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시대 개막, 20대(620만) 보다 많은 70대(632만) 

대한노인회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대한노인회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대한민국은 사실상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오는 22대 총선에서는 ‘노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이른바 ‘노인 마음 추스르기’에 나서고 있다. 

22대 총선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초고령 사회를 문턱에 두고 치르는 이번 선거를 두고 여야는 지역 어르신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공략을 다듬고 있다. 무엇보다 노인 관련 비호감을 얻은 이슈나 인물에 대해서는 단속에 나서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머리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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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의 초고령 사회는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 및 통계청 등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8.4%로, 수치상으로는 ‘아직’이지만 전국 8개 광역자치단체는 평균 20%를 넘겨 초고령사회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고연령 층의 투표참여율 이다. 65세가 포함된 60대 연령층의 투표 참여율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선관위에 따르면 총 투표율 66.2%를 기록했던 지난 21대 총선 당시, 60대의 투표율이 80.0%로 1위를 차지했고 70대가 78.5%로 2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50대가 3위를 기록했다.

앞서 20대 총선을 돌아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70대가 73.3%로 1위, 60대가 71.7%로 2위, 다음으로 50대가 60.8%로 3위를 차지했다. 19대 총선과 18대 총선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것은 60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초고령 사회의 잣대가 되는 65세 이상 인구비가 20%를 목전에 둔 가운데 고령층 즉, 노인 인구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차기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출마를 선언하거나 예비후보로 손꼽히는 총선 주자들은 저마다 노령 및 고령층 대응 공약 발표에 앞 다투는 상황. 특히 노령층 일자리 창출은 지역을 막론하고 차기 총선 주자의 단골 공약 소재다. 더욱이 노인복지와 독거노인 정책 등 노인 유권자와의 접점을 높이기 위한 공약을 찾는데 안간힘이다. 

여야 정치권, ‘노인비하’ 막말에 ‘노심초사’

이런 가운데 정치권 최일선에서는 노인 단체를 찾아 ‘관심 얻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슈의 정점에 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대한노인회를 찾아 “4월10일 선거를 반드시 이기고 싶지만, 안 찍어주셔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 공경하겠다”라면서 “정치문제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한동훈 비대위가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던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가 한 유튜브에서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라면서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들끓었기 때문. 해당 방송에서 민 전 비대위원은 즉시 “죄송하다”라고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안이 불거진 후 그는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중앙회장을 만나 “처음 출범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서는 다 제 책임”이라며 “제가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어르신들께 드린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저희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고 어르신 공경하는 마음을 실천하도록 며칠 전에 다시 한 번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노인 비하’ 발언과 관련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를 이끌던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당시 청년좌담회 자리에서 “둘째아들이 중학생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자기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논란이 거센 가운데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이 “맞는 얘기다.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라며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두둔하는 언급을 하면서 사태가 더 커졌다. 결국 김 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찾아 머리를 숙였지만, 그로부터 이어진 여론을 재울 수는 없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이상민 의원도 당시 “무지한 건지, 인식이 잘못된 건지 너무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의원도 “귀를 의심했다”라면서 “우리 당(민주당)을 혁신하러 오신 분이 맞나”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총선 판도 노인층 주도 “디지털 환경과 웰다잉”

과연 노인층이 바라는 공약이나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노인 복지 등 관련 정책 실행 기관 중 하나인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문을 두드려봤다. 해당 협회는 노인의 사회 참여와 연대에 앞장서는 단체로도 알려져 있다.

해당 협회 송승옥 노인종합복지관협회 사무총장은 취재진에게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이라면 디지털격차 해소를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라면서 “디지털 경험과 교육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나, 그에 대한 반대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송 총장은 “(패스트푸드 매장)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나, 반면 이를 이해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아날로그 방식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원천 배제와 키오스크 사용의 일원화에서 오는 심각성에 대한 지적이다. 

비단 식음료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상황에만 빚어질 수 있는 일만은 아니다. 송 총장은 “명절 고향가는 기차표를 끊어야 하는데 ‘(기차역) 현장에서만 표를 예약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물으신다”라면서 “키오스크 또는 온라인 신청과 주문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오프라인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면서도 디지털 환경을 어르신들께 지속 노출시켜드려야 하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또 송 총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도 성과지표로 나와 있는데 바로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이는 물론 세대별로 확대되고 진행돼야 하는 것이지만, 이와 관련 어르신들께는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살아계신 동안 행복하게 잘 사는 지에 대한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웰빙(well being)이 전국적인 유행을 가져오며 정부와 지자체 및 각 기업들까지도 그에 맞는 정책과 제안을 이어온 바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노년을 행복하고 윤택하게 보낼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의 ‘웰다잉’ 역시 문화로서 정착시키고 교육과 복지 정책으로 이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22대 총선의 흐름을 판가름할 ‘표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노년층 중심의 정책을 실은 공약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과연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에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투표율 최고 지지기반인 노인의 마음(心을) 사로잡기 위해 총선 주자들이 차려놓을 공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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