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리고 비싸다’... 뿔난 청약자들 줄줄이 청약 포기·청약통장해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한 잠실주공5단지 [뉴시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한 잠실주공5단지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부동산시장 침체하며 집값이 내려가는 추세이지만 분양가는 상승 흐름을 지속하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서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과거 내 집 마련의 필수적인 존재였던 '청약통장'조차도 고분양가로 인해 해지하는 ‘청포족(청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77만여 명이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렵사리 당첨된 청약을 포기하고 미래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지속해서 늘어나는지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 고분양가 부담… 서울 ‘청약불패’ 옛말
- 늘어가는 청약통장 해지하는 ‘청포족’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서울 소재의 아파트 중 ‘청약 옥석 가리기’ 현상이 확산하면서 분양가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당첨자가 늘어났다. 청약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 사이에선 분양 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무순위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높은 분양가가 부담스럽다고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얻어낸 청약 당첨이지만 분양받을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기’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아파트는 경쟁률이 100 : 1을 기록했다. 웬만한 공무원 시험만큼 경쟁이 치열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경쟁률이 무색하게 계약 포기가 잇따르면서 미분량 물량 122가구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최근 청약을 해지하는 일명 ‘청포족’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19일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 종합통장 가입자 수는 2561만3522 명으로 2022년 2638만1295만 명보다 76만7773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청약통장가입자수는 2022년6월 2703만1911명으로 고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18개월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인다. 이 기간 동안 감소한 가입자 수는 141만8389명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을 포기하고 청약통자가입수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고분양가·입주 시 들어가는 부대비용으로 인해 어렵게 당첨이 돼도 계약을 진행할 여력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청약통장 또한 금리가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낮아 청약 당첨 하나만 보고 가입하기엔 과거에 비해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들 해지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청약 포기?... 불이익 감수할 수밖에

청약에 당첨됐다가 포기를 하게 되는 경우 재당첨 제한 기간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청약할 때 사용했던 청약통장을 재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가점제로 청약에 당첨되고 포기한 경우 가점제 청약을 2년간 신청할 수 없는 불이익을 떠안게 된다.

특히 청약통장을 재사용 할 수 없다는 불이익은 자칫하면 10년 이상 쌓아온 가점이 한순간에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져 청약 신청 시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제 서울 거주 한 신혼부부는 “최근 주택청약에 당첨돼 기쁜 마음에 남편과 같이 분양가를 확인했는데 너무나 높은 가격으로 결국 포기를 선택했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이들은 신혼부부 가산점 또한 만점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5년간 당첨이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지만, 막상 당첨되고 나서도 분양가를 충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 많은 상실감을 느꼈다”고 전했으며 “주위에서는 대출해서라도 청약된 아파트를 분양받으라고 조언했지만 대출은 한다하더라도 이자조차도 부담되는 상황이라서 서울 청약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 추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뉴시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 추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뉴시스]

일각에서는 고분양가로 인한 청약 당첨 포기하고 메리트 없는 주택청약 종합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 대해 정부 및 관련 부처의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계약 물량 발생하는 서울 청약 아파트

이처럼 우수한 청약 성적을 거뒀음에도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을 실시해도 곧장 주인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반적인 아파트 시세는 하락세를 보이지만, 원자잿값이 오르며 연일 분양가를 끌어 올리고 있어서다. 고금리와 정부 규제 완화로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역이 분양가상한제에서 벗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

주택 청약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청약 재당첨자에 대해 여러 가지 제한을 두고 있다. 자칫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아무 주택에 청약을 걸었다가 당첨이라도 되면, 추후 본인이 원하는 주택을 청약할 시 제한에 걸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살펴보면, 재당첨과 관련된 제한 사항들이 기재돼 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재당첨 제한은 이전에 재당첨 제한 대상 주택에 청약을 넣고 당첨이 된 이력이 있는 사람이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 과열 지구 등에 주택 청약을 할 경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4조’에 따라 일정 기간 청약자와 청약자의 세대 구성원이 입주자로 선정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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