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한강벨트와 낙동강벨트를 잡아라오는 422대 총선의 여야 빅매치 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의 공천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격전지 대진표가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공천작업에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인 한강벨트 지역과 부울경(PK) 민심의 승부처인 낙동강벨트 지역이다. 사실상 전국 253개 지역구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지역이다. 특히 한강벨트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선거판의 성적을 가르는 최대 접전지다. 또 낙동강벨트 역시 야권의 영남 교두보를 상징하는 곳이다. 여야는 전국적 지명도과 상품성을 갖춘 거물 정치인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상대방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자객공천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승리가 절실한 지역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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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벨트, 서울민심 바로미터낙동강벨트, PK지역 최대 격전지
- 서울 광진을 오신환 vs 고민정서울 동작을 추미애 vs 나경원빅매치
- 경남 양산을 김두관 vs 김태호부산 북강서갑 전재수 vs 서병수빅매치

한강벨트는 서울 마포·동작·용산·성동·광진 등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과 맞닿은 지역구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강남3구나 더불어민주당 강세지역인 강북지역과는 달리 총선 때마다 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스윙보터 지역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압승을, 국민의힘은 대반격을 예고하는 지역이다. 낙동강벨트는 부산 서부권과 경남 동부권 등 낙동강에 인접한 9개 선거구다.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지만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력 탓에 민주당도 적잖은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낙동강벨트 공략에, 민주당은 방어에 나섰다. 여야의 혈투가 지속되면서 한강벨트와 낙동강벨트의 대진표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이 총출동한 모습이다.

한강 최대격전지, 광진을 오신환vs고민정’, 동작을 나경원vs추미애

한강벨트는 22대 총선 최대 승부처다. 서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동작구 등 5개구에 9곳의 지역구가 있다. 대체로 수도권 중도층의 민심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특히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부동산 정책의 변화에도 표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다. 여야 모두 한강벨트에서 승리해야 수도권 선거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 강세를 보였다. 서울 용산을 제외하고는 싹쓸이를 거뒀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41개 지역구에서 대승을 거둔 결정적 요인이다. 민주당은 현역 파워를 앞세워 수성을, 국민의힘은 탈환을 노린다. 국민의힘은 2021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22320대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했다는 점이 희망이다.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서울 광진을이다. 광진을은 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이 연전연승을 거둔 성지다. 5선을 지낸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21대 총선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러줬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유명한 고 의원은 재선 도전에 나선다. 맞상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전 의원이다. 지난 총선 당시 오세훈 vs 고민정박빙승부의 리턴매치 성격이다.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고 의원이 승리한다면 재선 의원으로 입지를 다지며 민주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 오 전 의원이 승리한다면 오세훈 시장의 패배 설욕전과 동시에 본인의 여의도 재입성을 이룰 수 있다.

서울 동작을도 접전지다. 여야 거물급 여성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성사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전 의원이 일찌감치 단수공천을 확정하고 표밭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현역은 판사 출신의 이수진 의원이지만 전략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컷오프됐다. 컷오프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시에는 나 전 의원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도 있다. 또 나 전 의원이 그동안 원외로 활동하면서 지역구 바닥민심을 다져왔다는 점도 우위가 예상된다. 갈 길 바쁜 민주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투입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나경원 vs 추미애라는 전국 최고의 흥행카드가 만들어진다. 이른바 보수의 여전사추다르크의 대결이다. 나 의원이 승리하면 5선 고지에 오르면서 차기 전당대회 도전은 물론 차기 서울시장 선거와 차기 대권 등 정치적 선택지가 다양해진다. 추 전 장관 역시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권도전에 나설 게 유력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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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보터마용성, ‘권영세vs이광재’ ‘윤희숙vs임종석’ ‘함운경vs정청래

서울 용산의 맞대결도 흥미롭다. 용산은 대통령실이 위치해있다는 점에서 신()정치일번지로 불린다. 여권으로서는 반드시 승리를 사수해야 하는 지역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용산에서 승리한다면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역은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장관 출신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다. 한강벨트 중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이다. 민주당 대항마로는 아직 미확정 상태다. 일단 강원지사를 지낸 친노 정치인으로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이광재 전 총장이 용산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선회할 경우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전략공천설도 흘러나온다. 이밖에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으로 21대 총선에서 석패했던 강태웅 현 지역위원장과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서울 중성동갑도 격전지다. 현역이었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무주공산이 됐기 때문이다. 경제통과 운동권의 맞대결이라는 대전표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이다. 국민의힘 후보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으로 경제통으로 유명한 윤희숙 전 의원이 나선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습니까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의 86세대 대표 정치인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여부가 이슈다. 임 전 실장의 출마 의지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의원은 승리한다면 임종석이라는 대어를 낚고 여의도에 권토중래하게 된다. 임 전 실장이 승리한다면 16·17대 재선 이후 20년 만에 국회 입성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 컷오프 상황에 대비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나 최근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의 투입설도 흘러나온다. 성사된다면 서울 동작을과 마찬가지로 여야 유력 여성 정치인들간의 맞대결 구도가 만들어진다.

