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단독 입수 ‘서울시 계약서’ “분쟁 시 센터 결정 대로”
서울시 “입주자 심정 이해하지만 계약은 절차적인 부분, 이행해야”

서울시 산하의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입주민에게 내민 연장계약서. 2023년12월28일 근무일 수로 단 하루를 남기고 내민 계약서에는 2024년 단 2개월만 기간이 주어진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정우 기자]
서울시 산하의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입주민에게 내민 연장계약서. 2023년12월28일 근무일 수로 단 하루를 남기고 내민 계약서에는 2024년 단 2개월만 기간이 주어진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서울시가 경력단절여성 및 여성일자리 육성 및 지원기관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 운영 종료에 나섰다. 입주기업들은 퇴거를 2023년 12월28일 서울시로부터 2개월 연장계약서를 받았다. 입주자들은 업무일 기준 하루를 남겨두고 받은 계약서로 “강제 퇴거를 앞두고 불합리한 조건의 계약서로 협박받는 것 같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센터 운영기관인 서울여성가족재단은 “불합리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답했지만, 상급기관인 서울시는 “규정상 당연한 절차”라는 입장을 밝혔다.

故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육성 일환으로 운영을 시작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센터)’이 7년 만에 문을 닫는다. 운영비를 지원해온 서울시가 올해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 그 이유다. 

서울시가 사업 중단을 통보하면서 입주기업과 입주자들은 대안 없이 거리로 내몰릴 처지다. 센터 입주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023년 12월2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일방적 퇴거 통보를 규탄하며, 시에 대안 제시를 요구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센터에 남아있는 16개 기업은 지난 2023년 10월 입주연장평가에 응시해 2024년 12월31일까지 입주할 권한을 (센터로부터) 약속받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갑작스레 2024년 2월 퇴거를 통보해 입주기업과 운영진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7년간 총 154억 원의 상당한 예산을 들여 운영한 센터를 비워버리고 방치해 두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며 “센터 운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하고, 퇴거를 진행하는 과정도 공정하고 올바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센터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결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정책 방향성의 변화로 사업 종료는 불가피하다”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서울시는 “서울여성공예센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2월까지 모든 입주기업이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라고 2023년 12월15일 통보했다. 

입주자 “서울시, 합의 안 된 계약서 들이밀어… 거의 협박”

입주기업 관계자 A씨는 취재진에게 “2월 말까지라도 머물기 위해서는, 사전에 합의하지도 않았던 연장계약서에 서명을 하라고 한다”라며 “서명을 하지 않으면 2월은커녕 2023년 12월31일자로 방을 빼라며 거의 협박을 당하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A씨는 “어제 (2023년 12월28일) 오후 5시경 2개월짜리 ‘입주연장계약서(2024년 2월까지)’를 전달받았고, 사실상 올해 마지막 평일인 오늘까지 작성을 압박받았다”라며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무조건 서울시의 말을 따른다’라는 등 불합리한 조항들이 있지만 하루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명하지 않는다면 철거를 당하게 된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에게 연장계약서 서명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업무일 기준 단 하루에 불과하다. 

입주자들에 따르면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을 경우, 2024년 1월부터 불법 점유자가 된다. 앞서 A씨 등 입주자들은 2023년 11월 연장평가 결과 이후, 다른 공간으로 옮길 기회가 있었음에도 센터에 지속 머물기로 했다. 당시 센터 측에서 구두 상 연장을 언급한 것이 그 이유다. 최근 센터는 2024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입주 업체 간 네트워킹’을 구상하기도 했다.

A씨는 “갑자기 2023년 12월15일 ‘예산이 전액 삭감됐으니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구두로 (연장) 확답을 받은 상황이었는데도 서울시의 설명이나 입주자와의 만남은 전혀 없었다”라면서 “이곳(센터)의 용도에 대한 계획이라도 알려줬으면 쫓겨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없었을 텐데 그냥 비워둔다고 하더라”라고 답했다.

