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지난 2월 1일 개봉한 <건국전쟁>을 아들과 함께 관람했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의 구십 평생을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독립과 건국, 자유 수호에 헌신한 이 대통령의 공(功)은 덮고 과(過)만 부풀린 왜곡된 현대사를 바로잡아 이승만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김덕영 감독의 각고의 노력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승만을 ”독재자”, “친일파”라 부른 종북 좌익들의 ‘역사왜곡’은 그들이 만든 역사전쟁의 결과물이다. 이제는 이 대통령을 음지에서 양지로 모셔야 할 때다. ‘태블릿 PC’ 허위 날조 보도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방아쇠를 당겼듯이, 비자금 수백만 달러를 숨겨두었다는 악의적 오보가 2주간 급히 하와이를 다녀오겠다던 이 대통령을 이국만리 ‘불귀(不歸)의 객(客)’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대통령 부부는 하와이 교포가 내준 30평짜리 낡은 집에서 5년여를 궁핍하고 외롭게 살다 갔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승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저주의 기사’를 쏟아낸 언론사와 기자 중 누구도 참회록을 쓴 적이 없다. 이것이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증(病症)’이다.

이 대통령은 「조선인민공화국 70% vs 대한민국 24%」이라는 당시 국민 여론을 극복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고, 1949년 6월 “남침 초대장”이 된 미군철수를 ‘자유의 투사’로서 결사반대했고, 반공포로석방 카드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끌어낸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했다. 또한 그의 스위스와 프랑스에 앞서는 여성투표권 부여는 시대를 앞선 결단이었고, 교육혁명과 농지개혁의 성과는 대한민국의 적화통일을 막고 비약적인 국가발전의 주춧돌이 되었다.

세계정세가 혼미할수록 이승만 대통령의 미래지향적인 ‘외교 통찰’이 그리워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럽에서도 미(美) 핵우산 불신 기류가 팽배하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만으론 부족하다며 ‘유럽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권토중래(捲土重來)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유럽연합(EU)은 무역전쟁 대비에 착수했으며, 미국의 나토 탈퇴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 11척(가동 10척) 가운데 절반인 5척이 한국의 총선과 대만 총통 취임식 전후인 4~5월 한반도 인근에 전개된다. 북-중의 군사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團生散死·단생산사)”는 이승만의 ‘건국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시작된 북핵 위기는 점점 고도화되었고, 1994년 10월 미-북 제네바 합의 후 30년 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제네바 합의 미국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는 최근 “미북 관계 정상화가 우선이고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미 인사의 미-북 군축협상과 북핵 용인 발언은 동맹에 대한 배신이다.

최종현학술원의 지난 5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체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2.8%로 나타났다. 워싱턴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론이 형성된 것은 핵우산 강화로는 북핵 위협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협의그룹(NCG) 등 확장억제 강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전술핵과 자체 핵무장에 선을 긋고 있지만, ‘자체 핵 개발지지’ 국민이 70%가 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운 동인(動因)은 세 가지로 귀결된다.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선택, 박정희의 ‘하면 된다’는 정신 발현, 그리고 국민의 ‘굳건한 안보의식’이다.

존 무초 미국 대사의 망명 제안에 “대한민국을 지키다 죽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이승만은 만주로 도피한 김일성 일가족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공개됐다.

건국의 원훈을 우리나라처럼 폄훼하고 매도하는 나라가 세계에 또 어디 있을까? ‘건국전쟁’ 다큐 영화 개봉을 계기로 지난 세월 종북적 역사관에 기인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바로 잡히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만년대계를 설계한 ‘거인 중의 거인’을 독재자, 친일파라 비난하고 저주했던 많은 분께 간곡히 부탁한다. 4.19 원로세대들이 이승만 대통령을 가슴에 안았듯이, 이제 구천을 떠도는 그의 외로운 영혼을 어루만져 주시라고.

‘건국전쟁’의 열풍이 건국 대통령의 불타는 애국심과 미래향적인 통찰력을 바로 인식하는 국민운동으로 승화하길 기대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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