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부겸, 20일 비공개 회동...이낙연 면담 및 선거제 개편 등 논의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모처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회동을 가졌다. 신당 창당 등 제3지대행에 나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 야권 주요 인사들과 연대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이 대표에게 '명낙(이재명-이낙연) 회동'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등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총선 전 당의 전열을 유지해야 하는 이 대표에게 또 하나의 중대 과업으로 던져진 셈이다.

이 대표로선 야권 거물급 인사인 김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손 잡고 제3세력화 연대에 나선다면 야권 분열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 이재명 지도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명(비이재명)계가 집단 탈당하는 등 초유의 분당(分黨) 사태 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기류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과 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오찬을 가졌다. 두 사람은 1시간 30분가량 대화를 나눴고, 당 통합 과제와 선거제 개편에 관에 주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많은 분들을 만나 당 통합을 위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수습방안도 찾아보기 바란다"며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적극 나서길 권했다고 한다. 

아울러 김 전 총리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서도 "범민주진영 대표자로서 이런 부분(선거제 개편 등)에 대해서도 의견 수렴해 달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취지를 이해하고 여러 의견들을 수렴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이날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에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많이 도와달라는 취지의 말도 건넸고, 이에 김 전 총리도 당 외부의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두 사람의 회동으로 민주당이 내홍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날 회동과 관련해 갈등의 중심에 선 이낙연 전 대표가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진 데 대해 불쾌감을 내비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출입 기자단 공지를 통해 "발표된 내용만으로 보면 당이 변화할 것인지에 진전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실망스럽다"고 했다. 또 "나로서는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다만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까지 당의 혁신적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탈당 후 제3세력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읽힌다.

그간 이 전 대표는 비명계와 함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당 도덕성 회복을 매개로 이재명 지도부의 사퇴를 압박해 왔다. 이 전 대표는 비명계가 주장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론에도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대표가 민주당에서 당권을 굳힌 상황에서 지도부 총사퇴에 이은 비대위 출범은 쉽지 않아 보인다. 친명 지도부도 내년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2선 후퇴할 의중이 전혀 없다는 게 내부 중평이다. 무엇보다 당 내부에서도 친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재명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기류가 뚜렷하다. 

실제로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공개적으로 "권리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지지를 받고 있는 당대표를 총선 공천 절차가 곧 시작되는데 물러나라고 하면 어떻게 당에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비명계의 퇴진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김 전 총리가 언급한 선거제도 당내 난상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라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 현재 민주당에선 준연동형과 병립형을 놓고 이견이 첨예한 상황이다. 최근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선거제와 관련해 '멋을 빼고 선거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선거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낸 바 있어, 당시 이는 병립형 선회 기조로 읽혔다.

결국 명낙회동이든 선거제 개편 방향성이든 당장 결론을 내기 힘든 초유의 난제들인 만큼, 이날 이재명-김부겸 회동과 별개로 민주당은 내홍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올 연말을 민주당 혁신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8일 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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