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총선 간판으로 ‘김기현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인식은 이미 용산과 당내 기저에 깔려있는 부분”이라며 “결국 공관위원장, 선대위원장 발탁이나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이 남은 카드인데 애매한 투톱 체제로 가기보다는 존재감 확실한 거물급 인사를 원톱으로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현 지도부의 입지도 점차 쪼그라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혁신위 떠났지만, 더 큰 것이 온다 

국민의힘은 현재 공관위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혁신위 해체 후 공백이 길어질수록 당 최고위원회의 ‘혁신안 거부’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공관위를 조기 구성해 이러한 여파를 최소화한다는 계산에서다. 

무엇보다 혁신 과제를 공관위로 넘김으로써 중진 험지 출마 및 용퇴론과 같은 고차방정식 현안에 대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중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공관위가 출범하면 총선 최대 이슈인 ‘공천(公薦)’이 화두에 오르는 만큼, 그동안 시간을 두고 혁신안 조율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내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영남권 중진에 대한 대폭 물갈이가 예견된 상황에서, 공관위의 공천 심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이면 험지 출마나 총선 불출마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혁신안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지도부의 복안으로도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관위를 조기에 띄우며 공천 심사에 들어가게 되면 (공천)티켓을 놓고 의원들의 험지도 불사하겠다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라며 “문제는 공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인데, 만약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용산 라인이 당으로 들어오면 혁신위 기조를 계승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강력한 지도부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윤 대통령이 최근 김 대표를 만난 것은 현 지도체체 신임이 아닌 지도부-혁신위 갈등 진화용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용산 핵심라인이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으로 차출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국면을 여당 지도부에 전적으로 맡겨두기엔 총선이 4개월 남은 현 시점까지 여당 자구책으로 드러난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전, 지도부-혁신위 갈등, 국회 교착상태 등 국민의힘의 최근 궤적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는 여권 내부 기류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렇다 보니 용산 대통령실이 공관위 출범을 기점으로 이른바 전략적 새판 짜기라는 ‘윤심(尹心) 특명’을 짊어진 인사를 내려보낼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뉴시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뉴시스]

김기현과 투톱 이룰 공천 실권자, 누구 

국민의힘은 이달 중으로 공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올 연말까지 조직을 꾸려 내년 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혁신위 사태로 하락한 민심 신뢰도를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공관위는 혁신위가 남긴 중진 희생론 등 혁신안을 구체화하고 공천심사 등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며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하는 만큼, 그 무게가 막중하다. 이에 국민의힘이 공관위를 이끌 공관위원장으로 누구를 발탁하느냐도 최대 관심사다.

8일 현재 여당의 공관위 인선 기조에 윤곽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선 일찌감치 용산발 공관위원장 차출설이 돌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공관위원장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는 모두 윤 대통령의 멘토이자 최측근으로 지목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다. 이 밖에 보수계 정치모임인 ‘마포포럼’을 이끌며 현 정부를 물밑 지원하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하마평에 올라와 있다.  

현재로선 김 전 비대위원장의 공관위원장 발탁설이 가장 유력하다. ‘용산 그림자 실세’인 김한길 통합위원장은 줄곧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나 비대위원장 등판 가능성이 거론됐던 터라 공관위원장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짙다. 안 전 대법관의 경우 정무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지만, 그간 보수권 막후정치로 일관해 온 인사라 대외적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반대급부가 크다는 진단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고위관료 출신으로, 보수정당의 외연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이력도 발탁설에 힘을 싣는 요소다. 무엇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직무대행을 지내면서 용산과 거리를 뒀던 만큼, 공정성 담보 차원에서 타 후보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 자한당 비대위 시절 존재감 부족으로 리더십 한계를 보인 데다, 국민의힘 주류와도 접점이 얕아 조직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엄존한다. 

또 일각에선 김기현 대표의 공관위원장 겸직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혁신위 사태 책임론에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실제로 김기현 지도부는 현재 공관위원장 선임을 위해 제3의 외부 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공관위는 위원장 포함 10명 이내의 위원들로 구성되며, 재적 2/3 이상은 원외 인사를 영입하도록 돼 있다. 인선 최종 의결권은 당 대표 이하 최고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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