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악의적이죠?”

2022
1118일 아침, 윤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는, 소위 도어스테핑을 진행 중이었다. 한 기자가 당시 이슈였던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배제 이유를 물었다. 대통령은, MBC가 우리나라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 답한다. 소위 바이든/날리면 논란, 뉴욕방문 당시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나오면서 외교부장관에게 한 사담을 당사자에게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한 것도 문제지만, 백악관과 국무부에게 우리 대통령이 너희 대통령한테 욕했다며 이메일까지 보내며 이간질을 시도한 MBC의 행태는 악의적그 자체였으니까.

말을 마친 대통령이 집무실로 가려는 찰나, 이기주 기자가 소리를 질렀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슬리퍼 차림에 팔짱을 낀 채 그 질문을 했다는 점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그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분이 덜 풀렸는지 이기주는 대통령 퇴장 이후에도 홍보비서관과 2분 가량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사건 이후 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어스테핑은 중단됐다. 얼마 전 끝난 1심 판결은 MBC가 잘못했다며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MBC는 사과하는 대신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항소를 선언했고, 이기주 기자는 그 사건을 테마로 한 책에서 자신이 기자정신을 구현했다고 우겼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기자가, 그리고 언론사가, 대통령이라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패기를 보이는 건 그 자체로 바람직한 일이다. 기자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에게 하는 질문은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니 말이다. 질문을 받은 권력자들이 기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누리는 권력도 국민에게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동훈 현 비대위원장은 법무장관 시절은 물론, 지금도 이 원칙에 충실했다. 아무리 바빠도 한 자리에 멈춰선 채 기자들이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 준다. 대통령이 중단한 도어스테핑을 한동훈 장관이 대신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1야당 대표 이재명은 이와 대조적이다. 기자들이 질문할 때, 그는 멈추지 않고 갈 길을 간다. 할 수 없이 기자들은 그를 따라 걸으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도 이재명은 그 질문들에 대답하지 않는다. 답이 없으니 자막에 ‘...’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의 별명은 점점점 대표가 됐다. 아주 가끔,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 동문서답일 때가 많다.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한다는 질문에 국토균형발전이 핵심과제라고 대답한 게 그 예다. 심지어 완력으로 질문을 막기도 한다. 2023111, 검찰조사를 받은 이재명이 이동하는 도중 기자가 공모했다고 적시했는데라고 질문을 던지자 옆에 있던 천준호 비서실장이 팔로 기자를 밀쳐냈다. 그 직후 반대쪽에 있던 기자가 검찰 티타임 거절하신 건 어떤 취지였냐고 묻자 이번엔 그 근처에 있던 정청래가 손으로 기자를 밀쳐냈다. 이를 보도하던 YTN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기자들이란 자막을 붙였다.

이전에도 이재명은 언론에 적대적이었다.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20186, 이재명은 기자들이 엉뚱한 질문을 한다면서 딴 얘기하면 그냥 끊어버리겠다. 예의가 없어. 다 커트야.”라며 으름장을 놓았고, MBC와의 인터뷰에서는 질문 도중 잘 안들리는데요.”라며 귀에서 이어폰을 뽑아 버렸다. 신기한 점은, 윤대통령 앞에서는 언론자유의 투사처럼 굴던 MBC가 이런 황당한 언행에 대해 별다른 항의도 못 했다는 점이다.

언론의 행태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언론과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대통령과 영부인을 욕하는 게 취미생활이 되고 있다. 그 정도가 어찌나 심한지, 포탈사이트 댓글을 보기 겁날 지경이다. 급기야 올해 118일엔 진보당의 간첩 비스름한 의원이 대통령의 손을 잡고 고함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리다 경호원에게 끌려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평소 대통령을 까던 MBC대통령에게 직언도 못하냐며 대통령 측을 비판하는 중이다. 이런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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