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2024년 리얼미터 주간집계 정당 지지도 보니 
① 10년 만에 0%대 지지도 기록 
② 3년 간 5%대 지지도 기록 無 
③ '통진당 후신' 진보당, 정의당 지지도 추월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녹색정의당의 정당 지지도 추이가 심상치 않다. 녹색정의당은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0.7%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2014년 3월 이후 10년 만에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끝을 모르는 녹색정의당의 지지율 하락세다. 2012년 창당 이래 최초로 원외 정당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6년 만에 14.3%에서 0.7%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 녹색정의당은 0.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0.7%의 성적표는 최근 녹색정의당의 부진을 고려해도 충격적인 수치다. 엄연한 원내 제3당인 녹색정의당(6석)은 22대 총선에서도 정당 기호 3번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녹색정의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의 안 좋은 현실이 추세로 나타난 것은 맞지만 유독 튀는 여론조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녹색정의당의 부진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리얼미터의 12년 간 정당 지지도 주간 집계 추이를 되짚어봤다. 그 결과는 하단의 그래프와 같다. (아래 기사 본문부터는 당명을 정의당으로 통일)

[박철호 기자]

정의당은 2014년 3월 1주차 조사에서 0.9%의 지지도를 기록한 이래 10년 만에 최초로 0%대 지지도를 기록했다. 정의당이 창당 이래 최저 지지도를 기록한 시점은 진보정의당(정의당 전신) 시절인 2012년 11월 4주차 조사에서 기록한 0.6%다. 당시 진보정의당은 창당 6주차에 접어든 신생 정당이었다. 

현재 정의당의 지지율은 통합진보당과 결별한 뒤 어수선한 분위기의 진보정의당과 유사한 셈이다. 당시 진보정의당은 창당 이래 꾸준한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진보정의당은 정의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뒤 지난 20대 총선을 치르기 전까지 4년 동안 평균 3.3%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그 뒤 정의당은 2016년부터 지난 21대 총선 전까지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정의당은 4년 동안 평균 6.56%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사망한 2018년 7월 23일 이후 집계된 8월 1주차 조사에서는 14.3%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정의당의 평균 정당 지지도는 8%였다. 

[박철호 기자]

문제는 21대 총선 이후다. 정의당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4년 동안 평균 3.71%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2021년 3월 3주차 조사에서 6.1%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한 이래 단 한 번도 5%대의 정당 지지도를 회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총선 1년 전인 2023년 한 해 동안 정의당의 평균 정당 지지도는 2.85%였다. 

정의당은 2024년에도 부진을 이어졌다. 3개월 간 정의당의 최고 정당 지지도는 2.4%였다. 심지어 1월 1주차 조사에서 정의당(2%)은 진보당(2.2%)에 정당 지지도를 추월당하기도 했다. 2014년 12월 19일 통진당이 해산한 뒤 최초로 통진당의 후신 정당에 정의당이 추월당한 것이다. 

제3지대에 빼앗긴 존재감

빅카인즈 2024년 1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정의당 관련 기사 연관어 분석 결과 [박철호 기자]

정의당은 4년 동안 이어진 하락세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총선 직전 정의당의 언론 보도량을 파악해봤다.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1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정의당 관련 언론 보도량은 총 3774건이다. 당시 정의당의 당대표를 맡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 관련 언론 보도량은 820건이다. 

4년 뒤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1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정의당 관련 언론 보도량은 총 5325건으로 상승했다. 당시 정의당의 당대표를 맡은 심 의원 관련 언론 보도량은 1235건이다.  

반면 22대 총선 직전인 2024년 1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정의당 관련 언론 보도량은 총 3014건으로 하락했다. 현재 정의당의 당대표를 맡은 김준우 공동대표 관련 언론 보도량은 371건이고, 김찬휘 공동대표 관련 언론 보도량은 59건이다. 

