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쇄신형 공천을 언급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당내 비주류인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공천 컷오프 시그널이 잇따르면서다.

이와 함께 낙천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비선 조직인 이른바 '경기도팀'이 당 공천에 물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당내 공천 파열음이 수직상승하는 중이다. 

총선 전 여야 정치권 최대 이슈인 공천을 앞두고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이 형해화됐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의문부호가 달리는 모습이다. 이에 향후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탈당·불출마가 가시화되는 등 친명으로 점철된 민주당 공천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비선 조직 '밀실공천 조력설' 급부상...'경기도팀' 실체는

최근 야권에서는 이 대표의 비선 조직이 친명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13일 늦은 시각에 원류 이재명계인 '7인회'의 핵심 멤버이자 '친명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 측근 8명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밀실공천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놓인 노웅래·기동민 의원 등에 대한 공천 배제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보도된 논의 참여자들을 볼 때 최고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 등 당의 공천 관련 공식 논의 기구가 아님은 분명하며, 이러한 비공식 모임에 대한 우려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공식 논의 구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결정적 내용의 논의를 하고 언론에 알린다면, 이는 명백한 밀실 논의이자 이기는 공천, 시스템 공천을 부정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일제히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낙천(落薦)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쳤을 당시 음양으로 그림자 수행했던 인사들로 추정되는 이른바 '경기도팀'의 실체에 대해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현재 경기도팀의 면면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이를 배후에서 주도하고 있을 것이란 의혹이 당내 친명계 입에서 터져 나왔다.

친명계 출신이나 이 대표로부터 총선 불출마 권고를 받은 문학진 전 의원은 지난 14일 "지난 1월 27일 오전 9시 41분에 이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 대표가 당시 통화에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자신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비선 조직인 '경기도팀'이 실존한다는 공천 막후설도 제기됐다.

특히 <중앙일보>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 친명 예비후보만 설문된 해당 여론조사를 수행한 업체(한국인텔리서치)는 과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 도전을 앞뒀을 시점에 '성남시 시정 만족도 조사' 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돼 민주당 공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앞서 동작을 현역인 이수진 의원은 지난 19일 이같은 여론조사가 이뤄진 데 대해 민주당 의원 텔레그램방에서 "시스템 공천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략 지역구도 아니고 경선 지정도 안 한 지역에 제3의 인물을 자꾸 넣어서 여론조사를 하느냐"며 "이 대표가 공천 관리 능력이 안 되면 2선으로 물러나라"고 직격해 내부 파장이 일었다. 이 의원은 친명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인사다.

또 문 전 의원은 "'친위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며 "조작이 혁신인가. 당이 지금이라도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친위부대'는 경기 광주을 출마에 나선 안태준 당대표 특별보좌역을, '비선'은 이 대표의 성남·경기 시절 핵심 라인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는 지난 설 연휴 동안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라임 불법뇌물 수수 의혹 등에 연루된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재판 경과를 물으며 총선 불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그간 통보를 미뤘던 공천평가 하위 20%에 속한 현역의원들에 대한 개별 통보를 앞두고 있어 당내 공천 파열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실질적 컷오프 대상인 하위 10%에 해당하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 대표의 '핫라인 통보'가 이뤄져 공천 내홍이 깊은 만큼, 거대 후폭풍이 예견된 상황이다. 

민주 '친명 공천'에 비명계 집단반발 가시화

지난 19~20일에는 비명계 박용진·윤영찬·김영주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당으로부터 '하위 10%' 대상자로 통보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이재명 사당화'를 지적했다.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공천평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민주 현역의원은 총 31명이다. 

당 공천룰상 하위 20%는 경선득표율 20% 감산, 하위 10% 미만은 득표율 30% 감산 페널티를 받는다. 하위 10%에 포함될 경우 사실상 공천에서 컷오프되는 셈이다.

이렇듯 당내 비주류인 비명계가 대거 공천 살생부에 오르자, 홍영표·전해철·송갑석·윤영찬·박영순 의원 등 비명계 주축 인사들은 최근 비공개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21일 당 의원총회에서 '공천 학살'과 '시스템 공천 붕괴'에 대한 우려를 집단 표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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