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험지서 대권 잠룡과 '빅매치' 예고한 원희룡·이광재 

(왼쪽부터) 이천수 후원회장,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왼쪽부터) 이천수 후원회장,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부터 시작된 인천 계양을과 경기 성남분당갑의 '두 도시 이야기'가 22대 총선에서도 이어진다. 잠룡들의 지역구인 두 도시의 선거 결과는 곧 전국구급 파장을 불러왔다. 재보선 당시 두 지역구의 당선자들은 양당의 당권에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계양을과 분당갑의 22대 총선 결과는 2027년 대선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 보니 도전자들의 이름값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양새다. 

출발선 끊은 원희룡, 몸푸는 이재명  
계양을의 현역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맞붙는 ‘명룡대전’은 미니대선으로 평가받는다. 원조 소장파인 원 전 장관은 지난 20대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저격수’로 떠오른 뒤 장관직을 거치며 몸값을 올렸다. 당내 비주류에서 대권 잠룡으로 떠오른 원 전 장관은 엑셀을 밟았다. 

계양을은 지난 20년간 펼쳐진 8번의 총선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계 정당이 7번을 이긴 험지 중의 험지다. 더군다나 상대는 야권의 유력주자인 이 대표다. 원 전 장관은 대권 고속도로를 타기 위한 도박수를 둔 셈이다.이 대표도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고, 안정적인 대권가도를 걷기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하다. 다만 이 대표는 원 전 장관과의 승부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총선 승리도 책임져야 한다. 이렇다 보니 명룡대전의 출발선은 원 전 장관이 먼저 끊은 상황이다.

원 전 장관은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이천수 씨를 지원군으로 포섭했다. 이 씨는 원 전 장관의 후원회장을 맡아 22대 총선이 끝날 때까지 선거 유세에 동참한다. 이 씨는 인천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인천유나이티드 FC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해 인천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원 전 장관은 지난 2월 27일 이 씨와 함께 인천 계양구의 한국GM 대리점을 방문해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날 원 전 장관의 행보는 지역구 민심을 겨냥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계양구는 대우차 직원들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대우차 공장의 후신인 한국GM 인천공장에서 제조한 차량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화력 지원도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월 23일 계양을을 찾아 "저와 원희룡의 인생을 봐달라. 우리는 무엇인가를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온 사람"이라며 "우리와 이재명의 인생을 비교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원 전 장관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간 인 전 위원장은 당내 인사들의 지원 요청을 모두 거절했지만, 원 전 장관의 지원 유세에는 힘을 보탰다. 앞서 인 전 위원장은 혁신위 시절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희생을 강조했고, 원 전 장관이 실천하자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인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26일 계양을을 찾아 "제가 집이 호남이고, 처가도 순천인데 전라도 말로 '그냥 확 밀어줘부러' 그랬으면 쓰겄네"라며 "제가 인천 시민들께 간절히 부탁드린다. 우리 원 (전) 장관을 잘 키우자"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 방치된 전세사기 피해 가구를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 방치된 전세사기 피해 가구를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반면 이 대표는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소란스러운 만큼 본격적인 선거활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인천을 찾아 원 전 장관을 향한 견제구를 던졌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26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핵심인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날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피해 집중 지역을 찾아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 원 전 장관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원 전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않고 도망치듯 장관직을 버리고 총선에 출마했다"고 지적했다.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도 "전세 피해 청년들과 피해자들에게 사적인 거래, 혈세, 사기의 평등성을 운운하며 피해자들을 매도하고, 주무장관으로 역할을 방기한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이 첫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나왔고, 현재도 2000채가 넘는 전세사기 피해가 진행되고 있는 인천에서 출마하겠다고 한다. 이거 정말 후안무치한 것 아닌가"라며 "무슨 낯으로 인천 시민을 만나나, 인천 시민들이 그렇게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재기 노리는 안철수·이광재, 분당갑서 만난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뉴시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뉴시스]

분당갑은 현역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그간 안 의원과 이 전 총장은 정치적 부침을 겪어왔다. 안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에 도전했으나,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은 끝에 당권 도전을 마무리했다. '노무현의 오른팔'인 이 전 총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강원 원주갑 의원직까지 포기하면서 강원도지사 선거에 뛰어들었으나,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석패했다. 이렇다 보니 두 정치인은 빅매치를 발판 삼아 재기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분당갑은 지난 20년간 펼쳐진 7번의 선거에서 국민의힘계 정당이 6번을 승리한 야권의 험지다. 특히 현역인 안 의원은 국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아이콘이라는 강점을 십분 발휘하는 중이다. 앞서 2022년 재보선 당시 안 의원은 분당갑에서 김병관 전 의원을 상대로 25.01%의 득표율 격차로 대승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월 25~26일 2일간 분당갑 지역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 안 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응답은 49.8%, 이 전 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응답은 40.2%다(자세한 여론조사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전 총장도 분당갑이 험지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2월 2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이 전 총장의 분당갑 출마를 두고 "왜 이렇게 정치를 어렵게 해"라면서도 "용기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전 총장은 풍부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부각하는 중이다. 이에 이 전 총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 의원에게 정책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총장은 지난 2월 29일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등 분당 전체가 힘 모아야 할 이슈가 산적하다"며, 분당을의 현역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과 김 전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 '분당 원팀'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22대 총선에서 분당갑의 복병은 류호정 전 의원이 될 전망이다.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류 전 의원은 지난 2월 28일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류 전 의원은 분당구를 분당시로 승격하고 판교구를 신설하는 '분당시 판교구' 행정개편 공약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아가 류 전 의원은 안 의원과 이 전 총장을 겨냥해 "두 사람이 남긴 성취만큼이나 앞으로의 한계도 뚜렷하다"며 "민주화도, 노무현의 시대도 지났고, 정보화도, V3의 신화도 옛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분당갑 선거는 류 전 의원이 안 의원과 이 전 총장 중 어느 후보의 표를 더 흡수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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