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벽전에 조각된 서있는 용용입상(龍立像)’을 살펴보려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대로 표현한 용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다. 물론 고구려 무덤 벽화에 몇몇 례가 있지만 불완전하다. 보라! 당당하게 앞을 바라보며 서 있다! 용은 보통 측면으로 길게 표현한다. 부여읍 외리 절터 발견 벽전들 가운데 이 서 있는 용을 보고 사람들은 귀신(鬼神)이라 부르고 있으며, 용이라 부르는 사람은 필자뿐이다.

서 있는 용, 연화-영기화생하는 당당함 모습. 사진=강우방 원장
도 1, 서 있는 용, 연화-영기화생하는 당당함 모습. 사진=강우방 원장

백제의 용 입상, 여래나 보살처럼 의인화 흔적
귀신 얼굴 표현 귀면와 짐승 얼굴이라는 수면와, 용면화 혼동

귀신이 아니고 용이라고 주장을 하려면 그 근거로 연꽃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연꽃 위에는 여래나 보살이 앉아 있다거나 서 있다고 흔히 말하고 있지만, 실은 여래가 연화화생(蓮華化生)’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여래가 단지 정지 상태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고, 연꽃의 평평한 씨방에 보이는 씨앗=보주에서 화생(化生)하는 광경이다. 화생이란 말은 쉬운 말로는 탄생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탄생이다. 그리고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극적(劇的)인 동적(動的) 상태이다. 식물의 모든 씨방은 주머니 모양인데, 오직 연꽃 씨방만이 원추형(圓錐形)이므로 윗면이 평평하여 여래와 보살이 앉거나 서 있기 편하다. 그래서 고대 인도의 연꽃에서 이런 원추형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씨방이 중요한데 유독 연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단지 윗면이 평평하여 연꽃을 선호한 것뿐이다. 모든 식물은 꽃이 핀 다음 씨앗을 맺는데 그 씨앗은 생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것이어서 승화시키면 보주(寶珠)가 된다. 보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보배로운 구슬이 아니다.

이런 새로운 견해를 처음으로 밝힌 나는, 보주가 불교미술뿐만 아니라 일체 미술품을 이해하려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에 반드시 깨쳐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연재는 보주의 실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백제의 서 있는 용

백제의 용 입상을 표현한 벽전으로 살펴보자.(1) 밑 부분에 연꽃 모양이 있고, 그 위에 용이 서 있다. 만일 연꽃 위에는 반드시 여래나 보살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귀신은 그곳에 감히 자리 잡을 수 없다. 그러면 용은 어떻게 그 자리에 자리 잡을 수 있는가. 차차 알게 되겠지만 용이란 존재는 누구나 말하듯 단지 상상의 동물이 아니고 신적(神的) 존재로 동양 최고의 창조신(創造神)이어서 연꽃 모양 위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백제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그런 용의 실상을 파악했을까 감탄할 따름이다. 그런데 서 있는 용을 상상할 수 없어서 사람들은 용이라 생각하지 못한다. 용이란 존재는 흔히 옆으로 긴 모양만 기억하고 있어서 정면상(正面像)으로 서 있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얼굴을 크게 표현하여 입을 넓게 열고 있는데 그 까닭도 차차 알게 되었다.

용의 모습을 채색분석해 보면 얼굴은 정면상이고 허리에는 왕이 착용했음 직한, 내림 장식이 많은 허리띠를 두르고 있다. (2-1) 젖꼭지 끝은 보주로 맺고 있음을 보면 가슴 전체가 끝없이 생겨나는 두 개의 거대한 보주 같으며. 큰 보주에서 작은 보주들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용을 여래나 보살처럼 의인화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점토로 만들어 구운 것이라 진회색 한 가지 색으로 되어있어서 세부를 파악할 수 없으나, 내가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알기 쉽게 채색해 보면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용을 창조한 중국에서도 일본이나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보는, 정면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서 있는 용의 모습이다. 그런데 왜 입을 크게 벌렸을까? (2-2)

도 2-1. 새책분석한 것. 사진=강우방 원장
도 2-1. 새책분석한 것. 사진=강우방 원장
도2-2. 얼굴 부분, 사진= 강우방 원장
도2-2. 얼굴 부분, 사진= 강우방 원장

통일신라의 용면와

이 글을 쓰면서 통일신라시대의 용면와[龍面瓦]의 원류가 바로 이런 백제의 정면상에서 비롯되어 있음을 알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이란 얼굴을 뜻한다. 즉 통일신라에 이르러 용 얼굴 표현에 코페루니쿠스변화가 일어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용의 위대한 모습이 완성되며, 이 세상 만물이 용의 입에서 화생한다는 진리을 깨달아서 나의 학문과 예술 연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강당에서 최초로 세계 모든 사람이 귀신의 얼굴을 표현한 귀면와(鬼面瓦)라고 부르며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것을, 용의 얼굴이라는 내용을 증명하는 퇴임 강연이 있었다. 그 이후 학계는 찬반으로 갈렸으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유학한 사람들은 막연히 짐승 얼굴이라는 수면와(獸面瓦)라고 부르고 있으며 세 가지를 함께 쓰고 있어서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용이라고 인식한 이후 나는 지금까지 심층적으로 연구를 계속하여 오면서 세계미술품 일체를 용으로 풀어내고 있어 상승곡선을 짓고 있다. 그래서 서기 2000년은 내게는 말 그대로 뉴 밀레니엄이다. 우리가 서기 원년인 0년을 기점으로 서기 전(BC)’서기 후(AD)’로 나누는 것처럼, 2000년이 나에게는 아니,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에게 시대구분의 분기점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

