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총선 50여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당내 전·현직 의원들을 접촉해 불출마를 조언하는 등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올드보이 용태론을 강조하며 새 술은 새 부대에.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고 인적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친문계를 중심으로 공천 작업이 이 대표 개인을 위한 사당화라며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역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위증 교사 의혹, 성남FC불법 후원금 의혹 등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권고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2선후퇴 등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의 주재하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회의 주재하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이재명 컷오프 대상 현역 의원 전화.대면 불출마 종용
2선후퇴? 비명, 공천 다 해놓고 백의종군론 비판 고조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결과를 속속 발표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의원 평가 20% 대상자에 대한 통보를 준비하고 있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경선 득표수의 20%, 최하위 10%30%가 감산된다. 최하위 10% 대상자는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불출마 등 직접 교통정리 나선

이런 와중에 이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3선의 인재근 의원 등 전·현직 의원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유했다. 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

실제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인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인 의원의 불출마 의사를 듣고 발표 시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 의원은 이달 초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할 정도로 출마 의지가 강했다.

이 대표는 문학진 전 의원 등에게도 직접 전화해 불출마를 권유했다. 문 전 의원은 경기 광주 출마를 준비했다. 문 전 의원에게는 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달 초에는 추 전 장관과 독대해 총선 승리를 위해 추 전 장관이 역할을 해달라며 험지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설 연휴 기간 동안에도 돈 봉투 연루 의혹을 받은 의원들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에게 불출마를 타진하기 위한 행보다.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의원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 이 대표가 직접 전화해 돈봉투와 관련해 해명할 게 있으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취지로 물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같은 주제로 이 대표와 통화했다. 이 외에도 돈봉투 의혹과 관련, 이 대표의 전화를 받은 의원이 복수로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통화에서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받았거나 받은 사람을 봤는지 등 그간의 상황을 상세하게 묻고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직접 돈 봉투 사건 경위를 파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고, 기동민·이수진 의원도 라임 사태로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돈봉투 의혹은 이번 민주당 공천의 아킬레스건이자 민심 공천의 가늠자인 만큼 이 대표가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당의 사법리스크 프레임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검찰에) 소명했던 얘기들을 했고, 검찰이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에 이름이 등장하는 것뿐이지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관련해) 이번만 전화를 돌린 게 아니고, 자주 통화한다. 돈봉투 이런 것들도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 물어봤다주변에서 돈봉투를 받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했다.

일부 의원 반발해 탈당할 가능성도

민주당 탈당한 이원욱과 조응천 의원. 뉴시스
민주당 탈당한 이원욱과 조응천 의원.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심사 결과를 하나둘씩 발표하고 있지만 검찰의 돈봉투 수수 의혹 명단에 거론된 의원들의 지역구를 포함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 대표가 전화로 일부 중진 등에 대한 불출마를 권한 상황인 데다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실명을 공개했던 돈 봉투 의혹 의원들이 집단 반발할 경우 탈당해 개혁신당 등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이들에 대한 공천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이들에 대해 컷오프 등을 강경 대응하면 바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반박이 나올 것이라며 다 연동된 문제인데 이 대표가 이들을 쉽사리 내칠 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수면 아래 있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최근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다. 검찰이 이 대표 아내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기소했다. 나아가 백현동 로비스트까지 실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백현동 의혹 관련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표도 기소돼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 내내 검찰 등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계속 부각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아니더라도 그 주변을 두드리면서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총선에 개입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문제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다른 민주당 인사도 이 대표가 직접 관여했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이 대표와 관련한 사건과 재판들이 이어지면서 선거때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 점차 부각되면 2선 후퇴 요구 불가피

재판장 향하는 이 대표. 뉴시스
재판장 향하는 이 대표. 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2선 후퇴 목소리가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비록 이 대표는 공천권을 계속 행사하고 있고, 공천권을 행사한 이후에도 선거를 직접 지휘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2선 후퇴 등은 검토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민주당 내부에서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고, 사법리스크가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퇴진을 주장했던 이상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이 탈당하면서 사법리스크를 비판하는 의원들도 목소리도 사실상 사라졌다.

민주당 한 인사는 이 대표가 2선 후퇴, 불출마 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오히려 공천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공천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꺼낼 의원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천이 끝난 이후에도 사법리스크가 계속 후보들의 득표율에 걸림돌이 된다면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질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공천 이후 총선 본선에 들어가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되어 있고, 정권심판론을 꺼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보다 높게 되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정권심판론조차 먹혀들지 않으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총선 악재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후보들로부터 2선 후퇴 등의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공천이 끝나면 후보들 중심으로 당이 움직이고 총선 승리를 위해 사법리스크가 걸림돌이 된다면 이 대표를 향해 특단의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대표로 있을 때 후보 등이 지원 유세를 거부했던 사태가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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