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 둔화 우려로 올 초까지 부진 이어질 듯“
지난해 4분기 영업익 3382억 원…전년比 42.5% 증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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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실적 부진은 올해 초반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약세로 돌아선 전기차 수요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든 8조14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5% 증가한 3382억 원을 기록했다.

전날 하이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60만 원에서 53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높은 기술력과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특히 올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GM과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지급 관련 협의와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따라 중장기 실적 전망치가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력 고객사인 GM에게 합작법인으로 받는 AMPC를 지분율보다 높게 배당해줄 가능성과 11월 예정인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전기차에 우호적이었던 기존 정책에 변화가 발생해 전환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럽 완성차 제조사들이 2025년부터 보급형 전기차에 리튬인산철(LFP)을 본격적으로 채택할 계획이기 때문에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지금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해야 할 시점”

하이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와 유럽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약 12만대로 6월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유럽은 약 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정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증가했고, 전기차 수요가 겹치면서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셀 주문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ESS 매출이 전력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3배가량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예상 대비 비용은 증가하면서 개선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과 중장기 전환 목표치를 수정한 바 있다. 정 연구원은 “높아진 전기차 재고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어도 1개 분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과정에서 배터리 셀 수요 감소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의 2026년 예상 실적기준 밸류에이션은 19.9배 수준이지만 실적 전망치 조정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며 “지금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전기차 수요 ‘상저하고’ 뚜렷…하반기부터 회복세”

신한투자증권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42% 하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목표가를 기존 5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9% 낮췄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보조금 2501억 원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든 881억 원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EV)용 원통형 전지와 중대형 전지가 수요 둔화에 직격했다”며 “원통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가 재고 소진에 집중해 매출과 수익성이 감소했고, 중대형 전지의 경우 유럽의 가동률 부진과 전반적인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됐으나 북미 GM의 판매 확대와 AMPC 인식의 성장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된 부진보다 업황 회복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 연구원은 “원통형 수요는 주요 고객사의 페이스리프트 차종 출시에 따라 2분기부터 수요 회복과 재고 축적이 이어질 전망이고, 중대형 수요는 유럽 회복 속도가 아직 더뎌 오는 하반기를 턴어라운드 시점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올해 전기차 수요는 상저하고가 뚜렷할 것으로 봤다. 정 연구원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일단락되고 주요 신차들이 출시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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