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한달반을 남겨두고 있다. 여야 공천도 반환점을 돌었다. 그런데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공천모습을 보면 예전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 갈 자리가 많은 집권 여당은 대놓고 공천 대학살을 자행했다. 이명박 집권 시절 친박 살생부’, 박근혜 집권 시절, ‘친이계 대학살등이 대놓고 벌어졌다. 그래도 반발하는 출마자들이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집권당으로서 청와대든, 정부부처 산하기관, 공공기관 등 갈 자리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감히 공천에 억울함이 있어도 자리가 붙잡았다. 그나마 저항해도 그 자리마저 갈 수 없는 출마자들이 만든 게 무소속 친박연대 내지, 친박 신당이다.

그런데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는 반대다. 갈 자리가 많은 여당은 아직까진 피비린내가 나질 않는다. 과감하게 용산출신 인사들을 텃밭과 꽃밭 등 양지에 꽂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대통령 40년지기 석동현 전 민주평통사무총장은 컷오프됐다. 서울 지역 단수공천 지역 19곳 중 용산 대통령실 출신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경우 전체 지역구 253곳 중 절반이 넘게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지만 대다수 용산출신 출마자들은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철규 공동인재영입원장뿐만 아니라 김은혜 전 홍보수석,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도 경선을 치러야 한다. 용산출신 중 대표적으로 단수공천 명단에 오른 인사는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 경기 의정부갑 단수공천을 확정지은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눈에 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난리다. ‘공천학살로 당안팎이 시끄럽다. 분당론에 이재명 대표 불출마, 2선 후퇴론으로 그동안 벌어놓은 반사이익 점수를 다 까먹고 있다. 당내 비명계중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에 해당하는 의정활동 하위 평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고, 일부 지역에서 비주류 현역 의원을 제외한 여론조사를 두고 표적논란도 뜨겁다. 비명계가 쏜 비난의 화살이 이재명 대표로 향하면서 불출마와 퇴진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세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공천 파동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며 불공정 공천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2선 후퇴 등 특단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와 지도부가 공천 잡음이 불거진 상황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두 사람의 총선 역할론도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선대위원장 지원 등을 맡지 않겠다는 거다.

특히 분당이 현실화되면 민주당에게 총선 승리는 요원하다. 현재 민주당 밖에는 이낙연 신당과 조국 신당이 있다. 둘이 합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둥지를 틀때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경우에는 국민의힘에서조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 성향 인사들조차 이재명 대표가 대놓고 사천을 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통합해도 승리가 쉽지 않은데 이재명 대표 대권 사수를 위한 갈라치기만 하니 총선에는 관심이 없고 호위병 양산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쓴소리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와 공천 공정성 담보 없으면 최악의 경우 분당으로 갈 공산이 높다. 이럴 경우 야당은 공멸이고 여당은 기사회생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3신당이 주목을 받아 여야 양당구도를 깨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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