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관련 항목 삭제… 서울시 “요약된 것일 뿐, 변하는 것 없다”

여의도 이룸센터 앞 전장연 시위. [박정우 기자]
여의도 이룸센터 앞 전장연 시위.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시의 대립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장연은 시가 지원하는 장애인인권영화제와 관련해 ‘장애인 인권 운동 관련 작품 기획’ 항목이 삭제됐다며, 오세훈 시장이 장애인 ‘인권’ 지우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의도성은 없다. 요약 과정에서 함축된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오전 8시부터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서울교통공사는 “4호선에서 ‘특정 장애인 단체’의 시위가 예정돼 있다”라고 공지했다.

전장연은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의 권리중심일자리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에 대한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서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4호선 이용객 노 모(28, 남) 씨는 “권력의 불의에 맞서 싸운다면서 왜 시민을 볼모로 잡는가”라며 “전장연 시위 때문에 출근 시간마다 고초를 겪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니 (시위에 대한) 피로감도 높다”라고 밝혔다.

2호선 이용객 최 모(28, 여) 씨는 “아침마다 서울교통공사의 시위 예고 알림을 듣는다. 꽤 오랫동안 진행된 것 같은데 진척이 없는 것 같다”라며 “서울시와 전장연의 대립 구도 속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시민들”이라고 말했다.

갑진년 첫 갈등 ‘장애인인권영화제’

지난 13일 전장연은 성명서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애인인권영화제 마저 ‘인권’ 지우기에 나섰다”라며 “‘2024년 서울시 장애인단체활동 및 행사 지원사업 공고’에서 ‘장애인 인권 운동 관련 작품 기획’ 부분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삭제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오세훈 시장은 ‘왕’이 아니다. 오 시장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를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는 ‘서울시장’이다”라며 “오 시장은 ‘약자의 감금’을 멈추고, 중증장애인도 장애인권리를 ‘동료시민’으로서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여의도 이룸센터 인근에서 시위 중인 전장연 관계자는 “각종 예산들이 전액 삭감되고 있다”라며 “장애인권리를 위해 더는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화제 관련 항목 삭제를 두고 “신청서를 안내할 때 내용을 요약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라며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없다. 사업 내용도 달라지는 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와 전장연의 극명한 입장 차이를 두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비관적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민들은 계속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며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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