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일단 봉합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한통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영원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얼굴 안 보고 살 사연이 있는 법입니다. 학교 후배에 아끼는 검찰 선후배 사이라는 관계는 어느 순간 남이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생겼을 뿐입니다.

약속대련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음모론 속에서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적이 없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거나 하는 것도 음습한 상상력에 기반한 음모론의 일종입니다. 세상을 음모론의 시각으로 보면 약속대련이란 분석도 그럴법합니다.

, 윤 사이에 이틀간의 촌극이 약속 대련이라는 분석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습니다. 동화 속 세상도 아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과 최측근인 여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내가 이렇게 할 테니, 넌 이렇게 해라는 식으로 합을 맞추는 것이 상상이 안 갑니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상대를 얕잡아 보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약속대련으로 얻은 게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무 개입 논란에 직면했고, 김 여사 명품백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한 위원장도 현재 권력과의 동기화도 차별화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설령 약속대련이었더라도, 앞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진검대련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력의 속성 탓입니다. 권력은 부모 자식 사이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라서죠. 윤석열은 이제 3년 차를 맞는 현재권력입니다. 한동훈은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아직은 대통령 권력에 종속된 미래권력일 뿐입니다. 아직 대한민국의 권력은 윤석열의 시간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4월에 치러질 총선을 앞뒤로 두 사람은 결단의 길로 들어설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이름으로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습니다. 최근에 나온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앞서고 있습니다. 30% 대의 국민 지지를 얻고 있는 대통령, 명품백을 든 김건희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대통령을 선거운동에 앞세울 후보는 없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선거운동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한동훈 당으로 색깔을 바꿀 겁니다. 윤 대통령이 딱히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나경원, 김기현에게 했던, 국민의힘에 암약하는 친윤계를 활용한 찍어내기가 안 통할 겁니다. 버티면 시간은 한동훈 위원장 편입니다. 남은 방법이라고는 검찰 캐비닛을 여는 것뿐인데, 캐비닛에 든 서류 파일이 한동훈 위원장 것만 있을까요?

한동훈 위원장이 건재하면 민주당에도 해롭습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한동훈 위원장이 확장성이 없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까요? 한동훈 위원장의 확장성은 윤석열과의 관계가 가열될수록 높아질 겁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과의 삼각관계에서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민주당에도 한동훈은 악몽입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