서울시 산하의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입주민에게 내민 2개월짜리 연장계약서. [박정우 기자]
서울시 산하의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입주민에게 내민 2개월짜리 연장계약서. [박정우 기자]

단독 입수, 서울시가 제시한 ‘입주연장계약서’ 조항

취재진이 입수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 아리움 입주연장계약서’를 통해 입주자들에게, 2024년 1월1일부터 2024년 2월29일까지, 입주 기간을 연장하도록 서울시가 제시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제5조 (연장계약기간) ‘연장 계약기간은 2024년 1월1일부터 2024년 2월29일(입주만료일)까지로 한다.’ 

▲ 제15조3항 (퇴실 및 원상복구) ‘입주자가 본 계약 종료일 이후에도 소유물을 반출하지 아니하거나 목적물을 원상으로 회복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센터는 임의로 입주자의 소유물건을 일정한 장소로 옮겨 놓고 목적물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전액 입주자가 부담한다.’

▲ 제16조1항 (계약해지 및 퇴실명령) ‘입주자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센터는 계약만료일 이전이라도 사용승인을 취소, 변경 또는 그 사용을 정지시킬 수 있다.’ ▲ 제16조1항10 ‘국가적 행사 또는 시나 센터에 입주계약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정이 발생하였을 경우.’ ▲ 제16조1항13 ‘이외에 입주자로 인해 서울여성공예센터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

▲ 제16조5항 ‘본 조항에 의하여 계약이 해지된 경우 입주자는 센터에 대하여 일체의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 제21조1항 (분쟁 및 관할) ‘이 계약에 관하여 센터와 입주자 간에 해석상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 계약에 명시되지 아니한 사항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써 해결한다. 단, 합의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센터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 

또 다른 입주자 B씨는 계약서 관련 “이렇게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계약은 처음 본다”라며 “분쟁 관련 합의를 못할 경우 상대방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계약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시 및 서울여성가족재단의 입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12월29일 취재진에게 “하루 전 입주연장계약서가 공문으로 발송된 건 사실”이라며 “따로 불합리한 부분들을 추가로 넣은 것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16개 입주기업을 위해 2개월 치 예산 3억 원 확보했다”라면서 “규정상 2023년까지였으나 서울시가 2024년 2월29일까지 머물도록 해주는 것이니, 그때까지 있으면서 사업 이전 준비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계약서 작성 기간 및 조항의 불공정’을 주장하는 물음에는 “입주자들을 위해 서울시가 최대한 권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2개월의 기간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는 입주자들이 따라줘야 한다”라며 “이틀 전이라도 서명해 두 달을 보장받고 사업 이전 준비를 하면 된다. 계약서가 (하루) 직전에 왔다고 큰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불합리한가. 규정상 30일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지금 60일을 보장해 주는 것이고 16개 기업을 위해 서울시가 3억 원을 투자하는 것이다”라면서 “서울시가 1개 기업 지원을 위해 3500만 원을 써야 한다. 근데 연간 매출액은 1500만 원이다. 1000만 원도 채 안 되는 기업도 있다. 그래도 여성들의 경제참여 독려 취지가 있으니 예산 편성을 위해 3개월간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시 예산과에서 예산편성 당시 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했고, 전액 삭감했다”라며 “도곡동에 여성 창업플라자 시설과 중복되니 통폐합하라는 취지의 삭감인 것 같다. 더불어 시의회 예결산위원회(회의) 과정에서 최종 결정됐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입주자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연장계약서는 절차적인 부분이기에 따라야 한다”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는 여성공예센터의 지역 활성화 효과를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의 지역 경제 활성화 계획 아래 센터 인근에서 가칭 ‘공릉동 계획’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기조에서 서울시 예산과에 의해 센터 예산 삭감을 진행한 것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여성공예센터]
[서울여성공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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