그 이후 새로운 관점에서 저서를 6권 냈으며 앞으로 계속 출간할 것이다. 그 이전의 저서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류역사상 중대한 사건인 만큼 설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귀면와가 단지 용면와로 용어가 바뀌었다는 것만 알았을 뿐, 용의 입에서 무엇이 나온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용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내 눈에 보이는 데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3년이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명칭만 이야기할 뿐, 용의 입에서 여러 가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나오는 것은 아무리 설명해도 보이지 않는다. “조형예술작품은 문인화(文人畵) 이외에 그 일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옛 정인들이 조형화한 것이다이것은 내가 수십 년 세계의 미술을 30000여 점을 분석하여 알아낸 진리다.

용의 입에서 보주가 나온다?!

도 3-1. 녹유 용면와, 국립경주박불관, 폭 30cm. 사진=강우방 원장
도 3-1. 녹유 용면와, 국립경주박불관, 폭 30cm. 사진=강우방 원장
도 3-2. 채색분석한 것. 입에서 보주 2개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도 3-2. 채색분석한 것. 입에서 보주 2개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우선 첫째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용의 입에서 보주가 나온다는 엄청난 상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용의 입에서 둥근 보주가 한 개 나오는 경우가 있다.(3-1) 채색분석해 보면 빨간 둥근 보주가 분명히 보인다. 나에게는 분명히 보이니까 채색하여 모두가 쉽게 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3-2) 아깝게도 윗부분이 파손된 이 양감 있는 걸작품에서는 입에서 하나의 보주가 나온다는 것만을 지적하고, 그 밖의 문양들은 다루지 않는다.

흔히 모두가 용이 보주를 물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 용의 입에서 보주가 나온다고 인식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 개, 즉 일면(一面)이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계속하여 무량하게 나온다고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보주란 무엇인가. 이 문제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열쇠인 만큼 차차 알아나가 보기로 한다.

보주가 두 개 나오는 경우가 있고,(4) 네 개 나오는 것도 있다.(5) 그런데 세 개 나오는 것은 아직 찾지 못했으나 앞으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있다. 만일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된다. 용의 입에서 다섯 개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다섯 개는 조형적으로 표현하기 너무 커서 어렵기 때문이다. 네 개 이상은 <무량보주(無量寶珠)>라는 단위가 성립하는데, 무량한 보주를 투각하여 둥글게 만든 경우가 있다. ‘무량보주라는 말은 내가 만든 용어다. ‘

도 4. 용 입에서 보주 2개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도 4. 용 입에서 보주 2개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도 5, 보주 2개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도 5, 보주 2개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도6. 용의 입에서 무량보주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도6. 용의 입에서 무량보주가 나오고 있다. 사진=강우방 원장

'무량한 보주는 용어가 될 수 없어서 무량보주라고 지었다. 중국 청동기 다리에서 처음 찾았을 때의 기쁨이란! 용이 무량보주를 두 손으로 받들고 있는 것은 용의 입에서 무량보주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6) 그 이후 우리나라 고려청자에서 찾아낼 수 있었으며 투각한 무량보주이지만, 학계에서는 칠보투각(七寶透刻)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칠보라는 것은 진귀한 보석 7가지를 말하는데 일본인들이 그렇게 부르니 우리가 무조건 따르고 있다. (7) 이런 무량보주는 역시 너무 크기에 용의 입에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상에 언급한 갖가지 보주들은 모두 무량보주다!

그런데 통일신라시대 와당 가운데 중심에 네 개의 보주가 표현되는 작품이 있다. (8-1) 채색분석해 보면 중심에 4개의 보주가 있는데 그로부터 보주가 사방으로 확산하는 장엄한 광경이다. (8-2) 같은 4면 보주가 용의 입에서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 대목에서 용과 연꽃 모양이 드디어 만날 수 있다. 용과 연꽃의 관계는 내 연구의 큰 성과로 특히 한국사찰의 여러 문제를 풀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용의 입에서 보주가 나온다는 것은, 보주의 집적인 용으로부터 보주가 나온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보주에서 무량한 보주가 나온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용에 관해 본격적으로 성찰하기 시작하려 한다.

도 7. 고려청자 투각 무량보주 향로. 사진=강우방 원장
도 7. 고려청자 투각 무량보주 향로. 사진=강우방 원장
도 8-1. 월성출토 와당(가장 오랜 연꽃의 사면보주) 19.5cm. 사진=강우방 원장
도 8-1. 월성출토 와당(가장 오랜 연꽃의 사면보주) 19.5cm. 사진=강우방 원장
도 8-2. 채색분석한 것. 사진=강우방 원장
도 8-2. 채색분석한 것. 사진=강우방 원장

역사적으로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조형언어의 세계

지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아니 역사적으로 세계의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조형언어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스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중국의 노자와 공자도, 현대의 니체와 하이데거, 칼 융, 그리고 아인슈타인도 알지 못한 전인미답의 세계를 체험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세계와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다. 그러므로 모든 용어가 낯설어서 설명이 매우 어려워서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어서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인내하며 노력하며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매우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강우방
·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미국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 국립경주박물관장
· 이화여대 초빙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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