서울 마포을은 여야간 운동권 매치가 거론되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현역은 친명 강경파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수성 의지에 국민의힘은 다양한 자객공천 카드를 꺼냈다. 한때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3선 중진 하태경 의원의 전략공천설이 나오기도 했다. 올초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영입인재인 김경율 비대위원이 거론됐지만 본인이 불출마하면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정청래 낙선을 목표로 자객공천에 나설 게 확실시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의 전략공천이 거론되고 있다. 함 회장은 서울대 삼민투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한 86세대 대표적인 운동권이었지만 이후 전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비겁하게 딴사람 보내지말고, ‘니가와라 한동훈!’”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출마를 촉구할 정도다.

도백 리턴매치김태호vs김두관낙동강벨트 최대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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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선 서부권과 경남 동부권으로 구성된 낙동강벨트 또한 한강벨트 못지 않게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다. 부산 북강서구와 사상구·사하구는 물론 경남 김해시와 양산시를 포함한다. 전통적으로 PK지역은 국민의힘 텃밭이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세가 높은 편이다. 신도시와 공단이 많아서 젊은층과 외지인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 탓에 친노친문 정치인들의 성지로도 불린다. 특히 부산 북강서갑의 경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16대 총선 당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출마했던 곳이다. 부산 사상구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619대 총선에서 승리하면 첫 금배지를 단 곳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낙동강벨트 전체 9개 지역구 중 민주당이 5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낙동강벨트 싹쓸이를 위해 서병수·김태호·조해진 등 영남 중진들을 대거 투입했다. 민주당은 낙동강벨트의 승리를 총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최대 빅매치는 전직 경남지사간 맞대결이 성사된 경남 양산을이다. 국민의힘은 김태호 의원을, 민주당은 현역인 김두관 의원이 나선다. 김태호 의원은 거창군수를 거쳐 경남지사를, 김두관 의원은 남해군수와 행정자치부 장관을 거쳐 경남지사를 거쳤다. 특히 양산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상징성 때문에 여야 모두 승리를 노리고 있다. 김태호 의원은 낙동강 벨트를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만들어달라는 당의 요청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낙동강의 최전선 양산에 온몸을 던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두관 의원은 이에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상징적인 싸움이 필요하다. 김두관과 김태호의 대결은 지역민 모두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도 관심사다. 김해을은 민주당의 성지로 낙동강벨트 최대 격전지로 불린다. 현역인 김정호 민주당 의원에 맞서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수의 3선 중진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차출됐다. 김해을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데다가 경남지역에서 유권자층의 평균 연령이 가장 젊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이다. 김정호 의원은 민주주의 성지인 김해를 어떻게든 지켜내겠다국민의힘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중단시킨 것을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해진 의원은 낙동강 전선에서 이기면 인천상륙도 가능하고, 서울 수복도 이뤄질 것이라면서 김해을 승리를 통해 낙동강벨트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공천을 둘러싼 지역의 거센 반발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아울러 부산 북강서갑도 흥미롭다. 현역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은 부산시장을 지낸 5선 중진의 거물인 서병수 의원을 공천했다. 전재수 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재선 고지에 오른 후 3선을 노리고 있다. 전 의원은 이번 북강서갑 선거는 민심 대 욕심의 대결이다. 북구 주민들과 함께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반면 서 의원은 부산 진구갑에서 나라와 당을 위한 길이라면 무엇이든 소명을 다하겠다고 당의 차출 요구를 수용했다. 서 의원은 국회 권력까지 교체해내야 비로소 정권교체를 완성할 수 있다대한민국 미래 운명이 달린 선거에서 서병수가 가장 앞에 서서 어떤 희생과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한강벨트와 낙동강벨트는 여야의 22대 총선 전체 성적표를 가를 핵심 승부처라면서 국민의힘이 낙동강벨트를 사수하며서 한강벨트 공략에 성공하거나 민주당이 한강벨트를 지키면서 낙동강벨트 탈환에 성공하면서 총선판도 전체가 뒤집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강벨트는 서울지역 전체 선거를, 낙동강벨트는 PK지역 판세를 견인하기 때문에 자객공천은 물론 스타의원을 투입하면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여야의 최대 빅매치 지역에서 승리하는 정치인은 22대 국회 새로운 스타탄생과 더불어 정치적 체급이 수직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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