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뉴시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에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號가 출범도 하기 전에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 이사회의 호화 해외 출장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되고 있고 시민단체 등의 고소ㆍ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출 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조만간 입장을 내고 KT 사례처럼 후추위 해체, 신임 사외이사 선임, 주주총회 연기 등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주총까지 '가시밭길'…시민단체 "회장 후보 선정 과정, 불공정 불투명 문제 심각"
- 자문단 구성 두고 뒷말… 후추위 후보 선정 과정에 최정우 회장 관여 의혹도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최종 확정됐다. 장 회장 후보는 오는 21일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포스코그룹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는 "장 후보가 글로벌 전략 구상과 함께 기술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그룹 내부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최종 회장 후보군 자격 요건 불일치 '논란'

그러나 장 후보가 취임을 앞두고 포스코의 위기를 헤쳐 나갈 차기 CEO의 덕목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한 경찰이 포스코홀딩스의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에 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장 후보자 선출 과정에 문제점도 제기된다.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출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추위'와 외부 인사 5인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 자문단(이하 외부자문단)에서 이뤄진다.

후취위는 회장 후보군 발굴 및 자격심사 기능을 수행하고 외부자문단은 후추위에서 발굴한 후보군에 대한 별도의 평가 의견을 제시하면 최종 자격 심사에 반영한다.

외부자문단은 지난 1월 후보자 선정 과정 당시 후추위가 제공한 '롱리스트'에 속한 후보자들의 자기소개서, 평판 조회서 등을 바탕으로 5가지 자격 요건에 맞춰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현재까지 외부자문단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려진 내용이 없다. 이들이 후보군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했는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자문단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후보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가 없었으며 자문단 개개인이 후보자들을 알고 있는 경우에만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후추위의 회장 후보자 선정에 현 최정우 회장이 관여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회(범대위) 임종백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경찰청에 최 회장과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후추위 회의장에는 외부인 출입이 엄금돼 있음에도 최 회장이 지난 1월 31일 18시경 서울 포스코센터 서관 19층 클럽위드에서 열리고 있던 후추위 회의에 난입해 특정 후보자를 제외시키기를 요구한 의혹을 받고 있고, 박희재는 최정우의 출입을 허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고발장을 접수하고 성명서를 통해 ▲사법당국은 신속히 이날의 CCTV 영상을 확보해 관련자를 조사할 것 ▲청탁금지법 위한 혐의로 입건한 최정우, 박희재, 김성진 등에 대한 신속한 수사 ▲범죄 피의자로 구성된 회추위를 해체하고 국민연금이 적극 개입해 새로운 후추위를 구성할 것 ▲최정우가 추진하는 성남 위례지구 미래기술연구원 기공식 저지 ▲이 고발이 위대한 포스코로 복귀하는 계기 마련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는 등 다섯 가지 희망 사항을 전했다.

후추위의 회장 후보군 자격 요건에는 "이사회 고유의 회장 선임 권한에 부당하게 영향을 끼치는 등 포스코 그룹의 독립 경영을 저해할 오류가 있는 자를 후보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 회장 선출 과정에 현 경영진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다시 회장 후보 선정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뿐만 아니다.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자 내정 절차는 최종 후보군 6명 가운데 2명을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후추위는 그 과정에서 최종 후보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2월 7일과 8일 양일간 인터뷰를 진행해 최종 후보로 장 후보를 뽑았다. 이 과정에서 후추위가 회장 후보군의 평가 요건으로 제시했던 5가지 항목에 대입하면 투명하지 못한 선정 절차에 공정성도 잃었다는 비판이 있다.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 후보군의 5개 평가요건에 따르면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진실성/윤리 등이 있다. 

장 회장 후보는 경영 역량에서 1조3000억 원이 투자된 합성천연가스(SNG) 공장을 240억 원에 매각해 포스코그룹 사상 역대급 손실을 냈고 아르헨티나 광산 투자 실패의 책임자로 꼽힌다. 

3년 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이렇다 할 경영 활동 이력도 없다.

2020년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포스코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 드러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입건된 바 있다. 이번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호화 해외 이사회 출장 건으로 고발당한 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앞으로 수사가 본격화되면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탄을 피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범대위는 “포스코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캐나다·중국에서 호화 해외 이사회를 열었다”며 장 후보자를 비롯한 포함한 전·현직 임원을 고발한 바 있다.

범대위는 “장 후보는 최 회장과 마찬가지로 2019년 중국 백두산 호화 해외 이사회 문제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2020년 최 회장 등과 함께 미공개 정부 이용 자사주 매입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입건된 사전의 제2 인사 책임 신분”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회장 추천 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가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다.

- '국민연금' 입장 표명 변수 될 수도

포스코홀딩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어떤 입장을 낼지도 변수로 남아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1%를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를 발동할 수 있다. 오는 3월 21일까지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조만간 입장을 내고 KT 사례처럼 후추위 해체, 신임 사외이사 선임, 주주총회 연기 등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범대위는 “오는 주총 전까지 후추위가 새롭게 구성돼야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CEO가 선임되는 것이 국민의 정서에도 부합된다”면서 “후추위가 추천한 장 후보는 ‘서울숲 5000억원 과학관 논란만으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 측은 최 회장의 회추위 관여 의혹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월 31일 오후 9시 15분 후추위 6명의 파이널리스트 발표와 관련해 최근 특정 시민단체와 일부 유튜브에서 '현직 CEO가 1월 31일 오후 6시경(일부에서는 9시경) 포스코그룹의 차기 CEO 후보 인선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후추위 회의장에 불법적으로 방문해 후보 인선 작업에 관여했다'는 거짓되고 일방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1월 31일 오전 10시부터 12시경까지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포스코홀딩스 결산이사회를 개최한 후 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사내 이사들은 오찬 장소로 이동했고, 후추위 위원 7명(사외이사 전원)은 별도로 오찬을 한 후 '제8차 후추위 회의'를 개최했다"면서 "최 회장은 31일 이사회 이후 후추위 회의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포스코홀딩스는 "당일 최 회장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이동해 남문 출입구로 오후 6시 1분에 퇴근한 이후 포스코센터에 다시 출입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단체와 관련한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포스코홀딩스 측은 "외부 자문단에는 모든 후보의 기본자료를 공평하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 후보의 경영 역량에 대해서도 "SNG 공장 착공은 2009년이며 이 시점에 장 후보는 강구조연구소(RIST)에 근무하고 있어 해당 사업의 투자 검토, 사업 승인과 관련이 없으며 3년 전 포스코 대표이사직(당시 홀딩스 출범 전)에서 물러난 후에도 자문역을 맡아 경영 현황 및 이슈에 밝다"라고 덧붙였다.

범대위 측의 서울숲 과학관 건립 약속과 관련해서는 "(해당 사업은) 권오준 전 회장 시절 추진됐고, (장 후보자는) 결재 라인에 있지 않았다"며 "장 후보가 직접 이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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