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신용사면’ 진행 시 역대 4번째
정관계 사면 인사로 김관진·서천호 등 이목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왼). [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왼).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대통령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대대적인 사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의 경기 침체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 기록이 남은 소상공인의 여건을 감안해 신용사면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관계 인사 중에서도 특별사면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 속에 김관진 등이 주요 인물로 논의된다. 일각에서는 총선 전 정치적 의도가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다음 달 설 명절을 앞두고 ‘신용사면’을 금융당국 및 금융권과 협의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서민·소상공인의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신용사면의 구체적인 대상과 방법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신용사면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가 “코로나19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출 기한을 지키지 못해 연체를 한 경우 추후 상환을 완료하더라도 연체 기록이 남아 은행대출이 어려워지는 애로사항이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정상적 경제활동에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신용회복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답했다. 바로 다음 날인 지난 5일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도 신용사면과 관련 “바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정직하게 일했던 사람도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과거 사례도 있기에 이렇게 대책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박근혜, 문재인 정부 이어 역대 네 번째 될까

정부가 ‘신용회복’으로 칭하는 신용사면은 연체 기록을 삭제하고, 정상적 금융활동이 가능하도록 해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를 도모하는 조치다. 이번 신용사면이 단행될 시 1999년 김대중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 2021년 문재인 정부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이번 신용사면은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와 금융권이 공동으로 체결한 코로나19 신용회복지원 협약에 따라 단행된 코로나 신용사면과 비슷한 규모와 방식이 될 것이라 관측된다. 

지난 사면은 코로나 기간인 2020년 1월1일부터 2021년 8월31일까지 발생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2000만 원 이하 소액연체, 대위변제·대지급 정보에 대해 연말까지 전액 상환된 경우에 해당됐다. 

당시 지원대상이 되는 차주의 연체이력 정보는 금융기관 간 공유하지 않도록 제한했고, CB사의 개인·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에도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이에 개인 211만3000명, 개인사업자 16만8000명 등 약 228만 명이 신용사면의 혜택을 봤다. 개인 기준 평균 24점의 신용점수(NICE 기준) 상승효과도 나타났다. 개인 기준 신용점수는 평균 678점에서 702점으로 올랐고, 개인사업자 기준 평균 신용등급은 7.8등급에서 7.3등급으로 0.5등급 상승했다.

尹 대통령 민생행보, 성실 차주 역차별?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성실상환 차주에 대한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아가 신용사면으로 불특정 다수의 채무자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연체의 악순환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신용사면을 통해 오히려 부실차주와 우량차주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지게 돼 무분별한 대출이 많이 나타나면서, 되레 금융시장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부실이 커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런 비판이 오고 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등포구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지난 10일 “힘들 때 외면하다가 총선 직전에 신용회복을 해준다고 하니 참 공교롭다”라며 “선심성 공약이 남발하면 결국 부작용에 대한 피해는 서민들이 입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관계 사면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정치인 사면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면 대상 등을 여러모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사면이 현실이 되면 4월 총선 출마도 가능해질 수 있다.

특별사면,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부터 MB 정부 인사까지

정관계 사면 대상으로는 국방부 장관 출신 김관진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거론됐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군 댓글 공작 사건으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재상고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의 사면·복권에도 이목이 쏠린다. 서 전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사태 당시 경찰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다가오는 설을 앞두고 사면과 복권이 모두 이뤄진다면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신용사면, 정관계 사면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로 사면이 이용되면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사면’은 민생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라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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