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호남 희귀자원’ 이정현, 내년 총선서 ‘곡성 대파란’ 재현하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뉴시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보수권의 몇 안 되는 ‘호남 자원’으로 손꼽히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윤석열 정권의 서진(西進) 선봉장을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20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하는 등 ‘호남 파란’을 일으킨 주역이다. 전남 곡성 출신인 그는 구 보수정당 의원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해 18대 국회 비례대표, 19‧20대 국회 순천 지역구 의원,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홍보수석 등을 거치며 친박(친박근혜)계로 입지를 다진 끝에 새누리당 대표까지 맡았던 입지전적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진보정당의 본산이자 보수정당의 무덤인 전남에서 무려 2연속 의원배지 착장에 성공하는 등 파격 커리어를 보유한 그의 정치적 희소성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에 ‘곡성 바보’ 이 전 대표가 22대 총선을 기해 제2의 호남 파란을 일으키며 여의도로 복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곡성 바보’ 이정현, 여의도 재입성 꿈꾸다

이정현 전 대표는 지난 19‧20대 총선 때 곡성‧순천에서 4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이며 민주(통합)당 후보들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이 전 대표가 지역구 당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했을 당시 ‘아름다운 바보’라는 수식어가 통용됐을 정도다. 흔히 정치권에선 험지 출마를 고집하는 뚝심 정치인들을 두고 긍정적 레토릭으로 바보라 일컫는다.

그런 이 전 대표가 어쩌면 정치 혁신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현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한 정치인인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의 재선 의원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이정현 (전) 대표는 총선 출마하면 지역구도 혁파라는 점에서 당 정치혁신 코드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선거구 획정 시즌이면 어떻게든 쉬운 길 찾겠다고 지역구 쇼핑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은데, 우리 당으로선 이 대표와 같은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총선 전 인적쇄신 의제에 당 대표가 자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모색하는 등 ‘혁신 성장통’을 겪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호남행(行) 선언은 여당의 제2 혁신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용산 대통령실도 그런 이 전 대표를 주목하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맡겼다. 보수정당을 ‘전국구 정당’으로 변모시켜야 한다며 지역구도 타파에 일신해 온 그가 지역균형발전 기구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곧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유력한 ‘호남 총선카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각종 언론 등을 통해 호남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뒤 모당(母黨)인 국민의힘의 대대적 혁신을 주문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총선 출마 공식화에 앞서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의힘이 총선 위기설에 휩싸인 데 대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급한 것은 공천”이라며 “국민의힘을 구성하는 정치 엘리트들을 바꿀 때 단순히 물갈이가 아니라 완전히 판을 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편적 인적 쇄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 차원의 총체적 체질변화를 통해 표심을 자극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또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대표의 퇴진을 놓고서는 “여당에서 상징적인 사람들이 기득권 내려놓기를 했다면, 앞으로 내려놓고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당이 어떻게 변하는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빨리 고치고, 국민 뜻에 맞출 수 있다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현의 호남 출마 지역구, 어디

이 전 대표는 현재 호남 출마 의사를 굳힌 상태다.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을 한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안은 전남 순천‧곡성과 광주 서구을 등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이 전 대표의 선택지를 크게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남 지역정가에 따르면 국회 선거구 획정과 연계해 이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은 크게 4곳이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7‧19대 총선에서 두 번에 걸쳐 지역구 입성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낙선한 광주 서구을을 비롯해 현재 갑‧을로 분구될 것으로 보이는 전남 순천시, 고향인 곡성이 있는 광양·곡성·구례 등이다. 

특히 순천의 경우 지난 3.8 전당대회 출마 등으로 당 안팎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출마가 예정된 곳이다. 순천에서 재선을 지낸 이 전 대표로선 현행 선거구라면 천 위원장과 출마지가 겹칠 수 있었지만, 순천이 갑‧을 선거구로 나뉘는 획정안이 확정될 경우 출마지 옵션이 추가된다. 이 전 대표는 여의도 현실정치를 떠난지 수년차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순천 정가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광양‧곡성‧구례도 이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곳이다. 내년 총선 획정안에 따라 현행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서 순천이 빠지면, 이 전 대표의 고향인 곡성과 친야(親野) 색채가 상대적으로 옅은 광양시가 주류 표심이 될 것으로 보여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한 선거지형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의 궐위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전남 순천‧곡성)에서 49.43%의 최종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곡성은 이 전 대표에게 무려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율을 보내며 이 전 대표의 재보선 당선을 견인했다.

광양의 경우 보수 지지세가 강한 경남과 인접해 있는 데다 영남 출신 직원 비중이 높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입주해 있어 진보‧보수 혼조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역대(6~9대) 광양시장은 모두 무소속이다.

광주 서구을 또한 이 전 대표가 과거 두 번의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압도적 ‘진보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9대 총선에서 그가 거둔 39.7%의 득표율은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에 상당한 충격을 떠안겼던 결과다.    

한편, 이 전 대표는 현재 이들 4개 지역구 외에도 전남 목포 등 호남 서남부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활동 폭을 넓게 가져가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회 선거구 획정이 늘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출마 지역구 스펙트럼을 넓혀두려는 의중으로 읽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