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위반' 재판에 민주당 434억도 달렸다
'지지부진' 패스트트랙 재판 연루 의원 9명도 출마 준비 완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이 60여 일 남은 가운데 현역의원들도 '금배지' 사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여·야 현역의원 23명가량은 총선 준비와 함께 재판 준비를 병행하는 '이중고'를 겪을 예정이다. 앞서 참여연대가 지난 1일 21대 국회의원의 수사·재판 및 징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88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109개의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지는 재판을 진행 중인 현역의원 23명의 재판 내용과 진행 상황을 알아봤다. 

'이재명·울산·라임' 굵직한 사건 즐비한 野 
참여연대가 공개한 ‘21대 국회의원 수사 및 재판, 징계 현황’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 37명이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총선에 출마하는 현역의원은 23명가량이다. 이외 21대 국회의 국회의원들은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의원직을 상실한 상황이다. 

정당 별로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의원 11명(이재명·김병욱·박범계·박주민·기동민·김경협·노웅래·윤건영·이수진(비례대표)·한병도·황운하) ▲국민의힘 소속 현역의원 8명(정진석·김정재·박성중·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철규·김희국) ▲무소속 현역의원 4명(박완주·윤관석·윤미향·하영제) 등이다. 

이렇다 보니 현역의원들의 '재판리스크'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금고형 이상)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벌금 100만원 이상) ▲국회선진화법 위반(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아울러 국회의원은 국회법 136조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될 경우 자동적으로 퇴진해야 한다. 

민주당은 굵직한 재판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현재 3개의 재판(대장동·백현동·성남FC 배임 및 뇌물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을 동시에 진행하는 중이다. 특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 결과는 민주당의 명운이 달려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 등을 두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가 해당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고 당선 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 265조의 2에 따라 민주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대선 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현역의원들의 재판도 이어지는 중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지난 2018년 청와대 비서실 주요 공직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당내 경선 경쟁자의 불출마를 권유하거나 상대 당 후보의 하명 수사 등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송 전 시장의 당내 경쟁자를 매수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하명수사'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황 의원이 지난 2017년 울산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절 송 전 시장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당시 울산시장인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측근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도록 지휘한 혐의 등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기동민·이수진(비) 민주당 의원은 1조 6천억원대 환매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로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기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관련 인허가 알선 등의 명목으로 정치자금 1억원과 20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고, 이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5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그밖에 국회의원실에 허위 인턴을 등록하고 국회 사무처로부터 급여를 수령한 혐의(횡령)를 받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심에서 벌금 500만원 선고받았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사업가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각종 명목으로 불법자금 6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알선뇌물수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부천 역곡 일대 공공주택지구 땅 투기 혐의(부동산 거래신고법 위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與 '패스트트랙 사태' 얽힌 의원만 6명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지난 2019년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국회 본청 회의실 및 의안과를 점거하고 채이배 전 의원을 감금하는 등 물리적인 행동으로 국회의사 일정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 이른바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다.  

당시 검찰은 여·야 국회의원과 당직자 37명이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국회법 165조·166조(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 뒤 패스트트랙 사태는 2020년 9월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으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 1심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는 여·야 현역의원 가운데 패스트트랙 사태에 연루돼 재판을 진행 중인 이들은 총 9명이다. 여권에서는 김정재·박성중·송언석·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채 전 의원을 감금한 혐의 등(국회법 위반 및 국회회의장 소동·특수공무집행방해·공동감금·공동퇴거불응)을 받고 있고, 윤한홍·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접수 및 회의 방해 혐의(국회법 위반 및 국회회의장 소동·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다. 윤 의원은 공용서류은닉 혐의도 받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김승희 전 의원에게 전치 6주의 상해를 가했다는 혐의(공동상해·공동폭행)를 받는 중이고, 박범계·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 628호 회의실 앞을 가로막는 자유한국당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공동폭행)를 받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017년 SNS에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은 권양숙 씨가 부부싸움 끝에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정 의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 뒤 정 의원 측 변호인은 지난달 25일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원심의 형량이 과하다"고 주장했으며, 재판부에 총선 전 항소심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5년 대구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에 국책사업 수주를 청탁 받고 98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무소속 4인 출마 여부는?
각종 비위 의혹으로 인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탈당하거나 제명된 무소속 의원 4명의 거취도 관심사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보조금 관리법 위반·지방재정법 위반·사기·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횡령·준사기·업무상배임·공중위생관리법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윤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한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구속기소 됐다. 그 뒤 윤 의원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지난 2021년 보좌관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하영제 무소속 의원은 지난 2020년 사천시장 등으로부터 1억 6천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현재 하 의원의 재판은 총선 전 1심 선고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한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지난 1일 "국회의원 1명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국회에 국민의 의견을 전달하는 대표자 1명이 줄어드는 것과도 같다. 의혹과 논란이 있는 국회의원은 국민에게 성실하게 소명하고 경찰 또는 검찰의 조사나 수사, 법원의 재판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한다"며 "각 정당은 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부패하지 않은 후보자, 도덕성을 갖춘 후보자를 공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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