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연 매출 10조 원 웃돌기도

용산 전자상가 철거 공지 플래카드. [박정우 기자]
용산 전자상가 철거 공지 플래카드.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한때 전자기기의 성지로 불렸던 ‘용산 전자상가’.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을 뒤로 한 채 일부 상인의 호객행위와 바가지로 명성을 잃으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는 재건축 예정 플래카드만이 손님을 반기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을 취재진이 들여다봤다.

2000년대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인터넷이 대중화되며 IT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용산 전자상가는 연 매출이 10조 원에 육박할 만큼 성행했다. 상가마다 컴퓨터, 카메라, 휴대폰, MP3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 활성화와 동시에 일부 상인들의 호객행위, 바가지가 성행하며 일명 ‘용팔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이는 언론 보도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고, 신뢰를 잃은 용산 전자상가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산한 전자상가 내부. [박정우 기자]
한산한 전자상가 내부. [박정우 기자]

‘철거’ 예정인 IT ‘메카’

지난 11일 오후께 취재진이 방문한 현장에는 광고 대신 “본 건물은 철거 후 재건축할 예정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인근 전자상가들도 마찬가지로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30년간 이곳을 지켜온 게임 기기 매장 상인 A씨는 “이곳에 30년 동안 있으면서, 용산 전자상가의 변천사를 다 봐온 것 같다”라며 “양심 있는 상인과 덤터기를 씌우는 상인은 여전히 공존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상인들은 대부분 손님과 믿음을 지켰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2년간 음향 장비를 판매한 상인 B씨는 “시대가 변하는 건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손님과 신뢰를 유지하는 건 노력할 수 있다”라며 “용산 전자상가의 일부 상인들은 눈앞 이익 때문에 전부를 잃게 됐다”라고 밝혔다.

전자기기도 온라인 마켓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 상인들은 오프라인 상점의 강점으로 자세한 설명과 제품 활용 노하우를 꼽으며 여전히 명맥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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