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은 410일이지만, 이미 레이스는 시작되었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선거를 앞둔 정당들은 앞다퉈 당내에 공천관리위원회를 설치합니다. 저명한 인사를 모셔 와 위원장을 맡기고, 그럴듯한 이름들을 위원으로 내세웁니다. 공천은 정당이 국민 앞에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인데, 이들 공천관리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공천은 선거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공천을 잘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공천을 잘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후보를 찾아야 합니다.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없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 내세워 봐야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면 선거에 타격이 갑니다.

당 주류 세력들은 이길만한 자기 후보를 내세우고, 잡음이 없는 공천 과정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시스템 공천이나 공정한 공천 규정을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어떤 시스템도 100% 공정하기 어렵고, 어떤 공천 규정도 불편부당하긴 어렵다는 것을 서로가 알지만, 공천 과정에서 생기는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한 공천이라고 주장합니다.

공천의 객관성, 불편부당함을 위해 민주당은 주기적으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합니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이 임기 중에 얼마나 잘했는지를 평가해 공천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만든 것입니다. 이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입니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는 당시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혁신안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김상곤 혁신위는 2/3 이상의 외부 위원으로 평가위원회 구성 당과 국민 삶의 기여도에 대한 정성평가와 정량평가 도입 당 지지도와 선출직 공직자의 지지도를 고려하는 등 교체 지수 적용 막말을 비롯한 해당 행위에 대한 평가 등을 제안해 관철했습니다. 몇 차례 평가를 거치면서 지금은 평가 기준이 당시보다 조금 더 정교해졌습니다.

민주당의 선출직 공직자 평가는 현역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인재 발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현역 의원, 단체장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평가가 이뤄지기 힘들었습니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가 시행되면서 기득권 현역들이 비로소 일상적인 긴장감을 느끼면서 실적을 쌓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 평가가 비주류를 쳐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통해 하위 20%를 선정해 공천심사와 경선에서 감점을 줍니다. 이 과정에서 평가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심지어 누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지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는 주류가 보낸 조용한 암살자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현역 의원도 하위 20%를 받은 억울함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사람이 없습니다. 억울함보다 부끄러움이 컸기 때문일 겁니다. 민주당은 설이 지나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통보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분간 국회의원들이 휴대폰 울리는 소리에 놀라고 긴장하는 시간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무진 보좌관 myally@gmail.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