문제는 3000건의 정의당 관련 언론 보도 중 대다수가 정의당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빅카인즈 연관어 분석 결과(가중치 기준) 3개월간 정의당의 연관어 1위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였고, 2위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3위는 제3지대였다. 

이는 곧 정의당 관련 보도의 대다수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에 대한 기사라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 2월경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는 배 전 부대표의 거취를 두고 대립한 바 있다. '정의당'은 배 전 부대표의 직함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됐을 뿐 기사의 내용은 제3지대 간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봉쇄조항 3% 넘지 못하면 '원외 정당' 현실로 

정의당이 제3지대에 빼앗긴 것은 존재감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젊은 정치인들이 정의당을 떠나 제3지대 혹은 더불어민주연합에 속한 정당으로 떠났다. 정의당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본지가 파악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정의당은 작년 한 해 동안 2.83%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이대로 라면 정의당은 22대 총선에서 '3% 봉쇄조항'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석수는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3% 이상을 받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에만 분배된다. 현재 지역구 의석수가 1석에 불과한 정의당은 22대 국회에서 ‘0석’을 얻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 정의당은 여론조사 상 지지율에 비해 실제 선거에서 더 높은 정당 득표율은 기록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야권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이 정당 득표율에서 선방을 이어온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의 교차투표 때문"이라며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이란 흐름이 있다 보니 정당 지지도보다 2~3% 높은 정당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층의 교차투표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선거가 바로 전국동시지방선거다. 투표용지 자체가 많다 보니 기초의원은 정의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2022년 지선에서 정의당은 참패했다. 당시 정의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국면에서 애매한 노선을 걸었고, 그 결과 교차투표층은 사라졌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의당의 실제 지지층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정의당의 대선 후보인 심 의원에게 투표한 2% 정도만 남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 2018년 7회 지선에서 광역의원 11석, 기초의원 26석을 확보했다. 기초의원 11석만을 확보한 지난 2014년 6회 지선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과다. 2018년 정의당의 지선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이어진 진보진영의 훈풍 속에서 얻은 성과물이다. 

2018년 정의당의 지선 슬로건은 '5비2락'이었다. 기호 5번인 정의당을 선택하면 나라가 비상하고 기호 2번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선택하면 추락한다는 뜻이다. 당시 정의당은 "한국당을 해체수준에 이르게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4년 뒤인 8회 지선에서 광역의원 2석, 기초의원 7석을 얻으며 참패를 기록했다. '조국 사태' 이후 이어진 진보진영의 약세와 함께 정의당과 민주당의 관계도 변했기 때문이다. 

악몽이 된 정의당의 꿈, 연동형 비례대표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뉴시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뉴시스]

그간 정의당의 생존전략이었던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의 구호는 이제 조국혁신당으로 넘어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혁신당은 총선 전략으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우고 있다. 

4년 전 정의당이 조국 사태와 선거제 개편으로 인해 쇠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변화다. 소수정당인 정의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섰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연동(50%)하는 제도다. 지역구 의석수가 적은 소수정당의 경우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고,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거대정당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의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정의당은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조 전 장관의 임명에 찬성하며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 대가로 얻은 준연동형 비례제조차 위성정당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졌다. 거대양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만 추천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의석수 손해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정의당의 오랜 꿈인 준연동형 비례제는 위성정당이란 악몽으로 변했다. 

지난 2020년 심 의원은 "비례위성정당을 동원한 거대 양당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심판은 일어나지 않았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구조는 더 공고해졌다. 정의당보다 더 민주당에 가까운 소수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일어났다. 이제 진보진영 소수정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합류한 정당이거나,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을 겨낭한 자매정당으로 나뉜다. 

이에 정의당도 22대 총선을 치르기 위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합류를 고심했으나 끝내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나아가 정의당은 거대양당이 8년 만에 비례대표 의석수 1석을 줄이는 야합을 단행하자 민주당과의 지역구 연대와 정책협상까지 전면 철회했다. 이와 관련 김준우 정의당 상임대표는 "원칙 있는 선택을 하는 정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