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심위 등록 여론조사기관, 정부가 '공정' 인증, 책임지나
- 전봇대, 손톱밑 가시, 신발 속 모래알 등 구호 뿐 빅 카르텔 이권 못깨

#법원, AI시대 개인정보 노출 걱정 판결문 공개 소극적

지난 15일 천대엽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취임식에서 '재판 지연' 해결 방안으로 AI 활용을 제시했다. 가장 보수적인 대법원이 AI도입을 시사하자 곧바로 데이터(판결문 등 소송기록) 공개 범위 논란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법률AI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판결문 등이 공개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대법원 등은 완전 공개에 소극적이다. 판결문 공개를 주저하는, 반대하는 이들은 개인정보 침해를 든다. 대법관 출신 한 법조인은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판결문 공개 관련 책임은 모두 법원이 지고 있다""판결문이 민간에게 공개될 때 이에 대한 민.형사적 대응책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건강권과 의료 질 저하 우려 원격진료 반대

대한의사협회 등 5개 의료전문가단체로 구성된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는 지난 16일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비대면진료란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를 이용해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받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1일 재진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작, 지난달 15일부터 휴일·야간에는 예외적으로 누구나 진료·처방이 가능하도록 대상을 넓혔다.

원격진료는 이미 코로나19 기간에 1379만 명이 진료 받았으며 코로나19 재택치료 말고도 지난 3년 동안 약 400만 명이 약 700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환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다시 이용할 의향은 87.9%, 만족도는 77.8%로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 23일 지금은 생산도 안되는 플로피디스크(USB와 같은 저장기록기)를 법적으로 퇴출시킨 일본조차 초.재진은 물론 약 배달까지 가능한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협회 등은 '국민 건강권'을 내세워 반대한다. 의협 등은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에서 대면 진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불완전한 비대면 진료 시행은 문제 소지가 크다""국민건강 악화와 의료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저널리즘 품격 걱정하며 인터넷신문 규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20151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이비 유사언론행위로 국민과 기업들이 피해가 막심하다"며 인터넷신문의 발행 기준을 취재 편집 인력 3인에서 5인으로 늘리는 신문법시행령 개정안을 내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당시 문체부는 콘텐츠 확산력이 큰 인터넷신문의 특성상 사실 확인 기능 및 저널리즘 품질 제고를 위한 제작여건(취재, 편집 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인터넷 언론계는 '언론통제'라고 반대했고 20161027일 헌번재판소는 "인터넷신문이 언론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어 인터넷신문사업자들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와 저널리즘의 품격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비판적인 언론 통제와 대형 언론사, 기업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퇴행적 음모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 혼선 내세워 여론조사업체 등록요건 강화

지난 8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여론조사기관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분석 전문 인력을 '1'에서 '3명 이상'으로, 상근 직원 수 기준을 기존 '3'에서 '5'으로 확대 강화했다. 이에 앞서 여심위는 전국 88개 등록업체 중 30(34.1%)에 대해 등록 취소를 예고했다.

여심위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부실 여론 조사 업체 난립 우려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은 우리 여심위와 같이 정부 차원의 별도의 여론조사 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또 여론조사 회사이지 여론조사 기관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민간단체인 미국여론조사협회는 발표 시 필요사항을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부실 조사 원흉으로 지탄받는 응답률도 권고사항에 없다. 프랑스도 조사 기관, 의뢰자, 조사 수, 조사 기간, 오차범위까지만 공표한다.

한국통계학회장을 지낸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는 "여심위에 등록돼 있다는 것이 해당 여론조사를 신뢰해도 좋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도리어 여심위에 등록된 업체라고 하면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공정 결과라는 착시, 국가가 품질을 보증하는 꼴이 됐다.

규제는 사회유지를 위한 불가피하거나 순기능적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경쟁과 발전, 개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고 장애다. 규제론자들은 국민과 소비자, 약자 보호를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규제는 국민과 소비자, 약자 보다는 통치의 편리성과 기득권 집단의 이익보호, 새로운 도전자를 막는 진입규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론조사기관 등록요건 강화는 부실조사에 따른 가짜정보로부터의 국민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울뿐 실상 대형 여론조사기관과 기성 언론사, 특히 유권자가 여론변화를 모르는 깜깜이 투표를 원하는 정치인에게만 득 될 뿐이다.

판결문 비공개, 원격진료 거부, 인터넷신문과 여론조사 등록 요건 강화가 다른 차원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같다. 정보공개 제한과 등록제, 허가제 등 진입규제는 국민 보호가 아니라 정부가 선별적 선택을 강요하고 자유경쟁을 막는 독재다. 진입규제로 진짜 웃는 자는 경쟁비용을 세금으로 대납케하고 철밥통 이익을 차지한 독점 카르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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