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 "지난 2년간 '기업으로 간 검사님' 최소 69명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속 검찰공화국 속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지난 21일 '지난 2년간 기업으로 간 검사님 최소 69명'이라는 발표를 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 1월 발행한 1550호를 통해 '[재계 속 검찰 공화국?- ‘총수 수사 방탄용 영입 논란'에 검찰 라인 영입 '러쉬'] 보도를 한 바 있다. 

[참여연대]
[참여연대]

참여연대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개 자료와 기업의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2022~2023년 검찰청과 법무부에서 퇴직해 민간기업 임직원으로 취업한 검사 69명의 실명을 확인했다. 퇴직자 중 실명이 특정된 검사장급 24명을 비롯한 검사 69명과 일반직 고위공무원 1명이 민간기업 88곳에 취업한 것이다.

특히 퇴직 검사장급 24명 중 13명은 2개 이상의 민간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선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권순범 전 대구고검장,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김우현 전 수원고검장,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영주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장영수 전 대구고검장,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2개 이상의 민간기업에 취업했다.

퇴직 검사 중에는 신영식 전 인천지검 형사2부장, 이준식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허태원 전 검사가 2개 이상의 민간기업에 취업했다.

- 민간기업 88곳 전관 영입 ‘검찰 카르텔’ 민간기업까지 확대

각 기업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사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퇴직한 검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사례도 있다. 일례로 ‘일감 몰아주기’나 ‘보은투자’ 의혹 때문에 경영진이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KT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퇴직한 검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용복 전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이 지난해 11월 정기 인사 때부터 법무실장(부사장)을 맡게 된 것을 비롯해,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을 맡은 허태원 전 검사와 감사실장을 맡은 추의정 전 검사가 올해부터 KT에서 일을 시작했다.

참여연대는 현직 때의 사건 처리에 대한 보은성 영입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2010년부터 2011년 SK 그룹 오너 일가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철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은 2012년부터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의 윤리경영총괄 부사장, SK케미칼 부사장 등을 맡았다.

박철 전 검사는 당시 피해자로서 1인 시위를 벌인 화물차 운전기사에 대해 업무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박철 전 검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해기업인 SK케미칼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혐의로, 2022년 8월 30일 1심에서 징역 2년형이 선고됐는데도 현재까지도 SK디스커버리 사장 보좌역을 맡고 있다.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다가 임기를 마치지 않고 중도 사임하는 사례도 9건이 있다. 이시원 전 검사는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한솔케미칼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지 2달도 지나지 않아 중도 사임했다.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에 임명된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도 쇼박스 사외이사에 선임된 지 26일 만에 물러났다. 한편, 윤석열 정부 들어 쌍방울 그룹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시작된 뒤, 쌍방울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검장(SBW생명과학), 오현철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광림), 이태형 전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남영비비안), 이건령 전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아이오케이컴퍼니), 김영현 전 대구고검 부장검사 (남영비비안), 이남석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쌍방울) 등이 중도 사임했다.

- KT · SK 등 경영진 · 법인 수사 대비나 보은성 영입 사례 보여

앞서 본지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의 업무에 대해 비판했었다. 민간기업이 퇴직한 검사나 검찰 · 법무부 일반직 고위공직자를 사외이사나 미등기 임원 등으로 대거 영입하는만큼 이들 역할론에 대해 자질론까지 지적했다. 또한 거수기 논란이 여전한만큼 이들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보도 당시 케이티 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검찰 출신들을 대거 임원으로 영입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케이티의 혁신이 아니라 김영섭 대표 자신을 지켜줄 인맥 구축 뿐”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5월 17일 참여연대가 발간한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 ‘검사의 나라, 이제 1년’' 표지. [제공 : 참여연대]
지난해 5월 17일 참여연대가 발간한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 ‘검사의 나라, 이제 1년’' 표지. [제공 : 참여연대]

참여연대 측도 "수사 · 기소기관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의 영향력과 ‘검찰카르텔’을 거듭 확인되고 있다"며 "검사 등 검찰과 법무부 출신 퇴직공직자들이 민간기업에서 일하다가 공직으로 되돌아오는 ‘회전문 인사’ 사례가 늘어날 경우, 전관의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직사회 전반의 윤리의식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검사의 나라’와 ‘검찰카르텔’이 공직사회를 넘어 민간기업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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