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제3지대 빅텐트 ‘11일 천하’ 후 주춤...고정지지층 확보 관건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제3지대 기치 아래 뭉쳤던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의 결별 여파를 추스르기도 전에 6억 원에 달하는 경상보조금 반환 이슈까지 겹쳐 4%대 정당지지율에 발이 묶인 상태다. 당초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이탈한 현역들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란 내부 기대감도 있었으나, 여야 공천이 70% 이상 진행된 2월 말 현재까지도 여당의 진용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고 있어 몸집을 불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성 공무원 징병제’ 이후 파격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빈약한 고정지지층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상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정계 원로이자 선거 기술자인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을 영입하며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결국 이준석-김종인 투톱 조합이 총선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얼마나 파급력을 내느냐에 따라 개혁신당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 빅텐트가 좌초된 이후 이준석 개혁신당의 움직임이 둔화됐다. 이 대표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울타리를 공유하는 데 성공했지만, 주도권 신경전 끝에 불과 11일 만에 결별을 선언하며 그 여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공천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거대 양당에 시선이 쏠린 것도 제3지대 신당의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개혁신당의 정체는 정당 지지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리얼미터(의 2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2.0%포인트 떨어진 4.3%를 기록했고, 미디어토마토의 2월 5주차 여론조사에서도 개혁신당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3주 전 조사와 비교해  2.8%포인트 급락한 4.0%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내달 선거에서 개혁신당이 거대양당에 밀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고 비례정당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빅텐트 결렬 여파를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당 지지율 흐름이 4월까지 이어진다면 김종인 위원장이 최근 밝힌 ‘20석 교섭단체’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이 대표는 거듭 “비례대표 출마는 없다”며 개혁신당의 총선 약진을 공언하고 있다. 

‘이번엔 주황 점퍼’ 김종인, 개혁신당 금낭(金囊) 될 수 있나

개혁신당은 과거 여야 정당에서 굵직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김종인 공관위원장을 영입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필두로 총선 투표용지의 순번을 앞당기기 위한 ‘현역 모시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개혁신당은 김 위원장 영입을 계기로 대통령제 개편, 서민복지 증진 등 정치‧경제 개혁이라는 거대 담론을 꺼내든 한편, 자당 후보인 양향자‧이원욱 의원의 경기권 출마지에 총선전략을 집중시키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그간 여야 레거시 정당에서 주로 성과를 보였던 ‘김종인 효과’가 과연 제3지대 신당에서도 먹힐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개혁신당은 중도‧개혁보수 플랫폼을 지향하며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출범 후 뚜렷한 반등 흐름을 가져가지 못한 채 지지율 한 자릿수 박스권에 정체돼 있다. 이는 중도층 특유의 유보적 성향이 반영된 탓으로도 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당 고정지지층이 얕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듯 당 지지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앞서 여야 기성정당의 선거를 수차례 이끌며 이미지가 소비된 김 위원장의 정책 어젠다와 인선 방침이 과연 당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개혁신당의 모토는 말 그대로 ‘개혁’인데, 정계 원로이자 베테랑인 김 위원장이 나섰다고 해도 정치적 신선함을 불어넣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얕은 고정 지지층 극복 어떻게

고정지지층이 얕다는 점도 개혁신당의 딜레마다. 이낙연 신당과의 통합‧결별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창당 원년멤버들을 지지했던 20‧30 청년 남성 등 고유 지지층이 일부 이탈한 것도 개혁신당으로선 뼈아프다. 빅텐트 좌초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2월 말 5%에 못 미치는 당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총선 공천으로 세간의 시선이 여야에 쏠린 만큼, 현 시점에선 여야 동시타격으로 스윙 보터들의 표심을 자극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가 공천에서 낙마한 민주당 현역들을 흡수하며 점차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3지대를 양분하고 있는 새미래의 세 확장은 개혁신당의 고정지지층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준석-김종인 투톱은 최근 여야를 동시 겨냥하며 판세에 균열을 불어넣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전투구에 매진하고 있는 여야를 대신할 ‘대안 정당’으로 포지션을 굳히며 선거에 임박한 시점이면 이른바 ‘샤이(shy) 표심’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최근 한 공식 석상에서 여야를 ‘악당(惡黨)’으로 규정하며 여당과 정부에 대해선 정책 부재와 수직적 당정관계를, 민주당의 경우 도덕성 상실을 문제로 짚으며 동시저격했다. 김 위원장도 최근 여야 공천 파동과 관련해 상대 당 공천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거대 양당의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이준석 출마 선언, 당 침체 늪에서 끌어올릴 반전요소?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총선 출마지 확정에 따라 개혁신당이 향후 새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표의 지역구 출마 선언이 빅텐트 무산 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환기시킬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 노원‧양천, 대구·경북(TK), 경기 화성 등 여러 지역구를 놓고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다만 이 대표의 옛 지역구인 노원의 경우 수도권 격전지나 TK에 비해 출마 파급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점차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이에 이 대표는 최근 30세 젊은부부 세대 비율이 높은 화성 동탄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벨트’의 중핵인 화성에서 삼성 임원 출신인 양향자 의원과 화성을 현역인 이원욱 의원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서울 선거구 중 개혁신당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난 양천갑도 이 대표의 선택지 중 하나다. 

또 한편으론 이 대표의 TK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 대표의 총선 출마지에 대해 “경북·대구에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지도자감이라는 인식을 받으면 당선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공천 전권을 일임한 만큼, 이 대표의 TK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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